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한 잡설들/오감만족... 이 영화 봤수?

'슈퍼배드' 슈퍼 히어로의 그늘에서 벗어난 슈퍼악당의 명암...

송씨네 2010. 9. 29. 08:22





※지금 소개하는 리뷰는 4D 자막판 버전으로 본 영화의 리뷰임을 밝혀둡니다.


디즈니와 드림웍스의 전쟁속에 과연 이들에 대항할 팀들이 있는가 의문이 드는 요즘 그들에게 도전장을 건 이들이 있습니다. '슈퍼배드'라는 작품입니다. 

그것도 그럴 것이 일부 스텝진들중에는 바로 디즈니와 드림웍스에서 활동하던 스텝들이 보이기 때문이죠.

더구나 쇼킹한(?) 소재가 아니고서는 관심도 못받는 요즘 이들이 선택한 것은 악당을 주인공으로 한 작품이라는 겁니다. 슈퍼 악당의 개과천선? 아닙니다. 개과천선은 아니더라도 뭔가 다른 이야기...

추석시즌에 소개했으면 좋았을 영화인데 이제 소개하게 되네요. 애니메이션 '슈퍼배드'입니다.




그루는 나름대로 유명한 악당입니다. 

악당들에게 대출을 해주는 악당 전용 은행에서도 그럭저럭 VIP 고객이지요. 

빅터라는 양반을 만나기 전까지는 말입니다.

젋은 악당 빅터의 출몰로 악당중에는 최고의 주가를 달리던 그루에게 이상이 생겼습니다.

그는 목표를 정했습니다. 저 하늘의 달을 훔치고 그것을 댓가로 거액의 돈을 뜯어내려는 계획 말입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습니다. 그럴려면 축소 광선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데 라이벌 악당 빅터가 그 광선을 소유하고 있기 때문이죠.

마침 쿠키를 팔아 연명을 하고 있던 고아원 세 자매 마고, 에디트, 아그네스를 만나게 됩니다.

큰 언니이자 듬직한 개구쟁이 기질의 에디트, 특이한 소리와 유니콘에 집착하는 막내인 아그네스 까지...

그루는 별 수 없습니다. 이들을 양자로 맞이해서 빅터를 공격하는 외에는 말이죠.

그런데 참 이상하죠. 난 악당인데... 난 악당인데... 

그루에게 이 세 친구들에 대한 감정이 더해지기 때문이죠.

천하의 악당 그루, 이제 악당에서 진정한 아버지가 되는 것일까요?







이 작품은 특별한 조건들을 다 갖추고 있습니다.

요즘 대세인 슈퍼히어로를 약간 비틀어 영웅이 아닌 영웅의 뒤에서 나쁜짓만 준비중인 악당들을 그 주인공으로 내세웠기 때문이죠. 그렇기 때문에 이 작품에는 선한 인물들이 하나도 없습니다.

세 자매로 등장하는 친구들을 제외하면 말이죠.

그러나 그 모든 악당들이 친근하게 다가오는 것은 피도 눈물도 없는 매마른 감정을 지닌 악당들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루의 경우에도 단순한 악당처럼 보이는 것이 일찍 자신이 커피와 도넛을 맛보기 위해 '얼음땡 광선'을 때리거나 우는 아이에게 풍선을 만들어 주는가 봤더니 그 풍선을 다시 터뜨리는 어떻게 보면 한국의 놀부를 보는 듯한 모습이 들었던 것이죠. 조연급 악당중에는 007의 과학자 Q를 연상시키는 네파리오 박사나 그루의 충직한 부하들인 미니언들 까지를 보더라도 작정하고 악의를 보이는 인물들로 보이지 않기 때문이죠.


더구나 세 아이의 부모를 자처한 그루가 악당에서 아버지로 변모하는 모습은 많은 이들이 공감하고 감동을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착한 아버지는 아니지만 자신만의 악당 방식으로 유니콘 인형을 구해서 선물하고 못쓰는 미사일로 침대를 만들어주는 모습도 인상적으로 다가옵니다.



무엇보다도 이 작품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미니언들이죠. 노란 캡슐모양의 이 친구들이 떼로 나와서 장난치고 싸우고 노래하고 이런 모습들이 상당히 재미가 있다는 것이죠. 귀여운 캐릭터들로 외전으로 단편을 만들어도 재미있을 것 같은 캐릭터들이죠. '슈퍼배드'의 속편이 만들어진다면 아마도 저는 이 캐릭터 미니언의 공이 크다고 감히 말하고 싶네요. (더 재미있는 것은 떼로 나오는 이 미니언들 중에는 일부는 하나하나 이름을 붙어주었다는 것이죠. 만약 실생활에서 미니언들에게 하나하나 이름을 붙어주었다가는 숨넘어가거나 기억력 때문에 머리에 쥐가 났을지도 모를일입니다.)

미니언은 앤딩크레딧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크게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자그마한 재미를 끝까지 안겨주고 가니깐요. 궁금하신 분들은 앤딩크레딧을 끝까지 보시면 아실 수 있을 것 같네요.







국내에서는 소녀시대의 태연 씨와 서현 씨의 목소리로 각각 마고와 에디트의 목소리로 등장했는데요.

더빙버전을 보지 않아서 말씀드리긴 그렇지만 평은 좋았다고 하죠. 

스타들의 더빙문제는 항상 말씀드리지만 잘하면 본전이고 못하면 욕을 먹는 것이 한글 더빙의 큰 문제점이라고 보여집니다. 오히려 연기를 잘하는 영화배우들이 더빙이 못하는 경우가 있고 개그맨들이 더빙에 강한 경우도 있으니깐요. 미국의 경우 오리지널 버전의 이 작품에는 스티븐 카렐이 그루 역할을, 니켈로디온 어린이 미드인 '아이칼리'에서 돋보이는 모습을 보여준 미란다 코스글로브가 마고 목소리를, 다나 가이어가 에디트 역할을 했습니다. 모두 전문 배우나 아역배우들이 하고 있다는 점은 미국이나 국내나 큰 차이는 없죠.

하지만 여전히 아슬아슬하게 국내 더빙버전을 볼 때 괜찮을까를 생각하는 것이 사실입니다.




이 작품은 3D로 제작되었는데요, 저는 좀 더 다른 방식으로 처음으로 4D로 영화를 감상했습니다.

가격이 비싸다는 것이 흠이었지만 그만큼의 역할을 하는 것이 4D라고 생각됩니다.

특히나 이 작품에서 4D 장면으로써 충실히 해낸것은 뭐니뭐니 해도 롤러코스터 장면과 빅터와의 격투 장면일 것입니다. 하늘을 나는 기분으로 약간만 의자 높이와 움직임만 조정한다면 진짜로 롤러코스터를 타고 하늘을 나는 느낌이 들기에 충분하니깐요. 국내에서 4D 영화로의 가능성은 앞으로 무궁무진하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늘 말씀드리지만 킬링타임용 영화에는 메시지를 굳이 전달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럼에도 이 단순한 재미를 위해 탄생된 작품 '슈퍼배드'는 약간의 찐한 감동도 숨어있는 작품입니다.

악당은 악당일 수 밖에 없다는 공식도 이제 깨지는 것 같습니다.

이 작품을 보면 더욱더 그렇게 느껴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