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한 잡설들/오감만족... 이 영화 봤수?

[푸른소금]감성적 블루를 사랑한 감독, 이현승...

송씨네 2011. 9. 1. 12:46

 

 

 

 

블루 혹은 파랑이라고 불리우는 이 색은 사람을 편안하게 만들지만 한 편으로는 사람을 우울하게 만드는 뭔가가 있는 것 같습니다. 사람을 홀리는 색이라고 해야할까요? 그런 점에서 늘 블루라는 색채를 고집하는 이현승 감독은 좀 유별난 감독이 아닐까 싶어집니다. 그가 오래간만에 감성적인 멜로를 들고 나왔습니다.

요리사가 되고 싶은 조폭 두목, 킬러가 될 수 밖에 없는 소녀... 그들의 어긋난 사랑을 다룬 영화.

영화 '푸른소금'입니다.

 

 

여기 한 남자가 있습니다. 과거 조폭 생활을 정리하고 부산으로 내려간 이 남자의 이름은 두헌입니다.

잘나가던 조직의 실세였고 차기 보스에 유력한 인물이죠. 하지만 그는 서울을 떠났습니다.

그는 요리를 하고 있습니다. 칼로 사람을 찌르던 그는 이제 그 칼로 요리를 합니다.

가죽자켓에 모자를 푹 눌러쓴 여자가 두헌에게 다가옵니다.

툭툭거리는 말투가 이상하게 매력적인 그녀의 이름은 세빈입니다.

전직 사격 선수였지만 사고로 인해 겨우 살아났고 친구인 은정이 가지고 있는 빛을 갚아주느리라 고생입니다. 그녀는 두헌의 뒤를 따라다니며 그의 일상을 추적합니다. 의도적인 접근이었지요.

두헌은 자신에게 죽음의 그림자가 다가온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언젠가는 자신이 죽을 것이고 어쩌면 세빈에게 죽임을 당할지도 모른다는 것 또한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녀가 자신을 쉽게 죽이지 못할 정도로 서로가 사랑의 감정이 남아 있다는 것도 알고 있기에 그들의 쉽지 않은 동거는 점점 길어지고 있었습니다.

 

 

 

 

 

오늘은 좀 특히하게 다른 관점에서 이 영화를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우선 송강호 씨가 연기하는 또 다른 조폭의 모습입니다.

그러고보니 송강호 씨는 조폭역을 많이 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말없는 조폭부터 시작해서 어눌한 조폭도 되었고 딸을 격하게 아끼는 가정적인 조폭도 보여줍니다. 같은 직업군이라도 다르게 연기한다는 것은 그만큼 배우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듭니다.

그는 결국 이번에도 조폭이었지만 또 다른 모습의 조폭을 만들어내는데에는 성공했지요. (이외에도 블루에 대한 색을 찬양하는 장면이나 '살인의 추억'의 대사를 패러디 한 듯한 장면도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런데 참 웃기는 것은 상당히 심각한 장면임에도 송강호 씨가 연기하면 왜 이렇게 웃기게 들릴까라는 점이죠.)

 

또 하나 부산을 보는 다른 관점입니다.

곽경택 감독은 부산을 영화에서 자주 활용하기로 유명합니다. 그만큼 바다가 많고 사나이의 우정에 대한 이야기도 많습니다. 부산을 자주 사용하는 또 한 명의 감독이라면 '해운대'를 비롯한 블록버스터를 만드는 윤제균 감독일텐데 은근히 부산쪽 사람들의 이야기가 많습니다. 격한 사투리가 등장하지만 그것이 지역적 특색을 넘어서 하나의 아이콘으로 잡고 싶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점에서 이현승 감독이 보여주는 부산은 또 다른 느낌입니다. 차가운 서울의 빌딩 숲도 인상적이지만 바다를 비롯해 파랑으로 가득한 부산의 모습은 어쩌면 이현승 감독의 주특기이고 그것은 당연한 그의 스타일처럼 느껴집니다.  (심지어 엔딩으로 등장하는 장면까지도 여전한 그의 블루에 대한 애정은 여전하죠.) 이외에도 그가 사랑하는 블루는 요리학원의 도마를 비롯해 염전에도 등장하고 여기저기서 등장하죠. 어쩌면 부산은 그가 좋아하는 블루라는 색을 나타내기에 최적의 조건을 보여준 것이 아닐까요?

 

마지막으로 조폭 영화를 보는 관점입니다.

조폭 영화에 액션은 상당히 깊은 관련이 있지요. 이 영화의 액션은 심하게 휘두르는 그런 액션이 아닌 적당히 조절을 하는 액션이라고 해야할까요?

그동안 그의 영화 스타일을 생각한다면 조폭들이 등장하는 액션은 의외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 강렬함은 적당한 순간에 빛을 발하고 있으며 적장히 조절을 하고 있습니다.

조폭을 희화하지도 않고 미화하지도 않고 있지요. 복수와 배신이 끝없이 등장하는 일반적인 조폭영화의 흐름을 이현승 감독은 그대로 끌고 오지 않았다는 것이죠. 이는 아이디어가 뛰어났던 일부 감독들이 조폭영화로 고개를 돌렸다 실패한 경우를 생각해본다면 이해가 빠르실 것입니다.

 

 

 

 

 

물론 너무 뮤직비디오스러운 일부 장면에 대한 이야기도 있었죠.

세빈과 은정이 신나게 노는 장면의 경우 대사를 줄이고 음악과 영상으로 가득 채우는 부분은 이현승 감독의 장기였지만 한 편으로는 그 장기가 무리하게 사용된 장면으로 등장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또 하나 장점이자 단점으로 나온 이야기가 등장인물이 너무 많다는 것이죠.

물론 윤여정 씨나 이경영 씨 처럼 많은 분량은 아니지만 자신의 몫을 확실히 했던 것은 괜찮았다고 봅니다. 하지만 킬러로 등장한 김민준 씨나 천정명 씨 같은 스타일 좋은 이 배우들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아위움도 보입니다. 김민준 씨에게는 특히 미안한 이야기이지만 엔딩크레딧을 보고 나서야 김민준 씨라는 것을 뒤늦게 알았습니다. 킬러 연기는 인상적이었지만 그 멋진 외모를 너무 가려서 그런지 그가 김민준 씨였는지를 살펴보기에는 너무 어려웠다는 생각이 듭니다.

천정명 씨 같은 경우 정말 의리있는 부하로 등장했지만 역시나 인지도에 비해 그 분량이나 파워가 좀 약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작은 배역으로 등장하기에는 너무 아까운 배우들이라는 것이죠. 그렇게 된데에는 등장인물이 너무 많았다는 점이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송강호 씨 이야기는 앞에 해드렸으니깐 신세경 씨 이야기를 해보죠.

신세경 씨가 연기한 세빈은 시트콤 '지붕 뚫고 하이킥'의 연장선상에 있는 모습이었습니다. 엉뚱한 매력과 더불어 비밀을 너무 많이 가지고 있는 역할이었다는 것이죠. 어쩌면 영화를 보다가도 이러다가 '시간이 이대로 멈추었으면 좋겠어요.'라는 대사가 툭 튀어나오는게 아닌가 싶더군요.

 

 

영화에서 블루라는 키워드 만큼이나 중요한 것을 차지하는 것이 소금입니다.

'금 중에서 가장 소중한 금은 황금, 소금... 그리고 지금이다'라고 이야기하는 대목은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대목이죠.  무엇보다도 소금은 맛을 내는데 있어서 중요한 조미료이죠. 과다 섭취는 성인병을 일으키죠. 이 영화도 적당히 간을 맞춘 소금과 같은 영화입니다. 

우리 인생도 늘 간을 보면서 살아갑니다. 우리는 인생에서 달콤한 꿀맛을 보고 싶지만 현실에서 우리는 인생은 쓴 맛이나 짠 맛을 보고 살고 있지요. 참으로 슬픈 일이죠. 두헌과 세헌의 인생살이도 쓴 맛, 짠 맛을 다본 씁쓸한 인생을 산 것이 아닌가 싶네요.

 

(좀 특별한 비유를 하자면) 요리를 못하는 저는 계란 후라이를 하다가 소금을 잘못치는 바람에 한 쪽은 짜고 한 쪽은 싱겁다는 느낌을 들 때가 있습니다만, 영화라는 것도 소금처럼 골고루 소금을 뿌려서 어느 쪽을 먹던간에 지나치게 짜거나 싱거운 맛이 나와서는 안된다는 것이죠. 물론 아예 간을 못맞춰서 아예 짜거나 아니면 싱거운 맛을 내서도 안되죠.

 

분명한 것은 이현승 감독은 자신의 스타일을 여전히 고집하고 그것이 잘 반영된 영화입니다. 전반적으로 간은 잘 맞았고요. 어쩌면 다음 그의 영화에서도 블루가 등장할지는 모르겠지만 여전한 그의 블루 사랑이 은근히 기대가 됩니다.

 

 

 

보너스... 이현승 감독, 배우 신세경 씨, 송강호 씨의 모습을 담아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