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한 잡설들/시네마 카페

네번째를 맞은 4회 핑크영화제, 핑크무비에 도발을 허락하라~!

송씨네 2010. 11. 8. 01:15




작년인가 핑크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사실 영화를 열심히 챙겨보시는 마니아들이라면 제가 이야기하는 핑크영화 혹은 로망포르노라고 불리우는 이 장르를 여러분은 잘 아시리라 생각됩니다. 

흔히 어덜트 비디오라고 불리우는 AV와도 비슷한 장르이지만 조금씩 차이를 지닌 것이라고 볼 수 있지요.

무조건 벗기만 하고 관계를 갖는 장면에만 열중하느냐 혹은 탄탄한 스토리 라인도 포함이 되어 있느냐의 차이라고 보여집니다. 일본에서 시작된 핑크무비라는 장르는 1960년대 활발하게 이루어졌으며 현재는 다양한 영상물과 판권등의 방식으로 인해 핑크무비는 사실상 쇠퇴를 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현재로는 비디오나 DVD 시장으로 옮겨간 'V 시네마'라는 장르로 약간의 진화를 했지만 여전히 일본에서는 의외로 많은 마니아층을 지니고 있는 것이 핑크무비죠.




핑크무비에 대한 예찬론이 좀 길었나 싶은데요.

사실 이런 이야기를 서두에 시작한 이야기는 지난 금요일(11.5)부터 시작된 '제 4회 핑크필름 페스티벌' 때문이었습니다. 씨너스 이수와 이채에서 벌어지는 이 행사는 이 두 극장을 운영하고 일부 영화와 수입을 담당하는 at9의 주최로 벌어진 행사입니다.

포르노 혹은 AV라고 불리워지는 것들이 남성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다는 것을 생각할 때 이 영화제는 반대로 여성들을 위한 영화제로 시도를 하게됩니다. 쉽지 않은 도전이었음에도 이 영화제는 올해 4회를 맞이했고 이 글을 쓰는 현재도 이 행사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개막식부터 시작해 3일 동안 핑크영화제 사무국의 덕택에 많은 작품들을 보고 왔습니다. 오늘은 그 중에 몇 가지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남성분들과 여성분들 모두모두 이 이야기에 귀기울여주시길...


개막식이 열리던 11월 5일은 많은 영화계 인사를 볼 수 있었습니다. 특히나 이 날은 초단편 영화제도 있었고 은근히 많은 행사들이 벌어지던 와중이라서 이 행사의 관심도가 얼마나 높았나를 알 수 있었지요. '똥파리'의 배우이자 감독인 양익준 님과 '방자전'으로 연기를 보여줌과 동시에 단편영화 감독으로도 도전장을 내민 영화배우 류현경 님이 사회를 보는 가운데 시작되었습니다.

시작 무대는 이 영화제를 위해 공식주제가를 만든 프로젝트밴드 '핑크신드롬'의 공연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언니네 이발관 출신의 정바비 님와 가수 박성도 님이 참여한 밴드였고요. 영화제 분위기에 맞게 분홍색 옷으로 등장하신 것이 인상적이었지요.


핑크영화의 대모로 알려진 아사쿠라 다이스케의 이야기로 시작된 영화제는 이 영화제의 공동프로그래머인 데라와키 켄(전 일본문화청 문화부장)과 주희(at9 이사)님의 이번 영화제들의 작품성향들을 설명하면서 이야기를 나누는 것으로 영화제의 분위기를 이끌었습니다. 이어 씨너스 이수, 이채지점의 대표인 정상진 님의 개회사 선언으로 9 일간의 열전에 돌입을 했습니다.







개막작으로 선정된 야마토야 야츠시 감독의 1967년 작인 '황야의 다치와이프'(荒野のダッチワイフ / Dutch Wife in the Desert)는 우리관객들에게는 익숙치 않은 컬트적인 느낌이 드는 작품이었지만 1960년대 후반 일본영화에도 이런 실험영화들이 있었다는 것을 볼 수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부인의 죽음을 접한 한 사내가 복수를 하기 위해 나선다는 어찌보면 단순한 줄거리이지만 실험적인 상황들과 배드씬들이 이어진 내용들이 많습니다.




사실 영화제로만 그친다면 상당히 식상할지도 모르죠.

그래서 그런지 1950년대부터 2010년 현재까지 한국과 일본의 영화시장에 대한 비교를 판넬 형식으로 보여준 것은 참으로 인상적인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최은희 같은 옛배우부터 시작해서 심혜진, 고소영 등을 거쳐서 신민아, 이나영 등에 이르는 현재의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것이 또 다른 재미이죠.





아시다시피 이 영화제는 여성 전용영화제입니다.

그러나 조금씩 남성 관객들의 참여를 위해 기존 여성관객 전용(여탕)에서 남녀 모두 같이 즐길 수 있는 혼탕자리를 확대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사석에서 만난 주희 이사님이나 정상진 대표의 경우에도 혼탕이 늘어나기 때문에 반응도 궁금하다고 이야기를 하셨는데 의외로 여성관객만 들어온 작품들의 무대인사와 Q&A보다 혼탕버전의 무대인사와 Q&A가 반응이 좋았다는 것은 앞으로의 핑크영화제의 방향을 볼 수 있는 대목이라고 보여집니다.







주말에는 여러편의 영화들을 감상했습니다.

방금전에도 이야기드렸던 'V 시네마'로 거듭난 일본영화의 대표적 시리즈인 '트럭운전사 나미'(デコトラギャル奈美 / 2008, 2010)의 경우 단순한 섹스씬으로 자극적인 화면을 유도하기 보다는 다양한 인간군상을 유쾌하게 코미디로 만든 것이 인상적인 시리즈였습니다.(이 작품에 대한 리뷰는 따로 할 예정입니다.)


아울러 1986년에 만들어진 카타오카 슈지 감독의 'S&M 헌터'의 경우는 벌거벗은 여배우를 크레인을 이용해 공중에 띄운 장면이 가장 많은 이야기가 나왔었는데요. 당시 일본의 언론에서도 이 이야기가 이슈가 될 정도였다고 합니다. 결박사라는 직업도 있다는 점과 배우와 감독들이 이런 어려운 연기가 많았음에도 오히려 즐겼다는 점이 관객들을 폭소의 도가니로 몰고오기에 충분했습니다. 토크를 진행한 이해영 감독(천하장사 마돈나, 페스티벌)은 거기에 더 재미있는 맨트들을 연발했고요. 



'트럭 운전사 나미' 시리즈 관객과의 대화

(좌측부터 통역담당자, 주연인 요시호카 무츠호, 감독인 죠조 히데오, 그리고 주희 at9 이사)



영화 'S&M 헌터'의 S&M에 관한 토크

(좌측부터 통역담당자, 배우인 시모모토 시로, 감독인 카타오카 슈지, 그리고 토크 진행을 맡은 이해영 감독)




사실 핑크무비는 편견과 오해를 가지고 있는 장르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앞에서와 보시다시피 이해영 감독이 독특한 섹스 코미디인 '페스티벌'을 준비중인 것도 이들 핑크무비에 영향을 안받았다고 할 수 없지요. 단지 헐벗은 자들의 몸으로 말하는 이야기로 그치지 않고 다양한 시각에서 사람들간의 정과 우정, 의리들을 볼 수 있는 것이 일반 우리가 생각하는 AV와 큰 차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미성년자들은 절대 들어올 수 없는 곳이지만 그렇다고 방구석에 문걸어 잠구고 보는 영상들이 아니라는 것이죠. 그런점에서 일본의 핑크무비는 주목할 점이 많다고 보여집니다.


이 행사는 11월 5일부터 10일까지는 씨너스 이수(충신대 역)에서, 12일부터 14일까지는 씨너스 이채(파주 출판단지 방향)에서 계속 벌어질 예정입니다. 씨너스 이수의 경우 혼탕(남녀 공동 입장) 섹션이 끝이 났지만 이채에서 벌어질 영화제에서는 3일간 모두 남녀의 입장이 허락되는 혼탕으로 운영될 예정이니 놓치신 분들(특히 저 같은 남성분들)은 다시 도전해보심이 어떨까 싶습니다. 푸짐한 선물과 부대행사는 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