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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노동자의 어머니'라 불리운 이소선 여사... 또 한 명의 철의 여인!

송씨네 2012. 4. 8. 11:27

 

 

 

 

 

혹시 전태일을 아시나요? 아마 젊은 분들에게는 그를 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입니다.

재봉사로 일하던 그는 우연히 근로기준법에 관한 내용을 살펴보고는 그것이 부당하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리고 그것을 시위와 집회로 보여준 그는 무능한 정부를 향해 외치기 시작합니다.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

1970년 11월 13일... 그는 결국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 없었지요.

당시 그의 나이 스물둘... 너무나도 젊은 나이였습니다.

이번에 소개할 작품은 그의 어머니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아들을 따라 사회운동을 펼쳤던 여인... 이소선 여사의 이야기... 다큐멘터리 <어머니> 입니다.

 

 

 

한 노년의 여인이 길을 지나갑니다.

그녀의 옆에는 누군가가 항상 부축해서 움직여야 할 정도로 그녀의 몸은 불편합니다.

나이 탓, 세월 탓을 할지도 모르겠지만 그동안의 고생이 그녀를 모습에서 나타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다행인 것은 많은 사람이 그녀의 손을 붙잡고 동행을 했다는 것이죠.

<어머니>의 첫 시작은 바로 이 여인... 이소선 여사의 모습으로 시작됩니다.

 

2011년 7월 18일... 그녀는 심장마비로 병원에 실려갔다는 자막으로 이야기가 시작되고요.

영화는 거꾸로, 거꾸로 그녀의 발자취를 보여주기 시작합니다.

대부분 영화가 그랬고 다큐가 그랬듯 시대적인 순서로 이야기가 나열된다고 생각될 때 이 작품은 거꾸로 이소선 여사의 왕성했던 시절을 보여줍니다.

너무 작아서 '소선'이라 이름 불린 그녀는 이름과 달리 전국을 다녔고 어느 곳에나 그녀를 볼 수 있었습니다.

 

마석 모란공원... 이곳에는 많은 이들이 잠들어 있습니다.

얼마 전 세상을 떠난 김근태 전 의원도 있고, 박종철 열사도 있고, 문익환 목사님도 있지요.

그리고 이소선 여사의 아들인 전태일 열사도 이곳에 있습니다.

그녀는 쿨하게 이곳을 방문한 방문객에게 사진도 찍어주고 자신의 이야기도 들려줍니다.

열사라 불리는 아들의 어머니였고 '노동자의 어머니'라는 닉네임이 꼬리표처럼 따라다녔지만 그녀는 그 이전에 평범한 소시민이었으니깐요.

 

한편 다른 쪽에서는 바로 이소선 여사와 전태일 열사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을 준비 중인 사람들이 보입니다.

홍승이, 백태현 부부... 그들은 부부이지만 연극배우이기도 합니다. 그들은 이소선 여사와 전태일 열사의 마지막 순간을 담은 연극 <엄마, 안녕>을 무대에 옮기려고 준비 중입니다. 말씀드렸다시피 이 다큐는 역순으로 움직이는지라 그들의 작품에 관한 이야기가 구체적으로 설명되지 않았지요.

하지만 거꾸로 나열된 화면에서 또 한 명의 인물이 등장하지요. 대만의 인권운동가이자 역시 연극 연출가로 활동 중인 왕모림이 그 주인공입니다.

전태일과 이소선 모자(母子)의 이야기에 감동을 하였고 홍승이, 백태현 부부와 같이 작품을 준비중이었던 것이죠.

왕모림 씨는 이소선 여사에게서 '어머니의 자애, 여성의 강함, 평온한 마음 등이 느껴졌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녀의 이야기를 무대에 올릴 수밖에 없는 이유이죠.

후에 이들의 이야기는 대만에서 다시 무대에 올려집니다. 이소선 여사에게도 초청했지만 그녀는 이 작품을 끝내 보지 못합니다.

 

 

 

이 작품은 전태일 열사 어머니의 이야기이지만 평범한 한 여자의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노동자의 어머니이기 이전에 여든을 넘은 노인이었고 심심풀이로 즐기는 화투와 연속극과 꼭 봐야할 프로그램을 메모하는 그냥 그저 평범한 우리의 이웃이기도 합니다.

태준식 감독은 그녀를 극성맞게도, 혹은 너무 평범하게도 표현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그녀의 일상을 추적했습니다.

한진중공업에 김진숙 씨가 크레인에서 길고 긴 농성을 벌이고 있을 때도 힘을 내야 한다는 격려를 잊지 않았고, 쌍용차 파업과 MBC 파업이 있던 2011년에도 달려와 한목소리를 남기기도 합니다. 비정규직 제도에 관해서도 그녀는 '최선을 다해 자기 권리를 찾아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야말로 정한 '철의 여인'이 여기 있었는지도 모르겠네요.

 

이 작품에는 은근히 많은 음악이 들어가는데요. 이아립이라는 다소 생소한 뮤지션의 이름이 보입니다.

'스웨터'라는 맴버의 한 명이었던 그녀는 '하와이'라는 프로젝트 그룹을 만들기도 하고 솔로로도 활동하기도 하는데요. <어머니>의 OST는 2010년 정규 음반인 <공기로 만든 노래>라는 앨범과 2011년 결성한 '하와이'라는 팀의 앨범인 <티켓 두 장 주세요>의 음악들을 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특히 엔딩에서 이소선 여사의 아들이자 전태일 열사의 동생인 전태삼 씨가 연극배우 홍승이 씨와 함께 '엄마'라는 노래를 부르는 장면은 매우 인상적으로 다가오기도 하죠.

 

 

 

2011년 9월 3일... 이소선 여사는 결국 산소호흡기를 떼고 우리의 곁을 떠나게 됩니다.

영화의 마지막은 그녀의 빈소가 마련된 영안실을 비춥니다. 그리고 그 영안실은 점점 뒤로 향하면서 그녀를 위해 온 수많은 조문객과 수많은 추모 현수막을 비춰줍니다.

그녀가 '노동자의 어머니'는 단순히 전태일 열사의 어머니여서가 아닐 겁니다.

그녀도 스스로 사회운동과 인권운동에 관심을 두고 감옥에도 수없이 많이 갇히게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그녀의 목소리는 점점 더 커지게 되었죠. 그녀의 이름은 작은 사람을 의미하는 '이소선'이지만 그녀는 결코 이름처럼 작지 않았습니다.

어쩌면 아직도 수많은 노동자가 싸워야 하는 것도 우리가 풀지 못한 것들이 쌓여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이소선 여사(1929~2011)... 우리는 그녀를 계속 기억할 겁니다. 동대문의 '전태일 다리'를 걸으며 전태일 열사를 기억하듯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