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이야기, 나의 이야기.../일기는 일기장에....

블로그 10년, 나에게 블로그란?

송씨네 2012. 2. 27. 00:48

사실 작년 연말에 제 블로그 10주년 글을 올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 약속을 못지킨 것 같네요.

마침 겸사겸사 이런 글을 쓸 기회가 되었네요. 아... 백수로 돌아오니 정말 시간이 많은 것일까요?

 

 

제가 블로그를 시작한 것은 2001년입니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시작한 줄 알았는데 다시 생각해보니 고등학교를 졸업한 이후에 시작한 것이네요.

하지만 블로그를 하기 이전에도 저는 꾸준히 인터넷 동호회(카페)등을 통해 심심치 않게 많은 글을 올리고 많은 사람을 만났습니다.

근데 블로그와 동호회 활동이 무슨 관련이 있냐고 물으실껍니다. 그러게요... ^^;

 

 

사실 제 블로그가 문화전반을 이야기하는 것이지만 실제로 제가 주로 많이 하는 이야기는 영화이야기입니다.

그렇다면 영화이야기를 많이 하게된 계기가 뭐냐는 것이죠.

1990년대 후반 야후코리아가 잘 나가던 시절 MBC 홈페이지(여러분이 생각하시는 그 문화방송 맞습니다.)의 라디오 홈페이지에는 일반인들이 참여할 수 있는 인터넷 동호회가 있었습니다. MBC에서도 그 동호회를 상당히 제한적으로 받았기 때문에 3~4개 정도의 동호회만 존재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시네아스트'라는 동호회가 있었고 저는 고등학생 신분으로 이 동호회에 가입하게 됩니다. 동호회에서 막내 인생이 시작된 것이지요.

MBC 라디오 홈페이지가 축소되고 동호회가 폐쇄될때까지도 저는 오랫동안 활동을 했던 것 같습니다.

 

 

그 이후는 저는 제가 하고 싶은 말을 떠들만한 곳이 없었지요.

2002년 군대에 입대하기 전까지 저는 회사 생활을 하게 되었고 삶의 낙을 찾을만한게 없었습니다.

그 때 포탈사이트 다음에서는 '칼럼'이라는 서비스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이 칼럼이라는 서비스는 이후 지금의 'Daum 블로그'로 명칭이 바뀌면서 지금에 이르게 됩니다. 그 때 당시 생소하던 RSS라는 단어도 처음 접한 것이니깐요.

 

 

 

 

 

처음 제 블로그에서 하던 이야기는 다른 블로거들과 똑같았습니다.

TV를 보고 끄적이거나 인터넷에서 벌어지는 상황에 대한 의견들이었지요.

일하러 다니던 공장 빈터에 오랫동안 방치된 쓰레기 투기 문제도 지적하는 등 그야말로 잡탕블로그로 출발하게 된 것이었습니다.

당연히 글의 퀄리티가 좋을리 없고 다른 업체의 블로그도 사용해보면서 여러 곳을 옮겨다니기도 했습니다.

 

 

전역후 다시 돌아와 본격적인 지금의 블로그가 운영이 되었고 영화 리뷰로 그치지 않고 많은 현장을 다녔습니다.

IT 관련 업체에서 초청이 되어 가기도 하고. 제 스스로 발품을 팔아서 움직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작년 12월 제 블로그가 10년을 보내게 된 것이지요.

 

 

 

 

많은 기억들이 납니다.

2008년 인디영화계를 발각뒤집은 <워낭소리>의 감독님을 만나러 직접 영화사에 방문한 적도 있고, 뉴타운을 성경말씀과 연결시키는 이상한 교회에 대한 글을 섰을 때 그 교회 교인으로 보이는 분들에게 집중 타격을 받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홈플러스가 된 과거 홈에버 노조 현장을 기습방문해 현장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지식체널 e>의 김진혁 PD를 만나 인터뷰한 블로거들도 그리 많지 않으리라 봅니다.

정말로 저는 겁이 없었나 봅니다. 지금 생각하면 소심한 성격과 달리 저는 겁이 없었던 것이 분명합니다.

 

영화이야기도 꾸준히 했지요. 독립영화 상영관이 사라지는 것에 대한 아쉬움을 여러번 이야기했고, 극장 의자의 컵홀더의 위생상태와 극장 상업광고가 지나치게 길다는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사라지는 종이티켓의 문제점을 지적한 것도 저였습니다. 지금은 영수증 티켓으로 대부분이 교체되어 이 이야기를 하는 것자체가 무의미할 정도이죠. 저는 다른 블로거들과 달리 독립영화에 대한 관심을 부탁드렸고 그 대안으로 공동체 상영이 필요한 이유를 이야기하기도 했습니다.

 

 

 

저에게 블로그는 어떤 의미일까요?

2009년 블로그 어워드와 올블로그 100인 블로그 선정, 월간 PC 사랑에 제 블로그가 선정되었고 4년 연속 Daum에서는 저를 우수블로그로 선정했습니다.

삼성그룹에 얼떨결에 제 이야기를 섰으며, 일본의 2위 통신업체인 NTT 도코모와의 인터뷰는 잊을 수 없는 경험입니다.

 

그리고 빅이슈, 하트하트 재단, 희망제작소와 함께 봉사활동을 하거나 이들을 소개하여 소외된 이웃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도 했습니다.

노숙자들에게 밥을 주는 단체인  '행동하는 양심'을 소개해드렸고, 시각장애인들을 위해 리폼 제품을 팔던 기발한 홍대 여학생들을 만나기도 했지요.

영등포 소방서로 가서는 소방관들의 이야기를 듣기도 했습니다.

그러고 보면 저는 정말 많이 사람들을 만났네요. 제가 만났던 그 분들... 지금 잘 계신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저는 지금 제가 처해있는 현실과 블로거들이 처해있는 상황이 좋지 못하다고 봅니다.

일부 맛집, 요리 블로거들은 검은 커넥션에서 자유로울 수 없고 그렇다고 저 같은 영화블로거들은 수익구조도 없고 그야말로 좋아하서 하는 일이 아니고서는 늘 적자에 가까운 상황입니다. 뜨는 블로그들만 뜨고 얼마전 다음뷰에서 벌어진 모 블로거의 베스트 블로거 조건으로 포스팅 거래를 제안하고 심지어는 협박을 했다는 사건들은 블로거들의 타락의 길로 인도하게 되었습니다. 소위말해 되는 놈만 되고 안되는 사람은 죽어도 안되는 상황인 것이죠.

 

가쉽 블로거들만 판치는 이 세상도 문제입니다.

제가 지금 연예 관련글을 쓰지 않는 것도 지금 그 분들과 똑같아지기 싫어서입니다.

내용은 거의없고 TV만 캡처하는 그런 블로거들의 글만 사랑받습니다. 클릭수만 높아지면 그만인가요?

저는 이런 가쉽블로거들을 경계합니다. 연예 전문이라고 떠드는 인터넷 신문과 더불어 말이죠.

일부 가쉽블로거와 인터넷 신문들을 왜 이른바 '찌라시'(전단지의 잘못된 일본어죠.)라고 이야기하는지 그들은 정말 모르나 봅니다.

저는 좀 정직한 글을 쓰고 싶습니다.

 

저는 그런 생각이 듭니다. 아무리 힘들어서 고생하는 일이 있어도 사람은 정직하고 올바른 글을 써야한다고 봅니다.

블로거들에게 수익창출 필요합니다. 저도 그렇게 하고 있고요.

하지만 블로거들에게 양심을 묻고 싶습니다. 적어도 과거 10년 동안은 나름 떳떳했다고 생각됩니다.

블로그 10년... 늦었지만 여러분과 제 자신에게 하는 다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