영화에 대한 잡설들/오감만족... 이 영화 봤수?

'슈렉 포에버'-아듀, 슈렉... 아듀, 겁나먼 왕국...

송씨네 2010. 7. 2. 01:26






옛날 하고 아주 먼 옛날 마법에 빠진 공주가 살았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 마법을 풀려고 공주가 잠들어 있는 용이 살고 있는 성에 들어왔지만 멀쩡한 사람 하나 없었죠.

그러던 어느날 멋진 왕자님이 나타나서 공주를 구해냈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아주 오래오래 행복하게 잘 살았습니다.



네, 지긋지긋하다고 느껴지는 분들 나올껍니다.

그런데 이런 지긋지긋한 스토리를 무참히 부셔준 영화가 있었죠. 

바로 드림웍스의 '슈렉' 시리즈입니다. 벌써 10 여년전 1 편이 나왔으니 참으로 오래되었지요.

겁나먼 왕국도 여러번 죽다 살아났고 슈렉과 그의 친구들, 그리고 그의 동반자인 피오나도 고생을 많이 했고요.

이제 그 오랜 세월의 기간의 종지부를 찍으려고 합니다.

굿바이, 슈렉... 슈렉의 파이벌에 해당되는 마지막 이야기, '슈렉 포에버'입니다.



슈렉이 겁나먼 왕국을 포기하고 자신의 고향인 늪지대에서 산지도 오래되었습니다. 이제 그에게는 귀여운(!?) 자식들도 생겼고 피오나와 함께사는 것도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죠.

하지만 반복되는 일상은 슈렉을 괴롭게 만듭니다.

겁나먼 왕국에서 벌어진 슈렉의 자녀들과 함께한 100일 잔치...

그런데 사람들은 자꾸만 그를 귀찮게 만듭니다.

그러나 슈렉은 참을 인(忍)을 마음속에 가다듬고 참고 참았지요.

하지만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이 기분은 뭘까요?

지쳐버린 슈렉은 결국 피오나와 말싸움을 벌이고 괴물이던 시절을 그리워 합니다.

이 때 등장한 것은 바로 마녀계의 대부인 럼펠...

과거 겁나먼 나라 왕비와 왕에게 피오나를 구출해 주겠다는 조건으로 문서 작성을 시도했으나 슈렉이 피오나를 구하는 바람에 이 서약은 별 필요가 없어졌지요. 그런 점에서 슈렉은 럼펠 입장에서는 성가신 존재입니다.

슈렉을 포섭한 럼펠은 슈렉이 기억하지 못하는 단 하루의 과거를 지우는 대신 다시 과거 괴물로 활동하던 시절로 돌려보냅니다. 하지만 슈렉은 럼펠의 속임수에 넘어갔다는 것을 뒤늦게 알아버렸죠.

여기서 다시 되돌리는 방법은 피오나와 진실한 키스를 하는 것...

그러나 동키는 슈렉을 몰라보고 피오나는 오거 여장부가 되었고, 장화신은 고양이는 짐승켓이 아닌 비만켓이 되어버렸습니다.

다시 슈렉은 행복했던 시절로 복귀할 수 있을까요?






사실 슈렉이 처음으로 되돌아간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새로울 것이 없습니다.

아니, 기존의 시리즈가 가지고 있던 것에서 후퇴하여 과거로 돌아가는 이야기는 자주 나오던 이야기가 아닌가 싶습니다. 그렇다면 '슈렉'의 네번째 이야기는 그것을 어떻게 극복할 것이냐가 과제일 것입니다.

'그 사람은 나를 알아도 나는 기억을 못합니다...' 노래의 가사처럼 아무도 그를 기억못한다는 점에서 출발한다는 점은 그래서 그나마 획기적이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결국 여러 시리즈에서 늘 그랬듯 슈렉은 이번에도 위기를 맞이했으며 여전히 겁나먼 왕국도 위기에 시달리는 것이지요. 더구나 생강맨, 피노키오, 늑대(빨간모자) 등의 인물들에게도 유쾌하지 않은 사건이 벌어짐에는 물론이고요.


그렇다면 하나의 문제가 생깁니다. 정말 그렇다면 이번에는 누굴 악당으로 내세워야 하는가입니다.

1 편의 파콰드 영주, 2편과 3편의 차밍 왕자와 요정 대모를 능가하는 악당이 나와야한다는 부담감이 생긴다는것이죠. 네번째 이야기의 악당을 파콰드 만큼이나 땅꼬마인 마녀 대부인 럼펠로 정한 이유도 어쩌면 새로움을 추구해야한다는 점에서는 상당한 부담감이 작용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또 하나의 고민은 이 작품은 여태까지 슈렉 시리즈가 보여주지 못했던 3D 전용판으로의 개봉을 목적에 두고 만든 것이라는 점입니다. 물론 이미 슈렉 시리즈는 HP나 인텔의 도움으로 실감나는 3D 애니메이션을 만들었지만 이제는 이것을 스크린으로 다시 3D 시켜야한다는 과제에 직면하게 된 것이죠.

하지만 아시다시피 디즈니나 드림웍스는 몇 몇 작품에서 이미 3D 버전으로 만드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었고 개봉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누워서 떡먹기이죠. 

하지만 제가 안경을 써서 그런 것일까요, 아니면 예전만큼 3D 버전의 감흥이 없어서일까요...

디즈니의 '업'(UP) 이후 끌리는 3D가 별로 없었다는 것입니다. 물론 '아바타'도 실망했냐고 물으시겠지만 제게는 그저 평이한 수준이었습니다.

그렇다고 이번 3D 버전이 형편없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마녀들과의 대결장면의 경우 상당히 공을 들인 흔적이 많이 보였으니깐요. 하지만 의외로 날아다니는 장면은 많지 않았다는 점이 아쉬울 따름이죠. 







슈렉의 마지막 시리즈는 과거 시리즈에 비해 풍자와 패러디가 적은편에 속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아쉽다고 말씀하시는 분들도 은근히 많더군요. 대신 기존의 캐릭터를 재설정해야한다는 점에서 출발한 마지막 이야기는 그렇기에 과거 주요 등장인물들의 모습이 과거와 얼마나 달라졌는가를 비교하는 재미가 솔솔합니다. 검투사로 변한 생강맨(진저브레드)나 노예로 살아가는 덩키, 살기 위해서는 자신의 아버지인 제패토까지 팔아먹어야 했던 피노키오까지... 과거 슈렉 시리즈의 조연급 인물들이 얼마나 바뀌었는가를 살펴보는 것이 또 다른 관람포인트라는 것이지요.


슈렉 시리즈의 특징이라면 올드 팝의 향연입니다. 

가령 폴 메카트니가 부른 'Live And Let Die'가 등장한 3 편의 경우 이 음악은 007 시리즈의 음악으로 사용되었지만 다시한번 사용되어 색다른 느낌을 선사하기도 했죠. 이처럼 기존의 올드팝을 다시 재활용하는 것도 슈렉 시리즈의 특징입니다. 마지막 이야기의 경우도 마찬가지이죠. 카펜터스의 'Top of the world'나 라이오넬 리치의 'Hello' 같은 곡을 들을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유쾌한 일이 아닐까 생각도 듭니다.




슈렉 시리즈가 이대로 마지막인가에 대해 아쉬움을 남는 분들이 많으실 껍니다.

드림웍스는 대신 '드레곤 길들이기'를 밀고 있는 상황이며 슈렉의 또 다른 외전을 준비하고도 있는 상황이라서 그렇게 슬퍼할 일은 아니라고 봅니다. 바로 안토니오 반데라스가 목소리로 등장한 '장화신은 고양이'죠. 아시다시피 헐리웃은 시리즈에 등장한 또다른 조연을 가지고도 다른 외전을 만드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엑스맨'의 '울버린'이 그랬던 것처럼 말이죠.




슈렉은 그렇게 떠나가지만 그 녹색괴물과 함께했던 10 년은 잊지 못할 것 같네요.

안녕, 슈렉... 안녕, 겁나먼 왕국...


PS. 저는 오리지날 출연진의 버전으로 봤는데 갑자기 더빙버전도 궁금해집니다. 우리의 국민 앞잡이(?) 이수근 씨는 과연 럼펠을 어떻게 연기했을지 말입니다.

그리고 이 작품은 엔딩크레딧이 의외로 중요합니다. 바로 슈렉 1편부터 3편의 이야기들과 명장면을 엮어서 재구성한 엔딩크레딧이기 때문이죠. 유종의 미를 거두기 위한 마지막 엔딩장면이 아닐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