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는 안그랬는데 요즘은 심하게 아프면 그 기간이 오래가더군요.
몇 일동안 심하게 앓고 나서 느낀 것은 우리들의 사랑의 열병 또한 초반에는 안그런데 경험하면 경험할 수록 그 열병의 기간도 길어진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이들은 이해 못하는 어른들의 사랑...
반대로 어른들은 아예 관심을 안두는 아이들의 사랑...
사랑의 열병에 시달리는 보통사람들의 이야기... 영화 '라임라이프'입니다.
롱아일렌드의 중산층 가정... 스캇이라는 소년이 있습니다.
얼굴은 핸섬하지만 하는 일은 잘 되질 않습니다.
왕따처럼 당하고 사는... 그러나 자기 잘난 맛에 사는 자뻑남이죠.
아버지인 미키는 절친이자 이웃이나 다름없는 멜리사와 큰 부동산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냥 평범한 가정이지만 미키와 그의 부인인 브렌다의 사이는 별로인 것 같습니다.
브렌다는 오즈의 마법사의 도로시를 꿈꾸지만 그녀의 아들들은 철없는 엄마라고 이야기 합니다.
멜리사의 딸인 아드리아나와는 말한번 쉽게 건내지 못하는 지라 그런 스캇과 달리 당당하고 할말 다하는 군인이자 그의 형인 지미가 부럽기만 합니다.
아드리아나 집안은 행복할까요? 거기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라임병에 걸려 늘 신경이 날카로운 아드리이나의 아버지인 찰리도 괴롭긴 마찬가지이고 더구나 한 이웃이던 미키와 자신의 마누라인 멜리사가 바람핀 것까지 보았으니 좋을리 없습니다.
스캇과 아드리아나의 관계는 점점 가까워오고 있지만 그럴 수록 어른들의 행동은 이해할 수 없는 것 투성입니다.
분명한 것은 어른들이 철없는 사랑을 하고 있는 사이 그렇게 젊은 청춘들의 사랑의 열병은 라임병처럼 끊질기게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2008년에 만들어진 이 영화는 어떻게 보면 좀 묵힌 영화라도 해도 틀린 말은 아닐 껍니다. 이 영화를 수입한 배급사 덕분에 이 영화를 미리 볼 기회가 있었고 시사회로 한번더 온전한 버전으로 감상할 수 있었습니다.
라임병이라는 소재가 등장하지만 이 영화에서는 그렇게 중요한 소재는 아닙니다.
물론 초반에 라임병에 걸린 사람들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이야기하고 있지만 말이죠.
수입을 한 배급사의 고민이 과연 영화제목을 살릴 것이냐, 아니면 이 영화의 제목을 젊은 청춘에 맞추느냐... 그것도 아니면 반대로 중년들의 사랑에 초점을 맞추느냐에 고민이 많았다고 합니다. 원제인 '라임라이프'를 그대로 사용한 것은 큰 고심끝에 내린 결론이겠지요.
하지만 이 영화의 제목이 '라임라이프'이고 그럼에도 라임병에 대한 이야기도 많지 않음에도 이 제목을 그대로 끌고 간 것은 사랑의 열병과 라임병에는 어느정도 공통점이 존재하지 않아서가 아닐까 싶어집니다.
사슴에 기생하는 진드기로 인해 생기는 이 질병은 투통과 고열에 시달리고 심지어는 사람을 사납게 만드는 병이기도 합니다.
사랑이라는 것도 열병에 시달리면 온갖 질환에 시달리죠. 심지어는 사람이 사랑에 집착하면 점차 공격적이거나 날카로워지고요. 제가 사랑의 열병을 라임병 같다고 이야기한 이유도 어쩌면 그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라임병이라는 소재만큼이나 이 영화에서 많이 보여지는 것은 미니어처들입니다.
마치 초창기 김병욱 PD의 작품인 '순풍 산부인과'에 등장한 미니어처들을 생각하게 만들죠.
장면을 전환하기 위해 이 장면이 사용되었지만 '라임라이프'에서 이 미니어처가 등장한 이유는 미키와 멜리사가 운영하는 부동산집에 등장한 미니어처라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죠. 이들 두 가족은 대표적인 중산층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미니어처에 등장한 사람들의 모습도 잘사는 부자는 아니더라도 웬지 그럭저럭 잘 사는 중산층의 모습같아 보이기도 하죠. 그런데 그들이 생각했던 것만큼 윤택했을 그들의 삶은 어딘가 모르게 어두워보인다는 것입니다.
미키가 바로 자신들이 사는 집 바로 옆에 새로운 집을 짓기로 가족들에게 선언하지만 가족들은 시큰둥 합니다. 심지어는 테니스도 즐겨야 하냐고 비아냥 거리는 이야기도 나오죠.
브렌다는 아예 자신들의 자식 앞에서 예전에 살던 집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하고 그것에 대해 아들들은 '오즈의 마법사'의 도로시 같은 환상에 빠져 산다고 브렌다에게 핀잔을 주지요.
어쩌면 그들이 말하는 행복하고 윤택한 삶은 그렇게 쉽지 않아 보입니다.
심지어 두 가정 모두 심각한 애정결핍을 보여주고 있죠. 언제든지 헤어질 수도 있는 상황들이라는 겁니다.
그런 삶속에서 돈이 많다고 해서, 땅부자라고 해서 행복한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진정한 행복은 가정이 화목해야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예가 아닐까 싶어집니다.
다음으로는 청춘 남녀의 사랑이 바로 이 영화에서 주목할 점이죠.
스캇과 아드리아나의 불완전한 사랑입니다.
요즘 유행하는 단어가 있더군요. 바로 '밀고 당기기'를 의미하는 '밀당'이라는 단어죠.
스캇은 전형적인 짝사랑을 하는 분류의 사람이고 아드리아나는 사랑에 관심없어 하는 척하는 내숭녀입니다. 다른 남자를 사귀고 좋아하는 척을 하던 아드리아나는 점차 스캇에게 접근을 합니다. 그를 좋아하고 있었는데 어쩌면 그런 그를 속타게 만들 심정으로 속마음을 보여주지 않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성당에서 포도주에 취하면서도 제멋대로 게임의 룰을 바꾸고 연상남만 좋아한다고 고집을 피우던 그녀는 어쩌면 정말로 스캇에게 애를 태우게 만들었던 것 같습니다.
그들의 사랑의 결실이 궁금하시다면 이 영화를 끝까지 보시는 것도 좋겠죠.
별로 알려지지 않은 감독들의 경우 수제자임을 강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기에 감독이 아닌 제작자를 감독처럼 남발하는 경우도 있죠.
이 영화의 경우 마틴 스콜세지가 전면에 나선 영화인데 사실 그건 별로 중요한 것 같지는 않습니다.
'라임라이프'의 감독인 데릭 마티니(마치 술이름 같죠?)는 우리나라에서 그렇게 알려지지 않지만 동생인 스티븐 마니티과 같이 각본을 쓰면서 자신들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담아냈다고 합니다. 심지어는 스티븐 마티니가 음악을 했던 경험을 살려서 그가 만든 음악들도 영화에 전면적으로 깔려 있다고 하는 군요.
빵빵한 제작자만큼이나 이 영화속의 등장인물들도 화려하죠.
'섹스 앤 더 시티'의 신시아 닉슨은 물론이요, '30 ROCK'의 알렉 볼드윈은 물론이요, 연기파 배우로 알려진 티모시 허튼이나 질 헤네시를 기용한 것도 탁월한 선택이었다고 보여집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컬킨 형제와 줄리아 로버츠의 조카가 등장했다는 점은 역시 피는 못속인다는 진리를 보여줍니다. 맥컬리 컬킨과 마찬가지로 꽃미남 유전자를 가진 로리 컬킨이나 키어런 컬킨을 보면 형들만큼이나 뛰어난 얼굴과 연기력을 가진 어쩔 수 없는 유전자에 동감을 하실껍니다. 줄리아 로버츠의 조카로도 우리에게 익숙한 엠마 로버츠의 경우도 마찬가지죠. 고모 만큼이나 뛰어난 연기력과 미모를 자랑한다는 점은 앞으로 주목할 유망주라는 점에서 틀린 소리는 아닐껍니다. 더구나 이 두 사람은 '스크림'의 네번째 이야기(아직도 안끝났어 하시는 분 계시겠지만...)에도 공동으로 등장하여 앞으로의 헐리웃의 차세대 청춘스타로써의 인지도를 높이는데 애를 쓸 것으로 보입니다.
최근 헐리웃 영화들의 특징 중에 눈여겨 볼 것은 중산층의 몰락이 자주 영화속에 비춰진다는 것입니다. '레볼루셔너리 로드', '아메리칸 뷰티' 같은 작품들의 결말은 하나같이 중산층의 몰락하거나 주인공들이 불행으로 끝을 맺는 경우가 많습니다.
세계 경제는 점차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점차 가족의 의미는 퇴색되는 요즘입니다. 어떠면 가족이 붕괴하고 중산층이 붕괴하는 것은 당연한 논리가 아닐까 싶어집니다만 그래도 사랑만큼은 지켜야 하지 않을까 싶어집니다.
이 놈의 사랑의 열병은 약도 없으니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