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한 잡설들/시네마 카페

한정된 정보의 문제, 나는 왜 보도자료에 집착하는가?

송씨네 2012. 1. 19. 12:17

요즘 저는 백수로 지내면서 다시 기자 시사가 있으면 많이 다니는 편입니다.

그런데 기자분들이나 저 같은 블로거들이 기자시사를 가시게 되면 받게 되는게 있습니다.

바로 보도자료라는 것이죠. 보통은 A4 용지 크기에 인쇄물에 담긴 하얀 봉투(제작사/수입사/홍보사 이 셋 중의 하나의 로고가 보통 붙어 있지요.)를 받게 되는데요.

영화의 줄거리나 배우들의 모습을 담긴 것들인데 어떤때는 화보의 성격을 띄고 있는 것들도 있어서 이것을 구하시려는 분들도 계시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런데 저는 이 보도자료를 요즘 들어 소중하게 모으는 편입니다.

기자 시사회에서는 꼭 받아가고 심지어는 일반 시사회에도 홍보사나 제작사 쪽에서 오신 관계자분에게 실례를 무릅쓰고라도 보도자료를 요청합니다.

왜 그렇게 제가 보도자료에 집착하는지 그 이유를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위에 보시는 사진들이 일반관객들은 보지 못하는 자료들입니다.

보도자료들은 보통 기자 시사회에 배포하는 경우가 많으며 위와 같은 형태로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영화의 시놉시스, 감독, 배우 등의 자료나 홍보문구를 쓸 수 있는 다양한 자료들이 들어가있지요.

어쩌면 기자분들이나 저같은 영화블로거 중에는 토씨하나 안틀리고 이 내용을 쓰시는 분들도 혹시나 계시지 않을까 싶습니다.

 

 

 

저는 영화리뷰를 쓸 때 좀 독특하게 쓰는 편입니다. 제가 특히나 공을 들이는 작업이라면 영화 리뷰를 올리기 전에 쓰는 영화 정보에 대한 이미지입니다.

사실 별로 이 부분을 중요하게 보시지 않으시리라고 보지만 저는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다른 블로거들이나 기자들이 잘 적지 않은 제작/수입/배급의 자료를 적는 편입니다. 외국영화의 경우 원제도 작성하는 편이고요. 특히나 저는 출연배우들의 정보를 올릴 때 '주연'이 아닌 '출연'이라고 작성합니다.

주연배우만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조연들의 이름도 쓰는데요. 영화를 소개하는데 있어서 주연배우 만큼이나 조연들의 영향이 크기 때문이죠.

 

 

 

그런데 이들 자료를 찾으려고 네이버(http://movie.naver.com)나 다음(http://movie.daum.net) 등의 포털의 영화섹션에서 이들 배우들의 자료를 찾으려고 하면 배우들의 정보가 상당히 빈약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배우들의 자료가 너무 빈약해서 시사회에서 본 영화에서 가령 어떤 역할을 맡은 배우인데 주인공을 곤란에 빠뜨리게 하는 악역이나 혹은 반대로 주인공을 도와주거나 주인공을 보필하는 감초 조연들에 대해 찾아보려고 하면 이들 영화포털에서는 자료가 빈약해 배우들의 이름을 찾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근데 여기에는 하나 함정이 있습니다. 홍보사나 제작사는 분명 주요배역에 대한 DB를 포털에 제공하리라 봅니다. 하지만 영화의 재미를 위해, 혹은 스포일러 방지를 위해 출연진들의 자료를 전체 공개하지 않는다는 의혹입니다. (다시한번 말씀드리지만 의혹입니다!) 이는 제작사나 홍보사에서 그렇게 시킨 것인지 아니면 아직 기자시사나 일반시사인 상태에서 굳이 출연한 배우들을 소개할 필요성을 못느낀 포털들의 게으름인지 궁금해지더군요.

 

 

 

 

 

문제는 이런 배우들의 정보를 찾는게 외국 영화일 경우는 더욱 힘들다는 것입니다.

헐리웃이나 다른 나라에서 제작된 영화의 경우 수입사나 홍보사에서 더 자료를 공개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조연으로 나온 저 배우가 상당히 궁금한데 찾을 수가 없는 것이죠. 그래서 저는 되지도 않는 영어를 해야하는 상황에 이릅니다.

우선 이 영화의 영어 원제를 찾고, 그 다음 전세계 영화들의 DB가 모여있는 IMDB.com(http://www.imdb.com)에 들어가 그 원제를 입력합니다.

그리고 그 영화의 배역을 쭈욱 찾은 다음 국내 포털에서 다시 그 배우의 이름을 검색합니다. 알려지지 않은 배우의 이름일 경우 성과 이름을 따로 입력해서 배우의 이름을 알아냅니다. 예를 들어 그 배우의 이름이 '제임스 딘'인데 배우의 DB가 국내에 없을 경우 성인 'James'만 먼저 입력하고 나머지 풀네임인 'Dean'을 찾아 하나하나 한글로 고쳐서 찾아내는 방법입니다. 정말로 무식한 방법이지요?

근데 이 정도로 우리나라의 홍보사나 배급사들은 외국영화에 등장하는 배우들의 자료를 공개하지 않습니다.

아니... 공개 안한다기 보다는 귀찮아서 생략하는 것이죠. 이러니 이런 자료를 넘겨받은 포털들이 외국배우들의 정보를 제대로 올릴까요?

 

 

 

 

 

제가 보도자료를 달라고 요청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입니다.

그나마 국내에서 만든 한국영화는 엔딩크레딧에 올라오는 스텝들 이름과 조연들의 배역이라도 찾을 수 있으니깐요.

하지만 외국영화에의 보도자료에는 이런 것도 없습니다. 그래서 IMDB를 뒤적이고 심지어는 제작사 정보도 나와 있지 않아 이것도 찾아야하지요.

근데 몇 년전만 해도 이런 영화자료를 찾는게 어렵지는 않았습니다. 하이텔 인터넷 홈페이지에서는 과거 '필름즈'라는 영화포털이 있었는데 웬만한 자료는 검색이 되는 그야말로 한국의 IMDB였죠. 특히나 필름즈가 좋았던 이유는 영화에 대한 해설을 하던 홍성진 씨의 코맨트였습니다.

하지만 필름즈는 사라졌고 홍성진 씨는 네이버의 DB 마스터가 되셨지만 과거만큼 큰 활약을 보이지지는 못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는 다음 역시 마찬가지이지요. 고전영화 DB를 몇 년전 업데이트 하였다고 하는데 그 이후는 달라진 것도 없는 상태이고요.

이런 상황에서 외국영화의 제작사를 찾을 수 있는 영화포털로 씨네서울을 자주 갔었고 일본영화의 전문자료를 찾기 위해 TV.co.kr이라는 사이트도 들어갔습니다.

그러나 현재 이들 두 사이트는 폐쇄되거나 길고 긴 공사중에 들어갔습니다. 이들 사이트가 다시 문을 열 가능성은 상당히 희박해 보이고요.

결론적으로는 우리나라에는 제대로 된 영화 DB 사이트가 없다는 것입니다.

 

 

물론 우리나라에도 영화 관련 DB가 없는 건 아닙니다.

앞에 이야기한 네이버나 다음도 나름 노력하고 있을테고 cine21.com(http://www.cine21.com)도 있고 한국영상자료원이 운영하는 KMDB(http://www.kmdb.or.kr)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 DB나 포털도 자료가 빈약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심지어는 KMDB에 관해서는 이런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영상자료원 측이 나름 정보들을 축적하고 수집하고 있는데 영화의 내용이 담긴 필름이나 DVD만 수집하는게 아니라 팜플렛이나 제가 앞에 말한 영화들의 보도자료도 바로 이 수집 대상중 하나라는 겁니다.

근데 KMDB에는 크레딧 정보가 거의 빈약합니다. 국내에서 상영한 국내외 영화의 DB를 축적하여 자료로 남기고 잇는 KMDB 조차도 크레딧 정보나 배우들의 정보에 대해 소홀하다는 것이죠. 이 글을 마치고 나서 영상자료원 트위터에 이 부분은 확실히 문의를 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꾸준히 DB를 입력하는 직원들도 모집하고 있음에도 왜 이리 소홀한지 말이지요.

 

 

 

 

 

 

'왜 혼자만 저러지? 그런다고 누가 인정해주지 않을텐데...' 라고 저에게 이야기하실지도 모릅니다.

맞습니다. 보는 사람 없고 인정해주는 사람 없습니다. 하지만 영화리뷰를 작성하는데 있어서 저는 좀 완벽하고 싶습니다.

그런데 그 완벽함은 저만 느끼는 것이 아닐껍니다. 또한 저 처럼 배우나 배급사, 제작사에 대한 궁금증도 분명 많은 이들이 갖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료가 너무 빈약해서 IMDB까지 찾아가야 한다면 이건 아니라고 봅니다.

굳이 보도자료를 들고 가지 않더라도 손쉽게 영화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그런 여건이 마련 되길 희망합니다.

 

 

 

PS. 제 주장에 대한 반론도 환영합니다. 영화 제작사나 홍보사, 수입사 분들의 의견도 듣고 싶습니다.

왜 DB를 공개할 수 없는지, 귀찮으신 것인지, 하나의 홍보전략인지 궁금합니다.

제 트위터(@songcine81)나 블로그 댓글로도 의견을 들어보고 싶네요.

 

PS2. (1/27 추가) 궁금했었던 영상자료원 트위터의 답변을 들었습니다.

영상자료원 측에 의하면 DB는 영화 개봉이 종료된 시점에서 몇 달 후에는 모든 제작진들에 대한 DB를 노출하고 있다고 밝혔으며 실제로도 그렇게 하고 계신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또한 업데이트가 늦어지는 이유에 대해서는 인력부족으로 인해 일부 DB가 밀려서 업데이트 되고 있다고 말씀해주셨습니다. 답변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