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한 잡설들/오감만족... 이 영화 봤수?

[창피해]사랑... 부끄럽거나 힘들거나... 혹은 창피하거나...

송씨네 2011. 12. 11. 01:53

 

 

 

우리에게 가장 창피한 순간은 과연 무엇일까요?
우리들의 사랑을 많은 이들이 바라본다면, 그 사랑을 지킬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우리들만의 사랑을 남들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을때도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 창피한 순간이 찾아올지도 모르겠네요.

'귀여워'라는 작품 이후 오랜만에 돌아온 김수현 감독의 신작...

최근 개봉한 'REC'가 남자들의 사랑이라면 자매품도 여기 있습니다.

영화 '창피해' 입니다!

 

 

미대 교수 정지우... 깐깐하고 괴팍하기로 소문난 이 여교수는 프로젝트 하나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동영상으로 기록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누드모델이 필요하지만 맘에 드는 사람하나 없지요.

같은 학교 학생인 희진의 추천으로 한 여성을 만나게 됩니다.

그녀의 이름은 윤지우... 생각보다 촬영 일정이 늦어지면서 섬앞의 민박집에서 갖는 시간이 길어지고 이렇게 젊은 지우, 나이든 교수 지우, 그리고 희진은 윤지우의 사랑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백화점에서 VIP 고객들의 시중을 들던 윤지우는 자살에 대한 모의실험으로 백화점 마네킹에 옷을 입혀 낙하를 시키는 일을 감행합니다. 그런데 때마침 소매치기인 또 다른 (강)지우 일행이 탄 승합차와 부딫치면서 차가 전복되는 사고가 나지요.

그녀는 소매치기 도중 형사에게 쫓기는 도중이었거든요.

형사에게 붙잡인 (윤)지우와 (강)지우는 수갑에 묶인체로 이동하게 됩니다.

원없이 자장면을 먹고 중국집 요리사와 형사의 사랑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그러던 와중 다시 도주를 한 두 여인은 한 작은 산사에 들어서게 되고 두 사람에게 묶여있던 수갑은 풀리게 됩니다.

하지만 이상하게 윤지우와 강지우 두 사람은 묘한 기류가 발생하게 됩니다.

그러면 안되지만 그들은 서로 사랑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강지우가 떠나면서 혼자남은 윤지우는 힘든 나날을 보내게 됩니다.

과연 들에게 사랑이란 뭘까요?  

 

 

 

게이의 사랑을 우리는 영화에서 많이 봐서 그런지 그들의 삶을 우리는 잘 알고 있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그들이 아닌 이상 그들의 삶을 다 아는 것은 아니지요.

어쩌면 레즈비언이라고 불리우는 여성들의 사랑은 그동안 우리가 영화에서는 자주 접하지는 못했던 것 같습니다. '여고괴담 두번째 이야기'는 공포물이었지만 한 편으로는 여성들의 사랑에 대한 이야기로 공포물이라는 오락성보다는 작품성이 높았던 작품으로 평가를 받았지요.

마찬가지일껍니다. 우리가 게이들의 삶을 모두다 이해하지 못하듯 레즈비언들의 삶을 우리가 다 알고 있을 수는 없지요. 하지만 분명한 동성애에 관한 이야기만은 아니라는 겁니다.

 

 

두 명의 지우는 우연한 계기로 서로에게 다가가게 되고 그것이 사랑으로 이루어진 경우입니다. 어쩌면 그들은 동성애자라기 보다는 양성애자였을 것이고 처음에는 이성애자라고만 생각했다가 서로가 수갑으로 묶여지면서 동성애자로 변화된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조심스럽게 해보았습니다.

어쪄면 그 장면을 볼 수 있는 대목이 강지우의 남자친구와 함께하면서 부터의 장면이 아니었나 싶은데요. 고시원을 운영하는 돈많은 남자에게 다가간 강지우였지만 차츰 이것이 사랑으로 이어지지요. 하지만 또 다른 지우(윤지우)를 만나면서 동성애적인 사랑이 진짜인지 이성애적인 사랑이 진짜인지를 갈등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수갑에 묶여진체로 강지우와 남자친구는 섹스를 하고 있고 잠결에 잠시 일어난 윤지우는 그 광경을 그저 바라보고만 있어야 하는 상황에 놓여집니다.

 

(적절한 비유일지 모르겠지만) 이 장면들을 보고 얼마전 TV에서 봤던 샴쌍둥이 형제가 생각이 났습니다. 동생이 여자 친구를 만나러 가지만 형은 그걸 바라보고만 있어야 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얼굴만 돌리고 그들의 데이트를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었지요. 두 지우는 어쩌면 여성이라는 같은 성(性)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어떤 관계로 보면 자매처럼 묶여있는 하나의 샴쌍둥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그에 앞써 서로가 서로를 좋아하는 관계로 이어져 있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과연 같은 성의 여성이(혹은 남성이) 샴쌍둥이의 경우처럼이 아닌 수개월, 수년을 묶여 있는 상태로 지속적으로 살아간다면 과연 우정에서 사랑으로 발전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도 해보게 됩니다. 근데 저는 여기서 해답을 얻기는 힘들 것 같았습니다.

 

강지우는 윤지우에게 떠나면서 잠자리에서 만난 그 남자의 아이를 갖았다고 이야기하고 소식을 끊어버리게 됩니다. 그녀가 아이가 있었는지 없었는지는 영화에서는 나타나지 않지만 산사에서 그녀는 미친듯 부처님께 절을 올리고 있었습니다. 스님은 뜬금없이 불경을 외우듯 '사랑은 아무나하나'를 외치고 있고요. 웃기지만 슬픈 이 장면은 스님과 강지우의 관계를 더 궁금하게 만드는 대목이죠. (스님의 정체는 끝까지 밝혀지지 않지만 보통 사이가 아닌 것으로 봐서는 강지우의 아버지였을 것이다라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배개에 있는 뼈가루를 뿌리는 장면에서는 이 뼈가루가 강지우의 어머니의 뼈가루가 아닐까라는 추측도 자연스럽게 나오게 되는 것이고요.)

 

 

 

이 영화는 두 지우의 사랑이야기를 듣는 또 다른 지우(미대 교수)의 모습을 보여주지만 제 3자의 입장에서 미대교수인 정지우는 이들의 이야기를 대신 소개하는 화자역할을 하는 것 같아보이지만 한 편으로는 그것도 아니라는 것입니다. 이 영화가 복잡하고 헛갈리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죠.

중구난방으로 두 지우의 사랑이야기와 현재가 왔다갔다 하다보니 영화의 몰입도를 떨어뜨리는 부분이 조금은 있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하지만 영화를 보는데에는 큰 지장을 줄 부분은 아니라는게 제 생각입니다.

 

 

 

 

이 영화는 우선 출연진들이 많죠.

얼마전 유지태 씨와 결혼으로 결실을 맺은 김효진 씨의 결혼전 마지막 작품이었고요. (김효진 씨 결혼 축하드리며...) 부산영화제 개념 드레스 코드를 비롯해 사회운동에 관심을 갖고 있는 김꽃비 씨가 등장하여 이루어질 수 없는 커플로 열연을 하였습니다.

영화 '지금 이대로가 좋아요'에서 수수깨끼의 인물로 등장하고 애니메이션 '마당을 나온 암탉'으로도 열연을 했던 성우 김상현 씨도 등장해 두 지우의 이야기를 듣는 또 다른 지우로 등장하여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짧지만 의외의 강한 인상을 남긴 최민용 씨나 올밴 우승민 씨의 모습도 영화에서는 반가운 모습이었습니다.

 

사실 이 영화는 큰 궁금증은 없었지만 딱 하나 궁금증이라면 두 지우는 첫대면에서 서로 나이를 묻는 등의 통성명을 하지 않았는가라는 의문이었습니다. 실제로 따지고 봤을 때는 김효진 씨가 김꽃비 씨 보다 나이가 많기 때문이죠. 이에 대해 김꽃비 씨(@kkobbiflowerain)는 트위터를 통해 이는 강지우의 성격을 영화속에 반영한 부분이었다고 답변해주셨습니다. (꽃비 씨... 답변 고마워요!)

 

 

 

이 영화의 제목이 왜 '창패해'인가에 대해서는 김수현 감독은 이런 이야기를 했다고 합니다. 김 감독님에게 자녀가 있는데 그 자녀(딸)에게 남자친구가 생겼다고 합니다. 그 기분에 대해 물으니 자녀의 대답이 '창피해'였다고 합니다. 즉 사랑을 하면서 챙피한 느낌이 들었다는 것이죠.

영화에서도 비슷한 장면이 나옵니다. 기사식당에서 일하는 연변 여성에게 많은 기사들이 집적대는데 정작 남편이 일을 마치고 돌아오는 상황에서도 저녁을 먹이지 못하고 돌려보냅니다. 주인 아줌마에게 미소를 지으며 자신의 남편임을 밝히지만  너무 부끄러워하면서 챙피하다고 이야기하는 것이 바로 이 대목입니다. 누군가에는 자신의 사랑을 떳떳이 밝히고 싶지만 부끄러워 그 사랑을 밝히기 힘든 사람들도 있다는 것이죠.

 

그건 어쩌면 그게 이성애적인 사랑이건 동성애적인 사랑이건 그런 구분은 없음을 이야기하는 것도 같아요. 아름다운 그들의 사랑을 알린다는 것이 부끄러울 뿐이지 정말로 창피한 것은 아니니깐요. 하지만 그 사랑이 힘들고 어려울 때는 그 '힘들어'라는 이름으로도 대입시켜도 어색하지는 않은 것 같아요.

여러분의 사랑은 챙피한가요? 부끄러운가요? 아니면 힘든가요?

그러나 분명한 것은 그 사랑이 실패하면 언젠가는 성공할 것이고 지금 잘되고 있다면 언젠가는 결실을 맺을 테니깐요.

우리의 사랑... 그렇게 창피한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