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한 잡설들/오감만족... 이 영화 봤수?

[수상한 고객들]휴먼 코미디의 공식을 그대로 따른 영화!

송씨네 2011. 4. 16. 22:58



휴먼 코미디라 불리우는 장르가 있습니다.

어쩌다가 생긴 신종 장르이지만 드라마의 성격을 지니고 있는 코미디라는 겁니다. 이런 작품들의 특징은 예고편은 배꼽잡게 사람을 웃기더니만 실제 본 상영에서는 '낚였다!'라는 말이 절로 나오게 되지요. 물론 이 말을 하게 되는 영화는 예고편에 비해 실망감이 클 때의 경우입니다.

오늘 소개할 영화 '수상한 고객들'은 코미디로 포장을 한 영화입니다. 심지어 공식 트위터도 코미디에 강조를 하고 있어서 이 영화는 그냥 코미디 영화인가 싶었습니다.

그런데 기자시사회에서 영화를 관람한 류승범 씨의 표정이 별로였지요. 

그 때 알았어야 했습니다. 이 영화는 단순한 코미디영화가 아니었다는 것을...



고객을 소중히 생각하겠습니다!

보험왕 병우는 사실 과거 그럭저럭 잘나가던 야구선수였습니다.

선수생활을 포기하고 포수로 활동하던 지금의 박 매니저와 같이 이 일을 하고 있지요.

그런데 그가 보험왕이 된데에는 비결이 있습니다.

사실 오 부장이라고 불리우던 보험회사 출신 지인의 등살에 떠밀려 곧 죽을지도 모르는 고객들을 약관에 싸인을 해버렸기 때문이죠. 그것도 생명보험을 말입니다.

그의 목표는 자살방조로 내사 걸리기 전에 이들에게 연금보험으로 보험을 바꿔야 하는 처지입니다.

세상을 떠난 남편을 대신해 비정규직 환경미화원이 된 억척녀 복순을 시작으로, 버려진 버스에서 살고 있지만 누구보다도 꿋꿋하게 살아가는 훌륭한 기타 실력으로 똘똘뭉친 소연과 현 남매, 틱 장애로 의도하지 않게 혼잣말로 욕을 하지만 알고보면 심성 고운 청년 영탁까지... 

그런데 이 들의 삶은 너무 기구합니다. 병우가 이들의 죽음을 막으려 뛰다보니 그들의 삶을 이해하게 되었으니 말이죠.







벼랑끝에 선 사람들은 눈에 뵈는게 없지요?

생명보험에 가입한 사람들은 하나같이 그렇게 이야기하는 것 같습니다.

"나 죽으면 얼마 받나요?"

안타깝지만 그게 현실인 요즘이지요. 청년실업에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늘어나고 있으며 빈부격차는 더해집니다. 그런데 영화 속 병우에게 가입한 고객들은 하나같이 보험료를 낼 수 있을지 의심스러운 사람들이라는 것이죠. 청소일을 하고 노숙을 하면서 파지를 주으며, 라이브 카페에서 진상고객에 맞써가며 노래를 불러야 하는 이 고달픈 삶에 말이지요. 10억을 버는게 목표인 병우는 이런 것은 절대 남의 일이라고 생각했을 껍니다. 하지만 사람들을 만나면서 행복에 대한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되지요.

이런류의 영화는 휴먼 코미디의 영화에서 자주 사용되는 모습이면서 나쁜 사람(?)을 착한 사람으로 바꾸는 개과천선 영화라고도 생각이 되어집니다.



영화의 초반은 상당히 쇼킹한 장면이 등장합니다.

소매치기에 돈을 빼앗긴 소연의 모습을 보여주던 화면은 차에 치이는 소매치기만의 모습만 보여주지를 않습니다. 복순의 남편인 환경미화원이 거리로 튕겨서 세상을 뜨는 모습을 보여주고 소매치기로 인해 연쇄 충돌을 일으키는 장면에서는 안타까운 사고에 망연자실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오 부장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이들 네 명은 어쨌든 간에 다시 만날 수 밖에 없는 운명이라는 것을 보여줍니다. 이 장면이 상당히 인상적인 첫장면이었던 이유도 아마 그런 이유가 아닐까 싶습니다. 더구나 이 영화를 일반적인 코미디 영화가 아닌 휴먼 코미디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 이유도 바로 이런데에 있고요.

어쩌면 잘 사는 상위 1%의 모습만 보여주는 것이 아닌 정말로 찢어지게 가난한, 실로 정말로 눈뜨고 보기 힘든 서민층 가운데에서도 최고의 가난한 또다른 1%의 가난한 서민층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이 작품은 상당히 공감도가 큰 것 같습니다.







사실 저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류승범 씨가 기자 시사장에서 보여준 그 표정은 그것조차도 계산된 모습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말입니다. 예상을 뒤엎고 이 영화는 상당히 못만든 영화는 아닌 것 같거든요. 그 멍한 표정이 그가 영화에 이 영화에 대해 애착을 가진게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들어요.



다양한 인간군상을 다루다보니 다양한 배우들이 등장합니다. 의외라고 이야기하던 사람은 바로 박철민 씨 였습니다. 그의 연기 변신에 대해 말이 많던데요. 한 사람이 똑같은 반찬만 먹고 살 수 없듯 다양한 반찬을 먹어보는 시도에 대해 뭐라고 하는 사람들이 더 이상한 것이죠. 편식을 관객들이 그 배우에게 강요할 필요는 없다는 것입니다. 김수로 씨가 최근 장진 감독의 '로맨틱 헤븐'에서 차분한 연기를 보여준 것과 같은 의미라고 보여집니다.


억척녀 역을 연기한 정선경 씨도 인상적이었지만 무엇보다도 인상적인 것은 영탁 역을 연기한 임주환 씨 였습니다. 틱 장애는 하나의 정신질환이고 이것에 대한 아직 치료약도 없다는 점에서 안타깝습니다. 사실 이 틱 장애를 코미디적인 소재로 희화했다면 이 영화는 욕을 충분히 먹었을 껍니다만 틱 장애를 희화하지않으려는 노력이 보입니다. 이런 어려운 연기를 해낸 임주환 씨는 대단한 것일테고요.


아울러 영화로는 두 번째 등장인 윤하 씨도 인상적이지요. 일본 합작 영화는 큰 빛을 보지 못했지만 이 영화는 자신의 장기인 음악을 잘 활용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거기에 현 역을 맡은 정성하 군은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유튜브를 통해 훌륭한 기타 연주실력으로 인기를 얻은 UCC 스타라는 점이죠. 이 점에서는 인디영화 '레인보우'에 등장한 백소명 군을 떠오르게 만듭니다. 그 역시 TV를 통해 기타실력이 알려진 소년 뮤지션이기 때문이죠. 이런 꿈나무들을 잘 발견해 영화에 활용하는 점은 긍정적이라 보여집니다. 하지만 자칫 이용만 하고 소모되는 사람들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이죠. 




'수상한 고객들'은 사실 고객과도 같은 관객을 기만한 나쁜 영화입니다.

코미디 영화가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기분이 나쁘지 않은 이유는 다양한 인간군상에 녹아든 세상사는 이야기를 잘 표현했기 때문입니다. 휴먼코미디의 좋은 장점을 가진 작품이라는 것입니다.

물론 이런 작품은 주의해야 할 점이 있습니다. 고객은 흔해 빠진 상품을 구입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특별한 상품을 구입한다는 것입니다. 영화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갑자기 웃겼다가 울리는 영화는 너무 흔해 빠진 미투(Me too) 상품이 되어버릴테니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