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한 잡설들/오감만족... 이 영화 봤수?

영화 '탈주', 탈영에 대한 용기있는 영화가 될 것인가?

송씨네 2010. 8. 24. 12:54









※개봉 예정작입니다. 스포일러 있을 수도 있습니다.


여러분들 중에서 특히 남성분들 중에서 군대에 대한 추억을 얼마나 가지고 계신지 모르겠습니다. 

사람들은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고 하지만 그런 이들에게 군대를 또 가보겠냐고 물으면 절대...라고 이야기 할 것입니다. 그마만큼 군대는 남성을 남성으로 만드는 곳이지만 지옥에서의 몇 년으로 생각되어지는 곳일 것입니다. 

3 년이 2년이 되고... 그리고 다시 줄어들다가 이번에 다시 늘어난다는 소리에 말들이 많습니다.

군대에 있다보면 사람들은 탈영을 한 두번 생각하기 마련이지만 실제 그럴 수는 없지요. 하지만 국방부의 공식기록에 의하면 5년간 소속부대에서 탈영한 숫자가 무려 5천 9백여명이라고 하니 우습게 볼 일이 아니죠. 실제로도 제 군생활 때도 몇 명이 부대 미복귀, 그러니깐 탈영한 경우가 있다는 것이고요.

'후회하지 않아'의 이송희일 감독이 이야기하는 탈영에 대한 진지한 이야기, 영화 '탈주'입니다.




세 명의 군인이 야산을 미친듯이 뛰어다니고 있습니다.

동민, 재훈, 민재... 이 계급도 다른 이 병사가 탈영을 하는 이유는 고참들의 구타에, 말기 암으로 시한부 선고를 받은 홀어머니를 만나기 위해, 변심한 애인에게 복수하기 위해... 이렇게 다양하죠.

낙오 되어 죽음을 맞이하는 동민을 뒤로 하고 재훈과 민재는 여전히 뛰고 있습니다. 재훈은 과거 마트에서 일할 때 만난 친한 누나인 소영까지 합류하면서 상황은 꼬이고 있었습니다.

결국 어머니의 죽음을 보고도 상가집에 갈 수 없는 재훈과 애인 변심때문에 탈영을 결심했다지만 사실은 군부대 상사들의 성추행으로 탈영을 하고만 민재의 이야기까지 듣게 되면서 그들의 상황은 안타깝기만 합니다.

점점 군부대와 경찰의 검문검색이 강화되고 이들은 외국으로의 도피를 위해 어선을 찾게 됩니다.

하지만 카센터를 차리는게 꿈인 민재는 그들과 헤어지기로 합니다.

"이 놈의 나라, 작긴 작어..."

이 좁아터진 대한민국에서 그들의 대탈주는 성공적으로 끝을 맺을까요?






군대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영화의 경우 소재도 민감하지만 국방부에서 상당히 민감하게 다루는 소재입니다. 더구나 탈영이라는 소재가 더해진다면 그야말로 대략난감이겠지요.

이미 군대 이야기로 많은 논란과 더불어 좋은 평가를 받았던 윤종빈 감독의 '용서받지 못한 자'만큼이나 이 영화는 더 강력하고 더 자극적인 이야기로 관객에게 다가온 것이죠. 제가 자극적이라고 표현했지만 앞에도 말씀드렸듯이 최근 탈영 문제는 줄지 않는 현상으로 생각됩니다.

구타 가혹행위를 없애자는 운동을 벌이거나 선임과 후임이 무조건 존댓말을 사용하는 등의 다양한 방식이 도입되기는 했지만 오랜동안 남아 있는 군대의 계급사회가 바뀔리가 없지요. 그런 상황에서 탈영이 많아지는 것도 어쩌면 당연한 문제라고 봅니다. 

그런점에서 탈영에 대한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다룬 이 작품은 분명 논란이 될 수도 있는 작품이라는 생각을 갖게 만듭니다.



6일... 약 일 주일이라는 상황에서 벌어지는 이 이야기는 보통 3일 만에 탈영병들이 잡힌다는 점에서 참고하여 더 디테일하게 만들어지기 위해 그들이 오랫동안 버틸 수 있는 상황들을 제시합니다. 이송희일 감독의 이야기에 의하면 보통 탈영병들은 3일안에 붙잡히며 대부분이 PC 방이나 찜질방을 전전하다가 생활한다고 하더군요. 그런점에서 이 영화는 찜질방이나 PC 방 장면이 없다는 점을 볼 수 있다는 것이죠. 함정을 잘 피해간 덕분이 아닐까 싶어집니다.

물론 트렁크 안이라는 뻔한 공간에 숨으면서도 검문검색에 걸리지 않았다는 상황은 약간 옥의 티가 될 수도 있겠지만 이후의 장면들은 의외로 탄탄하게 이들의 도주 장면들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특히나 위에서 내려다본 장면이 유난히 이 영화는 많은데 '헬리캠'이라는 최첨단 기구를 사용하여 위에서 그들의 도주 장면을 리얼하게 내려다보는 모습을 연출했으며 더구나 고가인 점을 감안해 이 기구를 사용할 수 있도록 영화팬들에게 모금을 하고 그 모금명단이 엔딩크레딧에 등장하는 점도 인상적으로 다가옵니다.






소유진 씨의 경우 영화 '2424' 후 몇 년만의 영화 복귀작이라는 점에서 화제를 낳았고 또한 제작비 조달이 어려워지자 제작진에게 통크게 제작비를 임시로 지원한 사연이 알려지면서 대인배라는 칭찬을 듣기도 했습니다. 소유진 씨의 연기에 대해 뭐라고는 할 수 없지만 자칫 남성들의 영화에서 등장하는 홍일점의 문제들이 질질 끌려다니는 경우가 많다는 것인데 물론 그녀가 리드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질질 끌려다니는 캐릭터는 일단 아닌것으로 판단이 되어집니다. 그런 캐릭터였다면 문제였겠지요. 하지만 우리나라에 여성이 단독으로 주연인 영화를 찾아볼 수 없다는 점은 여전히 큰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후회하지 않아' 이후 간만에 다시 만난 이영훈 씨의 경우 갸날프지만 어머니의 정을 그리워하는 재훈 역을 맡아 열연하기도 했습니다. 이영훈 씨는 연기를 참 잘하는 배우지만 동료 배우들의 대진표가 좋은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같이 배역을 맡은 배우들이 성공하면서 본인은 정작 지명도가 크게 달라지지 않음에 아쉬워하지 않은가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담담하게 대답한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스캐줄로 인해 무대인사 때만 잠시 등장한 민재 역의 진이한 씨의 경우 드라마나 연극무대는 자주 출연했지만 첫 영화여서 그런지 첫 영화임을 강조하며 잘부탁한다는 말을 잊지 않더군요. 현재도 드라마에서 맹활약하면서 앞으로 주목할 배우라는 생각이 듭니다. 까칠하지만 속은 내성적인 민재 역을 역시 충실히 했습니다.




사실 이 영화는 그렇게 큰 긴장감을 주는 영화는 아닙니다.

일 주일간의 세 남녀가 탈영을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그들의 삶이 얼마만큼 변화될 것인가라는 진지한 물음을 이야기하고 있으니깐요. 로드무비의 대표적인 전형일 수도 있겠지만 그렇게 유쾌하지도 않으며 그리고 그렇다고 그렇게 심심한 영화는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긴장구도를 많이 집어넣었더라면 좋을 생각도 들고요. 

저 같이 기억력 나쁜 사람에게 주요등장인물이 적다는 것은 영화에 집중하기에 좋긴 하겠지만 세 명의 이야기로만 이야기를 잡아내기에는 한계도 있으니깐요. 조연급 인물들을 자주 등장시켰더라면 하는 아쉬움도 듭니다.


탈영이라는 이 민감한 소재가 과연 관객들에게는 어떤 모습으로 다가올지 모르겠네요.

자, 여기서 8월 23일 열렸던 기자 시사후 기자들과의 Q&A를 소개할까 합니다.

앞써 말한 소유진 씨의 통큰 제작비 지원이야기부터 예비군 훈련 떠나는 이영훈 씨의 이야기까지 들어보시기 바랍니다.




영화 '탈주' 기자 시사 from songcine on Vime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