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싱 얼마나 좋아하시는지요?
저는 그렇게 복싱을 좋아하지는 않습니다. 격투기 경기도 보지 않고요.
저희 아버지는 복싱을 좋아하셨지요. TV에서 권투 중계만 나오면 그렇게 챙겨보시던 분인데 요즘은 그 재미를 격투기 경기에서 찾으셨는지는 모르겠습니다.
격투기 경기들로 인해 복싱에 대한 인기가 많이 사그러진 것도 사실입니다.
결정적으로 권투인구는 늘어나고 있을지 몰라도 선수들은 늘어날 생각을 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챔피언이 없다는 것이죠.
답답하기 짝이 없는 세상 여러분은 일탈에서 벗어나 전쟁같은 싸움의 승자가 되길 원하겠지만 실제 우리의 삶은 그럴 수가 없지요.
여기 한 형제가 있습니다.
왕년의 챔피언이나 어딘지 모를 이상한 챔피언인 형이 있고 이제 곧 챔피언이 될 준비를 하는 동생이 있습니다. 권투를 했던 형제라는 점에서는 같지만 그들은 서로 다른 길을 걷고 있습니다.
실화라서 멋진 그들의 링 위에서의 가족애... 영화 '파이터'입니다.
미키와 디키는 형제입니다.
미키는 아스콘 냄새 나는 도로 포장을 하면서 챔피언의 꿈을 키우는 선수이며 디키는 왕년에 잘나가던 프로 선수였습니다. 지금은 미키의 트레이너를 자처하고 있고요.
디키를 비롯한 가족들은 미키를 휼륭한 선수이자 아들이라고 생각하고 있지요. 어머니는 그의 영원한 매니저였고 경기를 만들러 직접나서는 역할도 하고 있었죠.
상대편 선수가 몸살로 경기에 나가지 못해 다른 선수로 대체되면서 그 선수에게 패한 미키는 심한 충격에 빠집니다. 더구나 그의 형인 디키는 약에 빠져들고 그 나쁜 버릇을 취재하러 방송국이 다녀갔지만 그 출연료 역시 마약을 구입하는데 쓰게 됩니다.
결국 죄를 지어 구속되는 디키와 형 구하러 갔다가 손을 못쓰게 될 뻔한 미키는 그렇게 큰 벽이 생기고 말았고 미키는 가족들이 아닌 다른 트레이너와 다른 매니저를 구해 계약을 하게 이릅니다.
그리고 사랑하는 여인 샬린을 위해 몸을 받치기로 하죠.
술집여자라고 손가락질하는 미키의 어머니와 자식들과 가족들을 등지고 미키는 챔피언에 한 발 한 발 다가가지만 가족과의 벽은 커지게 됩니다. 그리고 디키의 출소이후 그들의 삶에 약간 변화가 생기기 시작합니다.
과연 미키는 계속 승승장구하여 챔피언의 자리에 등극할 수 있을까요?
그리고 가족간의 오해와 불신의 장벽은 허물어질까요?
'파이터'는 분명 권투를 소재로 한 스포츠 영화이지만 다시 살펴보면 가족영화에도 포함되는 작품입니다.
스포츠와 가족은 어울릴 것 같지 않지만 자주 등장하는 소재이며 그것은 부드럽게 잘 녹아져내리는 편입니다. '록키' 시리즈의 초반이 권투에 집중했다면 시리즈를 거듭할 수록 가족애에 집중을 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밀리언 달러 베이비'의 경우에도 피를 나누지 않았을 뿐이지 피를 나눈것과 다름없는 관장과 여자 챔피언이 등장하는 영화라는 점에서 가족영화라는 점은 어떻게 보면 틀린 점이 아니죠.
하물며 곽경택 감독의 '챔피언'의 경우에도 가족이 등장합니다. 가족의 응원없이는 챔피언이 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이야기라는 생각도 해봅니다.
그런 점에서 이 영화에서 처음과 끝에 미키와 디키가 쇼파에 앉아 자신들의 이야기를 하는 장면은 왜 그들이 권투를 해야만 했으며 그리고 그 우정과 애정이 왜 오랫동안 지속되었는가를 보여줍니다.
그리고 엔딩크레딧에 실제 두 주인공의 모습을 삽입시켜 그것이 진실임을 다시한번 각인시켜주는 것이죠.
어려운 삶 속에서도 꿈을 잃지 않는 동생 미키와 왕년의 챔피언이라는 자만심에 의해 약에 빠지고 스스로를 악동, 사고뭉치로 만드는 형 디키의 모습은 슬픈 모습으로 다가옵니다. 문제는 이를 극복하는 과정일 것입니다.
디키는 감옥에서 환청에 시달리지만 점차 약을 끊고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고 동생에게 다가가려고 합니다. 하지만 그러기에는 이미 늦은 것처럼 그들에게는 보이지 않은 벽이 보였던 것입니다.
그러나 그 벽은 결국 디키가 미키의 애인인 샬롯에게 양보를 선언하면서 조금씩 합의점을 찾아가기 이릅니다. 그리고 힘들었던 가족관의 관계는 화해를 넘어서서 평화를 이루어냈고 승리를 이루어냅니다. 어쩌면 간단하고 금방 끝날 수 있는 문제를 서로 양보하지 않음으로써 그 앙금이 오래남았던 것이 아닐까 싶어집니다.
이 영화의 영상은 재미있게도 상당히 거칠게 찍은 듯한 모습이 강합니다.
일반 영화에서 보여지는 영상이랑 뭔가 다르다는 느낌입니다.
마치 우리가 대형화면으로 TV에서 나오는 복싱 중계방송을 직접 보는 듯한 느낌이라고 해야할까요?
특히나 미키의 경기 장면에서는 상당히 화면이 좀 커칠어 보입니다. TV 화면을 보는 듯한 모습이 있었고요. 과거를 회상하는 장면에서는 VCR 화면이 사용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거기에 디키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다큐의 장면 모습도 거칠어 보입니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이 형제들은 하나같이 순탄한 삶을 살지 않았기 때문이죠.
그렇기에 거친 화면속의 그들의 모습은 결코 어색한 모습이 아닌 당연한 모습으로 비춰지는 것이지요.
디지털적인 화면이 아닌 일부러 거친 화면을 집어넣음으로써 생동감과 더불어 날카로움을 동시에 느낄 수 있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껍니다.
아이돌에서 완숙미 있는 배우로 성장한 마크 윌버그는 어떻게 보면 자신의 자전적인 모습과도 닮아 있다고 보여집니다. 아니, 어쩌면 영화속 형으로 등장하는 디키와도 그가 닮았는지도 모르겠네요.
디키 역을 한 크리스찬 베일은 '베트맨'시리즈를 비롯하여 많은 다양한 작품을 통해 다양한 연기변신을 시도하는데 한 번도 그 변신이 실패하거나 어색한 적이 없었다는 것은 그가 정말 팔색조를 지닌 배우라는 것을 다시한번 입증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껄렁거리는 사고뭉치 형 역할이 상당히 잘 어울렸다는 것이죠.
샬린 역을 맡은 에이미 아담스는 우선 그 글레머한 몸매를 보고 놀랐던 느낌이 들었습니다. 술집에서 일하고 과거 높이 뛰기 선수였으나 많은 아픔을 지니고 있는 여인으로 등장했는데 육감적인 몸매 뿐만 아니라 연기도 좋았었지요. 미키네 가족들과 한바탕 욕전쟁과 육탄전을 치룬 장면이 상당히 인상적이지요.
무엇보다도 앨리스 역을 맡은 중견배우인 멜리사 레오가 인상적이었는데요. 줄담배를 피워대면서 자식걱정에 노심초사 하는 어머니 역을 맡았는데 얼마전 개봉한 '블랙스완'의 에리카와 비슷한 캐릭터가 아닐까 싶어집니다. 광기에 가까울 정도로 자식에게 집착한다는 모습에서 상당히 닮아있었다는 겁니다.
복싱은 거친 스포츠임에는 틀림없습니다.
그럼에도 그들이 이런 전투를 벌이는 이유는 뭘까요?
인생은 권투의 12 라운드라고 이야기합니다.
이는 끝까지 가봐야 알 수 있다는 것이죠.
물론 영화속 주인공들처럼 KO와 TKO로 끝나면 좋겠지만 호락호락 하지 않는게 우리의 인생입니다.
우리의 행복한 인생을 위해 12 라운드까지 해보는 것은 어떨가요?
복싱은 12 라운드, 야구는 9회말까지 가야하는 것 아닌가요? 우리 인생처럼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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