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한 잡설들/오감만족... 이 영화 봤수?

[마마]엄마라는 여자의 또 다른 이름... 그게 사랑이고 정이었다!

송씨네 2011. 5. 30. 23:51



세상에는 안전빵(?)인 이야기들이 많습니다만 그 중에서 가족을 이야기하는 영화는 비교적 안전한 소재이죠. 눈물샘 자극하기도 좋고 소재만 잘 찾으면 대박은 아니더라도 중박은 기대할 수 있는 것이 이들 영화이니깐요

하지만 세상에는 모험을 하는 감독들도 있습니다. '여고괴담 4-목소리'를 통해 사운드로 공포를 보여준 최익환 감독은 그 다음은 '그녀는 예뻤다'라는 작품으로 애니그래픽스라는 다소 국내에서는 생소한 방식으로 영화를 찍기 시작합니다. 

참으로 안될 것 같은... 어려운 영화만 시도한 감독이죠.

그런 그가 상당히 뻔한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하지만 결코 뻔하지 않은 이야기.

어머니, 엄마, 그리고 마마... 우리가 그렇게 부르던 그 이름입니다.



상쾌한 아침... 한 모자지간이 식사를 합니다.

휠체어를 탄 아들과 그의 어머니... 동숙은 매일 아침 야쿠르트 배달을 하면서 아들의 뒷바라지를 합니다. 아들인 원재는 희귀병을 가지고 있어서 혼자 다니는 것은 상당히 위험하죠.

한편 또 다른 곳에서는 한 사내가 나이트클럽에서 무시무시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어머니 전화만 받으면 전혀 다른 사람으로 변하는데요. 그의 어머니 옥주는 좀 철없는 여인이고 그녀의 아들인 승철은 조폭과 가짜 영어강사의 두 가지 이중생활을 하지만 어머니 앞에서는 말 잘드는 아들입니다.

자... 다시 다른 아파트로 넘어가면 매일 티격태격 하는 모녀도 보입니다.

잘나가는 소프라노 성악가였지만 나이들어 퇴물 취급받고 있는 희경과 어머니의 매니저 노릇하다보니 정작 자신의 꿈은 잊은 상태로 살아가는 그녀의 딸 은성도 있습니다.

그렇게 조용하고 행복하지만 한편으로는 어딘가 모를 위태로운 이들들에게 사건들이 터지기 시작합니다. 

동숙 역시 그녀의 아들처럼 어두운 그림자가 그녀에게 다가오기 시작하며 옥주는 유방암 수술을 하는 대신 아들 승철에게 자신의 첫사랑을 찾아달라고 합니다. 은성은 어머니에게 반항하고 자신의 꿈을 이루어보겠다며 '나는 위대한 슈퍼스타 가수다' 오디션에 도전장을 겁니다.

위기의 엄마들... 과연 그들은 이 위기를 잘 이겨낼 수 있을까요?





이 작품은 옴니버스는 아니지만 세 가지 이야기를 배치하면서 옴니버스 형식의 영화를 만들어냅니다. 헌신하는 엄마, 철없는 엄마, 무책임한 엄마... 이렇게 세 종류의 어머니를 보여줍니다.

하지만 이들 어머니의 마음은 하나같지요. 자녀를 사랑하고 말로 하지 않을 뿐 누구보다도 각별한 애정을 지니고 있지요. 그게 어머니의 마음이죠.

사실 아버지들은 좀 억울할지 모릅니다. 이 영화에는 이상하게도 아버지들이 없습니다. 아버지들은 정이 없는 사람들로 보일지는 모르겠지만 이상하게도 이 영화에서는 아버지들이 없습니다. 유일하게 성인 남자(?)로 등장한 것은 은성의 남편(김진수 씨)라는 점은 참으로 아이러니 하죠. 하지만 이것이 이 영화가 엄마들의 힘을 보여주는 영화라는 것을 극대화하기 위한 필요한 장치라는 것은 누구도 부정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사실 엄마들의 이야기는 너무 많았던 것이 사실입니다. '인어공주', '친정엄마', '애자'등의 따뜻한 영화들이 있었고 '마더'나 '체인질링' 같은 무서운 엄마들도 있었죠. 여러 엄마들의 유형이 있었지만 앞에도 말씀드렸듯이 마지막 코드는 사랑으로 끝을 맺었고 그게 당연한 것처럼 보였습니다.

이 영화 역시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자신도 언제 사라질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자신의 아들을 위헤 더 헌신하는 어머니도 있고요. 비록 아들에게 주책부리고 철없어 보이긴 하지만 첫사랑보다도 지금 중요한 것은 자신과 평생을 함께한 아들이라고 이야기하는 엄마도 있습니다. 마지막 무책임하고 무정한 어머니까지도 자녀의 뒷모습에서 몰래 응원하는 모습도 보여줍니다. 






이 영화는 아무래도 능청스러운 연기를 하는 배우들을 보는 것이 포인트입니다.

섹시함을 포기하고 야쿠르트 아줌마가 된 엄정화 씨나 철없는 영화는 의외로 첫 연기도전이라고 이야기하나는 김혜숙 씨, 그리고 국민 뮤지컬 배우에서 이제는 국민배우로의 도전장을 내민 전수경 씨의 모습을 보는 것도 이 영화의 큰 재미입니다. 

야쿠르트 아줌마로 등장한 엄정화 씨도 기대되시겠지만 응석을 부리는 엄마로 등장하는 김혜숙 씨의 모습이나 자녀보다는 일에 더 미친 소프라노 성악가로 등장하는 전수경 씨의 모습도 이색적일 껍니다. 특히 공원에서 홀로 오페라를 열창하는 그녀의 모습은 같이 보는 관객들도 절로 '브라보'를 외치실지도 모르겠네요.



이 영화의 장점이자 단점은 바로 이 옴니버스 형식에 있습니다.

사실 저는 옴니버스 형식을 그리 좋아하지 않습니다. 집중하려고 하면 영화가 끝나버리는 방식 때문에 옴니버스 영화를 보면서도 아쉽다는 느낌이 드는 것은 사실입니다. 거기에 극영화에서 한 감독이 이야기를 나눠서 표현할 경우 보이지는 않지만 '챕터' 형식을 띈 작품의 경우 중간 중간 끊기는 느낌은 그렇게 유쾌하지 않은 것도 사실입니다.

물론  최익환 감독은 챕터 방식을 쓰지도 않았고 소재목이라던가 중간중간 끊기는 느낌은 없었습니다만 세 명의 주인공을 옴니버스로 만들기보다는 하나의 장치로 이어서 세 가지 상황을 감상하되 그것이 끊기지 않은 유대감이 있는 작품으로 만들어져야 한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부드럽게 이 세 가족의 이야기를 이어나가면 좋을텐데 너무 뚝뚝 끊기는 느낌은 아니라는 겁니다. 범상치 않은 스타일의 영화를 만들어내던 최익환 감독답지 않은 연출이라고 해야할까요? (한 명의 감독이 옴니버스 형식을 잘 이용한 경우로 홍상수 감독의 '옥희의 영화'를 예로 들고 싶군요.)




'마마'는 가족영화가 가져야 할 특징을 잘 가지고 있는 영화입니다.

앞에 이야기하는 가족적인 코드가 있고 감동을 줄 수 있는 내용들이 상당히 많이 담아 놓았으니깐요.

이 영화는 이 세상의 모든 엄마들은 필수관람이며 당연한 이야기지만 아들, 딸 동반하셔서 보셔야 할 영화라고 봅니다. 더구나 이 영화는 꿈과 희망도 덤으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저는 그 점이 좋았습니다.

그런 점에서 마지막으로 영화 속 원재의 대사로 마무리 해야겠네요. 

"희망은 우리를 포기하지않아, 다만 우리가 희망을 포기할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