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한 잡설들/오감만족... 이 영화 봤수?

[원더풀 라디오]비디오 킬드 라디오스타... 여전히 유효한 라디오 세상!

송씨네 2012. 1. 14. 17:33

 

 

 

라디오가 한물 갔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런데에는 인터넷의 보급과 라디오 말고도 DMB나 성능좋은 HD 디지털 TV의 보급이 그 한 몫을 했을지도 모르죠.

하지만 라디오가 이렇게 죽을 수만은 없죠.

최근 보이는 라디오의 형태는 라디오를 듣는데만 그치는 것이 아닌 동영상으로 즐기는 효과도 보여주고 있죠.

어디 그뿐일까요? 모바일 시장의 변화로 팟케스트를 이용한 인터넷 방송도 많아졌지만 라디오 방송이 늘어났다는 것입니다.

'나꼼수' 같은 해적방송의 등장은 라디오의 새로운 변화를 보여주는 예이죠.

이제 퇴물이 되어버린 전직 아이돌 가수와 퇴물이 되어버렸다고 느껴지는 라디오...

하지만 그들만의 라디오는 다시 시작됩니다. 영화 '원더풀 라디오'입니다.

 

 

퇴근 무렵의 한 방송국... 한 DJ가 방송을 하고 있습니다.

그녀의 이름은 신진아... SES와 핑클이 걸그릅을 맡고있던 시절보다 더 이전에 활동한 전설의 걸그릅 '퍼플'의 리더였습니다.

콘서트 중 그녀는 그릅 해체선언을 하였고 뿔뿔이 흩어졌지요.

그녀가 진행하는 프로그램의 청취률은 바닥입니다. 밑바닥...

엎친데 덮친격으로 담당 PD의 출산으로 새 PD가 들어오는데 까다롭기로 소문난 재혁이 들어온 것이지요.

바닥을 기어오르는 청취율을 잡기 위해 진아는 '그대에게 부르는 노래'라는 코너를 제안합니다.

탈영병 출신의 군인을 시작으로 투병중인 딸을 보살피는 택시기사, 새아빠를 이해하려는 딸 등의 출연자가 등장하면서 청취율과 큰 감동을 받게되는 사람들...

하지만 인석이 이끄는 소속사 측에서 악날한 계획을 꾸미고 있고 거기에 휘말린 진아는 DJ 직에 내려와야 하는 상황입니다.

막말 파문에 표절 의혹까지... 최악의 상황을 맞이한 진아를 바라보는 재혁의 마음도 편치 않지요.

'원터풀 라디오'의 1000회 기념 방송... 진아를 다시 무대로 올리려는 계획을 준비하고 있고 '퍼플'의 해체로 진아를 원망하던 미라가 DJ 후임에 오른 상황...

지뢰밭 같은 기념방송을 과연 무사히 끝마칠 수 있을까요?

 

 

 

이 영화를 보고 이 작품, 저 작품이 떠오른다면 저처럼 영화를 많이 보신 분이며 정상입니다.

그럴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이 영화는 많은 영화나 드라마의 소재와 겹치기 때문이지요.

스타와 매니저 사이의 이야기, 그리고 라디오 방송국 이야기에서는 이준익 감독의 '라디오 스타'가 떠오르실테고, 추락한 스타가 다시 재도약하는 부분에서는 작년 최고의 인기를 얻은 드라마 '최고의 사랑'을 떠오르실 껍니다. 이렇게 생각한다면 두 영화를 너무 절묘하게 믹스한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나 이 작품은 같은 듯 다른 상황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참으로 묘하게 말이죠.

 

우선 라디오 방송국의 이야기에서는 '라디오 스타'와 흡사하지만 지방의 소도시 라디오 방송국이 아닌 서울이라는 큰 방송국에서 전국으로 송출되는 라디오 방송이라는 이야기라는 점에서 '라디오 스타'와 차별화를 두고 있지요. 또한 음악과 사연으로 청취율을 높인다는 공통점에서는 비슷할 수 있습니다. '라디오 스타'에 청록 다방 이야기가 있다면 '원더풀 라디오'는 택시기사, 여학생의 이야기를 통해 감동을 전하려고 하고 있죠. 심지어는 사고뭉치 DJ가 점차 청취자들과 교감하는 DJ로 거듭나는 부분도 동일합니다. (어라... 이렇게 쓰다보니 두 영화 똑같네요...)

하지만 이 작품은 도시버전의 '라디오 스타'임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담아낼 이야기도 많다고 볼 수 있지요.

또한 '라디오 스타'가 최곤(박중훈 씨)가 서울 진출을 하느냐, 마느냐의 고민이 절정부분이라면 이 작품에서는 진아가 다시 복귀를 할 수 있느냐에 대한 여부이죠.

그런점에서는 차별화를 둔 것 같긴 합니다.

 

그렇다면 '최고의 사랑'에 대해서는 어떻게 설명할꺼냐고 물으실 껍니다.

진아 역을 맡은 이민정 씨의 인터뷰를 보니 이 작품은 드라마 '최고의 사랑'보다 먼저 시나리오가 나왔다고 하는 군요.

아이러니하게도 영화에서도 누가 먼저냐에 대한 표절 논쟁이 이야기되고 있지만 이민정 씨의 말에 따르면 이 작품에 대한 시나리오를 먼저 읽어봤고 그 후 드라마 '최고의 사랑'을 접했다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여기서도 살짝 겹히는 부분이 있죠. 악덕 매니저(혹은 기획사 대표)의 음모가 있다는 점과 맴버간의 오해로 팀의 해체후 관계가 좋지 못하다가 회복된다는 점이죠. 더 재미있는 점은 '최고의 사랑'에서 애정(공효진 씨)을 지켜주는 '국보소녀' 동료로 카페 주인 제니(이희진 씨)가 있었고, 이 영화의 '퍼플'에는 과거 같은 맴버였던 요가 강사 인영(안미나 씨)이 진아를 응원하고 있고요. (이런 우연도 다 있죠.) 근데 여기서 상당히 재미있는 사실을 발견하게 되는데요, 바로 어떤거냐면 드라마 '최고의 사랑'에서 애정을 괴롭혔던 장실장 역의 정만식 씨가 반대로 이 작품 '원더풀 라디오'에서는 택시기사로 등장해 진아를 도와주고 있습니다. 희안하죠!

 

오히려 저는 이 세 작품을 표절이니, 뭐가 먼저 나오고의 유사성을 찾기 보다는 다른 점과 그 속에 숨어있는 미묘한 배역의 차이를 살펴보는게 큰 재미가 아닐까 싶습니다.

 

 

 

 

이 작품의 특이한 점은 최루성 장면의 재배치입니다.

보통 감동적인 부분은 영화의 말미에 한꺼번에 보내버리는게 특징인데요. 이 영화는 아예 '그대에게 부르는 노래' 코너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통해 감동을 주는 방식을 선택합니다. 물론 이런 경우 뒷심이 부족해지는 단점이 있지만 오히려 감동코드는 항상 마지막에 그려지는 부분을 비튼 방식은 괜찮았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다른 부분으로 생각하면 생각보다 결말이 너무 싱겁게 끝난다는 아쉬움이 있죠. (스포일러일 것 같아서 더 말씀 못드리지만) 엔딩크레딧 자막이 올라가면서 '저게 정말 끝이야?'라고 묻는 관객들도 많으실 것 같습니다. 그렇기에는 결말이 너무 싱겁죠.

 

이 영화의 감독은 '싱글즈'의 권칠인 감독입니다. 남자 감독임에도 여성에 대한 이야기가 많았던 감독이죠.

이 작품 역시 여성의 관점으로 바라본 이야기가 많았던 것 같습니다.

또한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이 작품의 시나리오는 SBS 파워 FM의 인기 프로그램인 '컬투쇼'의 작가인 이재익 PD죠.

근데 그는 PD 뿐만 아니라 작가로도 활약하고 있으며 실제로도 많은 작품을 쓰고 있는 PD로 알려져 있습니다.

 

아울러 이 작품은 특별출연이 많은 작품인데 그런데에는 이 작품에 등장한 출연진들의 인맥이 총동원된 결과가 아닐까 싶습니다.

영화에서는 쉽게 만나기 힘든 이승환 씨는 물론이요, 이재익 PD와 같이 방송을 하고 있는 컬투도 등장하며, '런닝맨'에서 이광수 씨와 같이 활약중인 김종국 씨, 개리(리쌍)도 볼 수 있습니다. 이정진 씨의 인맥으로 등장한 분은 '남자의 자격'에서 같이 출연했었던 부활의 김태원 씨가 등장하고 있고요. 이외에도 장항준 감독, 걸그릅 달샤벳도 등장합니다. (이 영화에서 달샤벳은 코비걸스라는 가상의 걸그릅으로 등장하며 OST에도 이 이름으로 등록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가장 큰 카메오는 방송국 전체로 도배된 SBS이죠. 방송국 이름이 실명으로 등장하는 것은 영화나 드라마에서는 흔치 않은 일이니깐요.

특별출연의 비율과 조연들의 비율도 만만치 않죠. 드라마 '대장금'에서 어린 장금이로 등장한 조정은 양이 소녀가 되어 돌아왔고 김해숙 씨는 늘 그렇듯 인자한 어머니로, 김정태 씨는 이번에도 개성 강한 악당으로 등장하여 활약하고 있습니다.

 

OST는 상당히 공을 들인 것 같더군요. '라디오 스타'가 최곤의 히트곡 한 곡만 들려준다면 이 영화에서 진아(이민정 씨)가 부르는 노래는 무려 세 곡이나 되니깐요. 또한 영화 속에서는 이승환 씨가 프로듀서를 맡고 있는 장면이 등장하지만 실제로도 OST에 직접적으로 참여하신 것으로 알려져 있고요. (이민정 씨가 부른 '참쓰다'라는 노래는 실제로도 이승한 씨가 작사/작곡을 했다고 합니다. 영화에서는 신상 피규어로 이승환 씨의 마음을 사로잡았는데 이 작품에서는 무엇으로 피규어 마니아인 이승환 씨의 마음을 열었을까요? ^^: ) 

 

 

 

지난번에도 이야기했지만 영화는 타이밍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이 작품이 드라마 '최고의 사랑' 이전에 등장했다면 어떠했을까요?

아마 도시버전의 '라디오 스타'라는 별칭을 받고 특이한 소재의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았을 껍니다.

하지만 영화 시나리오가 먼저냐, 드라마 먼저 시나리오가 먼저냐의 중요성과 더불어 어느 것이 먼저 방송하고 개봉하느냐의 문제인 것 같습니다.

어쩌면 영화는 타이밍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나름 유쾌하고 아기자기한 소재임에도 '어디서 저거 봤는데...'라는 느낌은 지우기가 쉽지 않을테니깐요.

영화에서 진아의 노래가 표절이 아님을 밝히기 위해 재혁이 원곡이라 주장하는 라이브 카페에 가서 오픈년도까지 확인해야 했을 정도로 절박했던 만큼 이 영화도 절박하지 않았을까 싶어요.

 

이제는 저도 라디오를 잘 안듣는다는 생각이 듭니다.

'별밤'이나 '두시에 데이트' 같은 프로그램을 듣고 자란것도 불과 몇 년전처럼 느껴집니다.

하지만 라디오의 시대는 끝나지 않았습니다. 앞에 말씀드린대로입니다. 세상이 변해도 오히려 세상에 맞게 모든게 업그레이드 되고 있으니깐요.

세상은 변하고 있고 라디오도 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여전히 비디오는 죽었고 라디오는 살아있습니다.

비디오 킬드 라디오 스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