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한 잡설들/오감만족... 이 영화 봤수?

[파수꾼]철로위의 아이들, 위기의 아이들, 무서운 아이들...

송씨네 2011. 3. 8. 01:04




우리 앞에 철길이 있습니다. 이 철길은 어디로 향하는지 알 수 없습니다.

운이 좋다면 급행으로 향하는 열차를 탈 수 있을 것이고 어쩌면 중간에 멈춰서는 사고가 나기도 하죠. 두 갈래로 나뉘어진 길은 마치 복불복 같아서 알 수 없는 것도 그렇고요.

낡은 간이역 같은 곳에 서 있는 세 사람... 

그들은 친구입니다만 그들의 인생은 철길에 서 있습니다.


예고했던대로 이번에 소개할 영화는 '파수꾼'이라는 작품입니다.

부산영화제가 인정하고 로테르담 국제 영화제에 진출하여 화제를 모았던 영화입니다. 학창시절 어떻게 보면 추억일지도 모르고 어떻게보면 악몽같을지도 모르는 순간을 겪어왔습니다.

하이틴 영화는 많았습니다만 남자들의 학창시절 이야기는 어떻게 보면 많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말죽거리 잔혹사', '바람', 그리고 잠시나마 이야기 되었던 '친구'까지... 

남자, 의리... 하지만 건널 수 없는 강을 건넌 친구들의 이야기입니다.

영화 '파수꾼'을 이야기해봅니다.



한 남자가 있습니다. 중년의 이 남자...

가게 문을 닫고 임시 휴업 팻말을 붙이려고 하지만 다시 떼어버립니다.

사랑하던 아들이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리고 그는 아들과 함께했던 친구들을 수소문하기 시작합니다.

기태, 동윤, 희준은 친한 친구들입니다. 철길은 그들의 아지트였고 주무대였지요.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그들은 멀어지기 시작합니다.

미팅에서 만난 여자친구와의 만남에서 기태와 동윤은 서로를 오해하고 그것이 폭력으로 이어졌지요.

기태는 학교의 이른바 짱이었고 권력자였지요. 

오해와 의심은 결국 동윤과 기태 두 사람을 돌이킬 수 없는 길로 되돌리고 맙니다.

동윤이 전학을 가고 동윤이 괴롭힘을 당했다는 것을 알게된 희준은 기태에게 분노의 감정을 일으키게 되죠.

폭력으로 얼룩진 세상에서 결국 기태는 친구들을 잃었습니다.

그리고 어느덧 자신도 뭔가에게 계속 잃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너야 말로 정말 가식쟁이야..."

한 아이가 자살을 했습니다. 기태의 아버지는 그렇게 아이들을 찾아나서고 있습니다.

자신의 아들과 함께했던 그 친구들의 여정을 말입니다.





이 영화는 복잡한 실타래 같은 영화입니다.

처음 장면을 보고나면 자살한 아이는 분명 그 구타당한 아이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어이없게도 피의자였던 그리고 권력자였던 아이가 자살을 합니다.

알고 있던 사실이 바뀌면서 혼란에 빠집니다. 저 역시도 리뷰를 쓰면서 등장인물이 이 사람이 맞는지 확인하고 또 확인해야하는 사태까지 생기고야 말죠.

그러나 이 이야기는 피해자의 죽음이 아닌 피의자의 죽음이라는 점에서 망치같은 둔기로 맞은 듯한 느낌이 드는 충격적인 영화였다는 겁니다. 더구나 이 세 명의 친구 중 두 명은 중/고등학교 시절을 같이 지낸 그야말로 죽마고우임에도 피해자와 가해자로 갈라지는 문제가 생기게되죠.


그 오해의 발단은 다름 아닌 여자친구에 대한 오해였고 그 오해는 의외로 치졸한 놈으로 낙인찍힌 동윤과 그것을 이해 못해 폭력을 행사하고 결국 말로도 구슬려보지만 이 마져도 실패하는 기태의 모습으로 보여지게 됩니다. 동윤은 전학을 가면서 적응을 하나 싶었지만 기태의 죽음으로 학교를 자퇴하게 되지요.

홀로 학교생활을 해야하는 희준을 기태의 아버지가 만나면서 질문의 해답을 얻어내려고 하지만 아무것도 얻어내지 못합니다. 왜냐하면 희준 역시 자신이 전학을 간 이후 어떤 사건이 벌어진지 모르고 있었으니깐요.



'파수꾼'은 남자들의 학창시절을 다룬 영화이며 여고를 다룬 다른 영화들과도 차별화를 지닙니다.

'여고괴담' 시리즈가 섬세한 여성들의 고뇌를 이야기하였다면 남자들은 남자들 대로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있으니깐요. 남자들의 직설적인 말투도 그렇고 쉬는시간에 이루어지는 말뚝박기나 판치기 등의 그들만의 놀이라면 남녀공학이 아닌 남고, 남중을 나온 분들이라면 충분히 공감할 이야기라고 보여집니다.

이 뒤죽박죽 이야기는 이상하게도 두 갈래로 이야기가 갈라지는 순간에도 아무런 문제없이 순항을 하고 있습니다. 마치 앞을 알 수 없는 철길처럼 이야기도 속도를 내다가 줄이다가를 반복합니다. 결정적인 것은 이야기의 순서가 뒤죽박죽이라서 헛갈리기까지 한다는 것입니다. 앞에 이미 누가 죽었는가에 대해 제데로 알맞추지 못한 상태에서 더 헛갈리는 상황들이 이어지게 되지요. 마지막에는 죽은자가 판타지처럼 등장하니  더 헛갈릴 따름이지요.

하지만 잘 생각해보면 퍼즐을 잘만 맞춘다면 완벽하지는 않더라도 어느정도 맞는 완성품이 되어간다는 것입니다.






이 영화를 만든 윤상현 감독은 '아이들'이라는 단편영화로 알려진 감독이며 배우들 역시 신인으로 생각하시기 쉽지만 영화나 드라마에서 활동하면서 알려진 배우라는 점이죠.

기태 역을 맡은 이제훈 씨는 '친구사이?'와 '김종욱 찾기'를 통해 알려진 배우이며 장훈 감독의 두번째 영화인 '고지전'을 통해 관객과 만날 예정입니다. 동윤 역의 서준영 씨의 경우 아역배우로 출발하였으며 '회오리 바람'으로 그 진가를 인정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희준 역의 박정민 씨의 경우 가장 연기경험은 없으나 앞으로 주목할 배우로 생각이 되어집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영화속에 등장하는 철길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아무것도 서지 않은 낡은 역에 야구를 즐기고 있는 세 소년의 모습도 인상적이었고요. 더구나 불꺼진 열차 객실이 불량한 아이들의 아지트로 이용된다는 점이 매우 인상적이었는데요.

사실 이런 장면으로 철로가 등장하고 객실이 등장한다는 점 때문에 촬영협조가 쉽지 않았을 텐데 이런 영화에 촬영협조를 한 코레일도, 그리고 이런 촬영장소를 섭외한 섭외담당자도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열차에서의 촬영협조는 그렇게 쉽지 않거든요. (단편영화를 지하철에서 찍어본 사람으로써의 생각입니다.)




'파수꾼'은 긍정적인 의미의 제목과 달리 어떻게 보면 살벌한 영화라고 보여집니다. 피해자는 있으나 피해자는 가보면 그 자리에 없고, 피의자는 정말로 아예 그 모습이 보이지 않습니다. 피해자도 없고, 피의자도 없는... 

그것도 아닌 피해자도 될 수 있고 피의자도 될 수 있다는 것이죠.

최근 영화들에는 많은 괴물들이 등장합니다. 

CG로 만든 몬스터나 귀신을 이야기하는게 아닙니다.

삶에 지쳐서, 삶에 찌들어 스스로를 괴물로 만드는 사람들이 그것이죠.

정말 그들을 괴물로 만든 원인은 무엇일까요? 환경 때문일까요? 어른들의 그릇된 생각을 그들에게도 주입해서 그런 것일까요? 괴물이 된 그들은 어느 덧 또 다른 괴물을 키우고 있겠지요.

그게 제가 될 수도 있고 지금 이 글을 보는 당신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