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한 잡설들/오감만족... 이 영화 봤수?

다큐 '땅의 여자' 여자는 약해도 농촌 아줌마는 강하다.

송씨네 2010. 8. 26. 16:28





※9월 9일 개봉 예정작입니다.


여러분에게 농촌은 어떤 곳이라고 생각되시나요?

'전원일기'의 양촌리, '워낭소리'의 누렁소가 살았던 곳... 아니면 외할아버지나 외할머니 혹은 친할아버지, 친할머니가 살고 계신 부모님들의 고향...

그것도 아니면 '청춘불패'나 '패밀리가 떳다'에서 연예인들이 농촌체험하며 놀다가 돌아가는 곳?

농촌의 정착은 쉽게 말할 수 있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농촌에 대한 이야기를 담아오던 권우정 감독은 그동안 심각한 농촌의 실상만 담아내던 분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런 그녀가 이번에 담아낸 것은 평범한 농촌의 세 여성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경운기타고, 트렉터 타고 농촌으로 여행가보실까요? 다큐 '땅의 여자'입니다.




경상남도의 한 자그마한 농촌마을...

실수 투성이지만 누구보다도 베테랑으로 농사를 짓고 계시는 소희주 씨, 농촌총각과의 결혼을 로망으로 삼았고 그 꿈을 이룬 변은주 씨, 여성농민회 사무국장에 공부방 강사에 1인 수십역을 하고 있는 울트라 우먼 강선희 씨... 그들은 한 학교 선후배 관계입니다.

이들은 서로를 의지하기도 하고 때로는 슬픔을 함께 나누는 동창들이자 동료이자 마을 친구들입니다.

그러나 이들의 삶도 늘 유쾌하지만은 않습니다.

정부는 WTO 정책으로 농민들을 이해하지 못하는 정책만 보여주고 있고 은주 씨는 분가 문제 때문에 조용할 날이 없고 선희 씨의 남편은 병마와 싸우고 있습니다.

절대로 좋지도 나빠지지 않을 것 같은 이 농촌의 삶...

그러나 그들은 슬퍼할 겨를이 없습니다. 봉사활동 하느리라, 아이키우느리라, 농사 짓느리라 바쁘니깐요.







권우정 감독은 농촌에 대한 실상을 다룬 여러편의 다큐를 선보이면서 농촌의 앞으로의 숙제들을 이야기하던 감독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동안의 작품들이 실상을 보여주는 르포형의 다큐였다면 그녀가 이번에 보여준 작품은 그야말로 농사짓는 세 여인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여성 농민들의 일상과 사랑과 일 등의 삶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운이 좋아서 기자시사가 끝나고 이 영화를 배급한 시네마 달 관계자 분들과 권우정 감독님, 그리고 기자 시사를 함께한 변은주 씨와 김선희 씨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소희주 님은 개인사정으로 참석을 하지 못하셨고요.

다양한 이야기가 나누어졌지만 아무래도 그들의 삶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루었지요.

권우정 감독이 이들 세 여성을 만난 것은 2005년 홍콩에서 열린 WTO 반대 집회였다는 군요. 여기서 주인공인 세 명의 여성과 강선희 씨의 시어머니 분까지 만났고요.


실제로 권 감독도 그렇고 조연출 팀도 농사를 도와가며 이들의 일상을 따라갔고 덕분에 많은 이야기가 나왔다고 합니다. 그렇기에 약 5년 간의 기록이 그들에게 어색하지 않는 것은 권 감독을 동생처럼 대했던 이들의 모습 때문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이 들 세 여성은 모두 부산 동아대를 나온 분들로 실제 두 분은 농사와 관련된 학과를 나온 분들입니다만 이들이 결혼을 하게 된 과정까지 모두 같지는 않습니다. 평강공주처럼 농촌총각의 환상에 젖어서 결혼을 하기도 하고 농민단체에서 서로 눈이 맞아서 결혼을 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들의 삶이 늘 순탄치는 않았죠.

육아문제도 그렇고 여성농민회에서 호출하면 출동해야하는 것이 이분들의 임무가 되어버렸으니 남편분들과 자식들이 불만이 없다면 거짓말이겠지요. 하지만 누구보다도 농촌을 사랑하고 가족을 사랑했던 이들이기에 다른 가족들도 충분히 이해를 했을지도 모릅니다.


다큐는 이 분 세 명의 일상을 쫓아가지만 후반으로 넘어가면서 강선희 씨의 이야기로 약간 무게 중심이 이동을 합니다. 안타깝게도 그녀의 남편인 故 김정호 씨가 당뇨로 인한 합병증으로 세상을 떠나는 장면이 등장하기 때문이죠. 고부 갈등의 위험과 더불어 그녀의 시어머니 분이 고향으로 돌아가지 않으면서 심각한 사태가 오는 것이 아닌가 싶었죠. 하지만 이들은 이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합니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이 작품은 여러 영화제에서 초청도 받고 상도 받았습니다.

저예산 영화... 특히 다큐가 늘 그렇지만 제작비 조달이 역시 힘든 과제였다고 하죠.

부산영화제와 서울독립영화제의 수상으로 제작비가 충족이 되기도 했다고 하니깐요.

이 영화는 두바이 국제 영화제에서도 초청이 되었는데 너무 적나라한 이야기 때문에 몰래카메라 의혹(?)까지 받았다고 하니 얼마나 이 작품이 솔직하게 이 들 세 여성 농민의 이야기를 그려냈는지는 이해가 가실껍니다.

영화제에 초청되어서도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았는데 특히나 젊은 20 대 여성들의 지지를 받았다고 합니다. 심지어는 귀농을 하겠다고 하시는 분들도 생겨났으니 말이죠. 상영장에서 주인공 세 분이 가지고 오시는 농산물은 상영과 별개로 덤으로 관객들에게 인기작용을 했다고 하죠.


이 영화도 다큐 프렌즈 작품으로 올라와 있습니다.

다큐 프렌즈는 일종의 명예 홍보대사로 특정 다큐 작품에 대해 명사 분들이 지지해주고 이들 작품을 홍보하는 역할을 하게 됩니다. 이 영화의 다큐 프렌즈는 모델 장윤주 씨가 맡게 되었고 실제 기자시사가 있던 8월 25일에도 이 영화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으셨습니다. ('무한도전'과 '무릎팍 도사'에서 보여준 당당한 이미지의 카리스마와 엉뚱함이 이 작품의 다큐 프렌즈로는 딱이죠.)



작품을 보고 나서 가장 많이 나온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귀농에 대한 환상을 갖지 말아달라는 것이고 또 하나는 대를 이은 되물림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우연이었는가 아니면 의도적이었는가라는 질문으로 마지막 장면쯤에 해당되는 선희 씨와 선희 씨의 시어머니 분이 경운기를 몰고 가는 장면을 각각 교차해서 편집한 의도에 대한 질문이었는데 어쩌면 거기에서 이 영화의 메시지가 담겨져 있는 것 같습니다. 사실 앞에도 말씀드렸지만 선희 씨의 시어머니 분은 WTO 집회에 같이 참여하는 열성을 보여주었습니다. 여성이기 이전에 그녀도 하나의 여성농민이라는 것이죠.

그리고 그 여성 농민의 삶으로써의 되물림은 좋건, 나쁘건 간에 후세 사람들이 잇게 되는 것이고 영화속에서는 며느리였던 선희 씨가 이어나가게 되는 것이죠.


하지만 문제는 이렇게 자연스럽게 되물림되도록 이 사회가 가만히 놔두지 않는다는 것이죠.

뉴스에서 농민들이 톨게이트를 점거한 것을 보시고 저게 뭔 주책이냐고 물으실 분이 계시겠지만 1년 농사를 하고 사람농사를 짓는 이들에게 WTO 같은 말도 안되는 정책으로 불편한 삶을 살 수 밖에 없는 그들에게는 사람들이 그들이 왜 거리로 나왔는가에 대한 사연을 듣지 않아서가 아닐까 싶어요.

그들이 편하게 농사만 짓게 할 수 있도록 이 사회에 도와달라는 것은 단순한 푸념은 아닐 것입니다.



다큐 '땅의 여자'의 행복한 엔딩을 보고도 우리가 행복하게 극장을 나설 수 없는 이유는 그런 이유 같아요.

농촌에 관한 유쾌하고도 진지한 이야기... '땅의 여자'를 같이 봐주시길 바랍니다.

이 다큐도 공동체 상영이 돌 예정이니 극장에서 놓치신 분은 공동체 상영이라도 꼭 보시길 권합니다.








실제 주인공인 변은주, 강선희 씨...




땅의 여자 시사 from songcine on Vime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