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영화의 장점이자 단점이라면 지나치게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장면이 많다는 것입니다.
즉 리메이크 같은 표절이 많다는 것이죠. 그런 점에서 일부 인도 영화들은 비판을 받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인도 영화들이 주목을 받는 이유는 헐리웃 영화에 부족한 점들을 보완해 준다는 것이죠.
인도만큼 뮤지컬 영화가 많은 나라도 없고 음악을 빼놓고 영화를 말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은 일이죠.
최근 인도 영화들이 많이 수입되었습니다. 점점 그 숫자는 늘어날 것 같더군요.
과거 프랑스나 독일 영화 등이 대거 수입되던 시대를 떠오르게 하는 대목이죠.
그만큼 다양한 나라의 영화들을 입맛에 골라볼 수 있는 시대가 왔다는 것은 반가운 일입니다.
그 점에서 연달아 본 인도 영화 두 편은 최근 인도 영화들의 트렌드를 확실히 볼 수 있는 대목이 아닐까 싶어집니다.
오늘은 그 첫번째... 발리우드 버전의 <아이 엠 샘>으로 불려지며 많은 호기심을 낳았던 <하늘이 보내준 딸>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수입사나 홍보사 측에서도 이 영화를 <아이 엠 샘>과 비교를 했던 대목을 보고 자칫하면 헐리웃 영화의 카피 본이라는 오해를 사기 쉬울 텐데 왜 스스로 무덤을 파고 있느냐는 의문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영화를 보고나서의 결론은 그 방식은 비슷해 보이지만 전혀 다른 방식으로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다는 점에서 두 영화는 닮은 듯 다른 영화라는 것을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네요.
영화는 한 남자가 거리에 버려지는 모습으로 시작됩니다. 그리고 이 남자는 온 동네를 다니며 어눌한 말투로 '닐라...'만 외쳐치고 있습니다.
호객행위를 하던 법률 사무소 직원은 영문도 모르는 상태에서 이 남자를 받아들였지만 헛수고라는 느낌이 들었죠.
초콜릿 공장에서 착실히 살아가던 이 어눌한 남자의 이름은 크리쉬나(치얀 비크람 분)입니다. 그에게는 바누라는 아내가 있었고 그녀는 곧 출산을 앞두는 상황이죠. 하지만 출 산도중 그녀는 딸을 출산하고 세상을 떠납니다. 그는 달을 보았고 달이라는 뜻의 닐라라는 이름을 이 아이게게 붙어줍니다.
닐라(사라 아준 분)는 성장하였고 학교에 다닐 나이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아버지인 크리쉬나의 지능은 겨우 여섯 살 수준...
이웃이던 무르티(M.S. 바스카 분)는 이런 크리쉬나를 한심하다고 여기고 절대 그는 아이를 혼자 키울 수 없을 것이라고 악담을 퍼붓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학교에 입학한 닐라는 학교 앞을 서성거리는 한 젊은 여인을 만나게 되죠.
하지만 그녀는 다름 아닌 장학사인 스웨타(아말라 폴 분)로 똘똘하고 당당한 닐라의 모습에 반하게 되지요.
그리고 닐라는 학교 행사 때 시 낭송에서도 머뭇거리는 친구를 도와주는 임기응변의 실력도 보여줍니다.
그러나 이게 무슨 운명의 장난일까요? 스웨타는 다름아닌 먼저 세상을 떠난 바누의 친여동생이었고 그녀의 남편이 반대를 무릅쓰고 결혼한 크리쉬나라는 사실을 알면서 충격에 휩싸입니다.
스웨타의 아버지이자 크리쉬나에게는 장인인 라젠드(수레카 바니 분)은 닐라가 그나마 남아있는 혈육이라면서 이 아이를 직접 키우겠다고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크리쉬나를 버리고 도주하였고 그는 보시다시피 거리를 돌면서 닐라를 찾고 다녔던 것입니다.
얼떨결에 손님으로 찾아온 크리쉬나는 결국 여변호사인 이누라다(아누쉬카 쉐티 분)에게 사건을 접수하게 되고 상대편 피고 측 변호사는 멀쩡한 사람도 미친 사람으로 만든다는 악명높은 변호사 바쉬암(나세르 분)이 맡기로 결정됩니다.
줄거리는 이 정도로 간추렸지만 진정한 이야기는 이후 벌어집니다. 이는 <아이 엠 셈>이 담아내지 못한 부분이기도 하고요.
바로 법정물로의 전환입니다. 앞의 전반전이 크리쉬나와 닐라의 애절한 사연이 주된 이야기였다면 후반부는 양육권을 두고 이모와 장인 연합과 친아버지 간의 대결이라는 것입니다. 이는 숀 펜과 다코타 패닝의 <아이 엠 샘>과 다른 부분입니다. 물론 이 영화에서도 법정 장면이 있지만 법정 장면에서는 웃음기라고는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극한 상황의 장면들입니다. 하지만 <하늘이 보내준 딸>에서는 상대 피고 변호인 관계자를 매수하는 장면이나 재판에서 승리하기 위한 전략을 쓰는 장면에서는 상당히 코믹한 상황이 연출됩니다. 그러면서도 긴장의 끈도 놓지 않는다는 점이 분명 다른 점입니다.
물론 이 영화는 <아이 엠 샘>의 유사성을 완전히 벗어날 수 없는 영화이기도 하죠. 비틀즈를 좋아해 아이의 이름을 비틀즈의 노래제목에서 따온 루시와 달리 크리쉬나의 딸 닐라는 '달'이란 뜻의 이름이었으니깐요. 비틀즈의 노래로 스토리를 전개해야 하는 <아이 엠 샘>보다도 부담이 컸으면 컸지 대놓고 지어내는 스토리는 아니니깐요. 오히려 <하늘이 보내준 딸>은 닐라에게 크리쉬나가 들려주는 엉터리 동화(!) 등의 장면이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과장스러운 음악과 율동 CG가 들어간 장면이지만 크리쉬나의 실생활이기 때문에 보여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점에서 상당히 공감이 갔거든요. 또한 지적 장애인들의 행동습성을 잘 담아내고 보여준 감독과 배우의 열정도 인정해줘야 할 것 같은 것이 바쉬암의 음모 탓에 얼떨결에 크리쉬나는 납치가 되는데요. 바쉬암이 피고측 의뢰인에만 신경 쓴 나머지 자신의 아들의 병에는 무심한 모습을 보였었죠. 주치의보다도 더 빠르게 처방전 약을 전달해주고 스스로 다시 잡혀 들어가는 크리쉬나의 모습은 웃기는 장면이기도 하지만 가슴 뭉클하게 만들기도 하지요. 이 때문에 피고 측 변호사임에도 바쉬암의 마음도 살짝 움직이지요. 그리고 법정에서 크리쉬나와 닐라의 두 사람만의 수화장면에서는 절정을 보이게 됩니다.
닐라 역을 맡은 사라 이주는 갖난 아기 시절부터 CF 모델로 참여했던 나름 베테랑 아역 배우입니다. 치얀 비크람에게 숀 펜의 모습이 겹쳐진다면 분명 사라 이주에게는 다코타 패닝의 아역 시절과도 겹쳐 보이실 겁니다. 누가 더 귀엽고 사랑스러운지는 막상막하일 것 같은데요. 인도의 여배우들이 은근히 미인들이 많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잘 자라면 멋진 배우로 성장하지 않겠느냐는 생각도 드네요.
아쉬움도 많이 남습니다. 이 영화는 초반 상당히 매끄럽지 않은 부분이 많습니다. 그런 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인도에서 개봉되었을 당시 이 영화의 러닝타임은 162분입니다. 전형적인 인도 영화 스타일이죠. 하지만 초반 전반부에 해당하는 내용에서 크리쉬나와 닐라의 사연이 상당히 가위질을 당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더군요. <세 얼간이>도 이런 식으로 가위질을 받았지만 온전한 버전도 국내에 따로 개봉되기도 했던 것을 생각한다면 이 작품도 개봉된다면 노컷(온전한) 버전도 개봉하는 것이 옮지 않느냐는 생각도 드네요.
영화의 엔딩은 뜻밖에 현실적인 모습을 보여주며 끝을 맺습니다.
아이의 행복을 위해 아버지는 사랑하는 딸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장면에서 일부 관객은 눈물을 보이기도 하더군요.
<아이 엠 샘>이 비틀즈의 이야기로 끼워 맞추기 식의 스토리를 선보인다면 어쩌면 이 영화는 더 진실한 마음으로 관객에게 다가가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어쩌면 이 영화는 더 영리하게 업그레이드된 작품이라는 생각을 조심스럽게 해보게 됩니다.
진실함과 영리함이 통한 영화... <하늘이 보내준 딸>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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