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한 잡설들/오감만족... 이 영화 봤수?

'악마를 보았다' 김지운 감독, 극한의 공포를 관객에게...

송씨네 2010. 8. 13. 12:07







※스포일러 있습니다. 화제작인 만큼 주의 부탁드립니다.



영등위로부터 제한상영가 등급을 받은 영화는 그동안 많았지만 우여곡절 끝에 개봉된 영화들도 많습니다. 물론 그런데에는 등급을 내리기 위해 어떻게든 몇 장면을 삭제함으로써 제한상영가 등급에서 해방되는 것이죠. 제한상영가 등급은 사실상 광고도 할 수 없으며, 국내에 제한상영가 전문극장이 하나도 없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상영금지나 마찬가지인 것이죠.

김지운 감독의 신작 '악마를 보았다'는 상당히 사면초과의 상황이었습니다. 

1분 30초 가량을 삭제하여 세번째 심의를 마쳤고 우여곡절 끝에 12일 개봉을 하게되었지요.

11일 기자시사까지 속전속결로 이루어졌으니 더 늦어졌으면 개봉도 못하고 기자들의 리뷰도 못볼 수도 있었다는 것입니다.

겨우겨우 개봉을 한 화제작 '악마를 보았다'의 뚜껑이 열렸고 예상만큼이나 영화에 대한 이야기도 많아졌습니다. 도대체 이 영화가 어떤 영화이길래 말이 많은 것일까요?




외진 곳의 어느 시골 마을...

하늘에는 눈이 내리고 있고 타이어가 고장난 차량이 서 있습니다.

그리고 이 고장난 차량으로 한 노란색 학원 승합차가 지나갑니다.

호의를 배푸는 이 남자(?)에게 고장난 차량의 주인인 여인은 고민을 하지만 전화를 받은 남친은 그 호위를 의심할 수 밖에 없지요.

호의를 무시한 댓가는 처절했습니다. 다음날 근처 저수지에서 발견한 여인의 사체...

이렇게 수현의 약혼녀 주연은 세상을 떠났습니다.

국정원 요원 수현은 이제 분노만 남았습니다.

수소문 끝에 범인으로 지목된 남자 경철...

수현에게 꼼짝 없이 걸린 경철은 계속 당하게 되지만 그를 막아낼 방법도 없습니다.

더구나 경철은 반성하기는 커녕 택시강도를 오히려 피바다로 때려잡고, 병원이며 비밀하우스 등을 들쑤시며 악행을 이어나갑니다.

복수가 끝나간나간다고 생각될 무렵 상황은 역전되고 있습니다. 

이제 경철은 역으로 수현이 사랑했던 사람의 가족들을 공격하기 시작한 것이죠.

인간 말종의 악마와 점차 악마가 되어버리는 한 남자... 우리가 본 악마는 과연 누굴까요?






이 영화는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악마와 악마의 대결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반성하지 않고 후회하지 않으며 악행을 저지르는 경철과 사랑하는 약혼녀를 잃고 복수에 치닫고 이것이 심해지면서 이제는 정의의 수호자처럼 행동하는 것도 모자라 그것을 즐기고 있는 수현의 모습까지 보게 됩니다.

이런 상황에서 누가 악마라고 이야기한다는 것은 힘들겠죠?

이 영화의 제목인 '악마를 보았다'는 많은 뜻을 숨기고 있지만 누구를 악마로 지칭한다는 것은 힘든 이야기인 것 같습니다. 어쩌면 우리 마음속에서도 조금은 악마의 근성이 있을 수도 있으니깐요.




이 장면은 처음부터 시작해 끝까지 잔인한 장면들로 가득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토막살인은 물론이며 얼굴이 여러번 굴러다니는 모습도 등장합니다.(그만큼 특수분장과 더미들이 많이 등장했겠지요.) 너무 잔인하고 너무 끔찍해서 영화를 보시다가 상영관을 빠져나가실 분들도 분명 생기리라 봅니다. 하지만 최근 영화들의 모습이 드라마적인 모습도 중시하지만 볼꺼리에 치중하여 약간 자극적인 장면도 많은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악마를 보았다'에서 등장하는 자극적인 장면은 어쩌면 인간의 극한 공포는 어디까지인가를 시험해보는 영화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우스겠소리로 어떤 분이 이 영화는 부천영화제의 '제한구역' 섹션에 들어가야 어울릴 영화라는 이야기는 틀린 말이 아닌 것 같고요.




삭제장면에 대한 이야기는 말이 많지만 아무래도 인육을 개에게 먹이던 장면이 삭제된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이 역시 인간의 잔인함의 끝을 보여주는 장면이겠지만 작품의 흐름상에 꼭 필요한 장면은 아니기에 결국에는 심의에 안전하게 통과하기 위해 삭제되었을 가능성이 높죠. 인육을 먹는 장면에 대해서는 많은 영화들이 사용하고 있지만 과거 지존파와 같은 엽기 살해범들에서 영감을 받은 것이 아닌가 싶은데 이 장면은 어쩌면 사람이 먹었어도 제한상영가를 받았을 법한 장면임에 틀림없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장면은 미풍양속으로 생각할 때 있을 수 없는 일로 받아들일테니깐요. 반대로 외국에서는 이런 장면들이 통과되는 이유는 등급을 무겁게 먹이면 될 뿐이지 다만 그렇게 제한을 억지로 할 이유는 없다고 느껴서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이 작품은 우려스러운 점들도 많죠. 임신중인 여성이며, 전문직 간호사, 여고생 등... 살해나 강간을 하는 사람들의 제한을 두지 않았다는 점은 요즘 뉴스에 등장하는 범죄들의 모습을 생각한다면 사실적이긴 하지만 너무 지나치게 자극적이고 이들 여성들에게 항의를 받기 충분하지 않나 싶습니다. 자극적인 것도 그렇지만 모방범죄와 전문여성들을 범죄의 표적으로 비추는 것도 그리 유쾌하지만은 않습니다.



하지만 영상만큼은 때깔이 곱다고 해야 할 정도로 멋진 영상을 자랑합니다.

'놈놈놈'에서 정우성 씨가 밧줄 하나로 멋진 와이어 액션을 선보인 것을 생각한다면 이 영화에서는 택시에서 벌어지는 피의 혈투(?) 장면의 경우 아예 택시를 360도 돌려서 촬영이 가능하도록 세팅을 했다는 점이 이색적이죠. 그리고 우리가 볼 때는 CG를 입혀서 전혀 그런 느낌이 못들도록 촬영을 했다는 것이 특징입니다.

김지운 감독의 스타일도 스타일이지만 이모개 촬영감독의 도전도 대단하다는 것이죠.



'달콤한 인생', '놈놈놈'에 이어 세 번째로 작업을 한 이병헌 씨와 '조용한 가족' 이후 김지운 감독과 작업한 최민식 씨 모두 김지운 감독이 아끼는 배우들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지 아이 조'와 '나는 비와 함께 간다'와 나름 헐리웃 신고식을 성공적으로 끝낸 이병헌 씨이지만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고통을 겪던 상황에서 차기작을 이 작품으로 골랐던지라 이병헌 씨에게는 나름 의미가 있는 작품이라고 여겨집니다. 최민식 씨의 경우도 사채 CF 구설수로 시달리다가 작은 영화에 출연하면서 컴백을 시도했고 이 작품으로 그 기반을 마련한 것이 아닌가 생각이 되어집니다. 두 배우 모두 과거 사연이 많았던 배우인지라 이들이 이 작품에서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지, 아니면 논란만 받고 조용히 사라질지도 두고 볼 일입니다.




이 작품에 대한 잔인성에 대한 이야기는 아마 계속 될 것으로 보입니다.

심지어는 잔인한 영화에 대해서는 아예 상영을 금지해야한다는 여론도 등장하기도 했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자극적인 장면에 대한 심의 기준에 대한 의문과 더불어 영화인의 창작의욕을 저하시킬 우려도 생각해보게 됩니다. 이래저래 생각해 볼 것이 많은 작품임에는 틀림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