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일러 있을 수 있습니다. 특히나 소품과 관련된 상당히 중요한 스포일러도 있습니다,
요즘 사극은 참 볼만하죠. 특히 TV 드라마의 경우에는 치밀한 각본 덕분에 모두를 TV 앞으로 달려가게 만드니깐요.
근데 영화에서 사극은 어떤 의미일까요? 요즘 사극들의 특징은 묘하게도 얼마나 많이 벗었느냐의 문제입니다.
물론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요. 사극중에서는 영화에서도 TV 못지 않은 명품 사극이 분명 있을테니깐요.
자, 그런점에서 최근 주목받고 있는 배우가 있지요. 바로 조여정 씨 입니다. 영화의 내용보다도 노출신이 화제가 된 영화가 있습니다.
솔직히 저도 남자이긴 하지만 그래도 이런 홍보방식을 아직도 하고 있다는 것은 상당히 불쾌한 일이죠.
영화는 내용으로 승부를 걸어야 하는데 말이죠. 그런점에서 이 작품이 궁금하긴 했습니다.
'성년의 날'을 기념하는 의미로 대규모 시사가 열린 어느 날... 영화 <후궁-제왕의 첩>(이하 <후궁>) 입니다.
여기 사랑하는 남녀가 있습니다. 그리고 심 참판(안석환 분)의 딸에게 반해버린 사람도 있지요.
왕자인 선원대군(김동욱 분)은 심 참판의 딸인 화연(조여정 분)에게 반해 궁궐을 무단 가출을 감행하면서까지 그녀를 만나려고 합니다.
하지만 화연에게는 심 팜판이 거두워들인 노비 권유(김민준 분)가 있었고 두 사람은 사랑하는 사이입니다.
화연과 권유는 야밤도주를 감행했지만 심 참판에게 발각되고 맙니다. 선원대군의 구애를 무시했던터라 화연이 거절할 경우 권유의 목숨도 위태롭죠.
화연은 왕의 여자인 후궁이 되겠다고 이야기하고 권유는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건집니다.
선왕(정찬 분)의 부인이 된 화연... 하지만 여전히 선원대군은 그녀를 잊지 못해 그녀에게 비녀를 선물하고 돌아갑니다.
한편 선왕은 알 수 없는 병으로 인해 점점 기력이 떨어지고 있었고 결국 숨을 거두고 맙니다.
졸지에 왕이 되어버린 선원대군은 대비(박지영 분)의 간섭 속에 새로운 왕이 되지만 사사건건 간섭에 신경이 쓰입니다.
대비와 윤종호 대감(조기왕 분)의 알 수 없는 음모 속에 부원군이자 화연의 아버지인 심 참판은 역적으로 몰리게 됩니다.
화연 역시 위험한 상황에서 내시가 된 권유를 발견하고 그녀는 놀라게 되지요.
피릿내 나는 이 상황에서 이들은 과연 고난을 이겨낼 수 있을까요?
<후궁>은 여배우의 노출을 홍보수단으로 삼았고 그게 좀 노골적이긴 하지만 그것을 뒤에 놓더라도 아쉬운 점이 많은 영화입니다.
물론 이 영화는 왕이 합방하여 성관계를 어떻게 맺는가를 인상적으로 보여줍니다. 하지만 이런 내용은 유하 감독의 <쌍화점>에서도 이미 본적이 있는지라 그렇게 새로울 것은 없지요. 하지만 이 영화에서 의외로 주목할 점은 조선시대의 권력과 암투라는 것입니다. 상당히 긴장감 있게 묘사가 되었는데 문제는 이것을 보여주려고 하다보니 너무 많이 뒤집고 뒤집으려는 반전에 대한 욕심이 컸나 봅니다.
특히 화연을 통해 김대승 감독은 그것을 보여주려고 애를 쓴 것 같습니다. 물론 그것이 나쁘다고 생각되지 않습니다. 나름 복선도 깔아놨으니깐요.
바로 앞에 이야기했던 비녀입니다. (이 영화의 포스터에 걸려 있는 그거... 맞습니다!) 상당히 반짝거리는 비녀인데 이것을 화연의 몸종인 금옥(조은지 분)이 차지하려다가 자신이 선물한 물건이 엉뚱한 곳에 있음을 발견한 선원대군은 분노를 하게 되지요. 하지만 이 장면에서 화연은 사실상 지고지순한 여인에서 나쁜여자로 변화하는 계기를 마련하게 됩니다.
자신의 남편인 선왕도 죽었고 이 사건의 열쇠를 쥐고 있을 수라간 상궁도 처형되었으며 결정적으로 자신의 아버지도 죽었으니 이제는 그야말로 '갈 때까지 간 상황'이죠. 따라서 비녀를 자신의 몸종에게 넘겨주었고 얼떨결에 왕과 동침한 금옥은 자신의 사치스러운 성격을 버리지 못해 손대서는 안될 화연의 비녀를 가져간 것이죠.
이 영화에서 비녀는 한 번더 주연을 능가하는 소품으로 등장해 분위기를 한 번더 반전시킵니다.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서 이 정도로만 하죠.)
하지만 문제는 화연의 성격입니다. 물론 사랑했던 사람들을 모두 잃었으니 나쁜 여자가 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그러나 모든 것을 다 잃었다고 자신이 과거 정말 사랑했던 권유와의 관계도 끊고 선원대군에게도 해서는 안 될 일을 하게 된 것인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치 자신의 아들을 왕자로 만들기 위해 모든 것을 걸고 악행을 저지른 대비와 다를게 뭐가 있는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적당히 복수하고 적당히 권력의 암투를 다루었으면 좋았을텐데 노출 장면 만큼이나 자극적인 장면이 상당히 많은 것은 좀 아쉬운 점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잔인하기는 마찬가지였지만 적당히 치고 빠졌던 김대승 감독의 역시 또 다른 사극이었던 <혈의 누>와는 상당히 다른 모습이죠.
어떤 때는 <번지점프를 하다>에서 보여주었던 서정적인 멜로물이 더 그리웠던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김대승 감독님에게는 그 점이 아쉬웠습니다.
배우들이 많이 등장합니다. 조여정 씨의 노출은 이 영화에서도 많았고 마지막 장면에서는 격정적인 노출 장면이 등장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얼마전에도 이야기했듯이 누가 노출을 하고 어떻게 노출을 했는지에 대한 관심을 갖기 보다는 그 배우의 연기력을 보는 것이 우선이라고 봅니다.
의외의 모습은 김동욱 씨였지요. 왕의 체면도 생각하지 않고 성욕에 빠지는 왕으로 등장했는데 의외의 내면 연기가 인상적이었지요.
이 외에도 이 영화에는 많은 배우들이 나오지만 그 배우들을 잘 활용하지 못한다는 생각이 드네요. 특히나 박철민 씨나 조은지 씨는 다운되어 있는 영화의 분위기를 올려주는 역할들을 하고 있지요. 하지만 이 영화에서는 어두운 분위기의 영화이다보니 너무 그들의 진면목을 보여주지 못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오히려 이경영 씨나 박지영 씨의 카리스마 있는 연기가 인상적이었지요. 이경영 씨는 내관 중의 대장 역할로 사건을 해결하는 해결사로 등장하고 박지영 씨는 왕을 조정하고 이 사건의 발단을 일으키는 인물로 등장하여 영화를 긴장감 있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저는 특히나 눈여겨 본 배우가 있는대 윤 대감 역을 맡은 조기왕 씨 입니다. 이름이 좀 특이한 분인데 확인해보니 러시아에서 유학을 하신 유학파 연극배우 출신이라고 하시는 군요. 지금은 연기를 가르치는 교수님으로 활동중이시라네요. (어쩐지... 이와 관련된 황기선 사단 측 황윤정 님의 친절한 답변 감사합니다.)
이 영화에서 중요한 것은 노출이 아닙니다. 노출이 아니라 권력 다툼입니다.
하지만 이런 소재를 가지고 너무 많은 것을 보여주려다보니 영화가 이것도 저것도 아닌 상황이 되어버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한 화연을 복잡한 성격의 여성으로 다루다보니 변심한 여자, 나쁜 여자로 만들어버린 것이 저는 좀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나쁜 남자들이 너무 판을 치는 세상에 나쁜 여자가 조선시대 없으라는 법은 없을지 몰라도 변덕이 심한 여자, 권력에 욕심이 많은 여자로써 여주인공을 너무 무리하게 그린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래도 가끔은 저런 나쁜여자라도 저에게 있었으면 하는 생각도 드네요. ^^; )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 영화는 상당히 볼거리가 많다는 것입니다. 오락적으로 갖추어야 모든 것은 다 갖추었다는 점에서 흥행면에서는 좋은 성적을 거두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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