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한 잡설들/오감만족... 이 영화 봤수?

[차형사]거지왕, 패션왕 되다? '웃기기만 하면 장땡'이라는 고정관념이 아쉬워...

송씨네 2012. 6. 1. 12:56

 

 

 

2009년 만들어진 영화 <7급 공무원>은 액션과 코미디의 발런스가 균형있었던 영화였습니다. 어쩌면 성공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였을테고요.

<검은집>이나 <브레인웨이브> 같은 어두운 작품을 들고 나왔던 신태라 감독은 <7급 공무원>의 성공이후 '나는 코미디 장르가 적성에 맞는 것 같다'라고 생각하셨을지도 모르겠네요. 그 때문일까요? 그가 가지고 나온 신작 <차형사>는 그런 기대를 갖기 충분 했었습니다.

사실 시놉시스만 봐도 그렇게 땡기는 영화는 아니었지만 신태라 감독의 작품이라는 점이라서 기대를 하고 이 영화를 보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거지 비만 형사가 몸짱 모델로 거듭나는 이야기를 다룬 영화 <차형사>입니다.

 

 

노숙자 같은 포스에 D라인이 인상적인 철수(강지환 분)의 직업은 형사입니다. 모두들 차 형사라고 부르죠.

멋이라고는 손톱만큼도 찾아보기 힘든 그에게 미션이 하나 떨어집니다. 유 반장(신정근 분)은 패션쇼 런웨이에 잠입하여 마약 사건을 수사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이죠.

그나마 수사팀에서 뛰어난 미모(?)를 지닌 후배 경석(이희준 분)이 나서게 되지만 한밤의 '변태 인라인 스케이트 쇼'로 인해 변태형사로 낙인 찍히고 부상까지 입게 됩니다. 철수는 우여곡절 끝에 학창시절 동창이자 패션 디자이너 영재(성유리 분)의 데뷔 무대에 서야하는 상황으로 뒤바뀌게 됩니다.

하지만 영재의 난해한 패션은 물론이요, D라인을 자랑하는 철수를 어떻게 훈남 모델로 데뷔시키냐는 생각에 거의 맨탈 붕괴 직전입니다.

한편 패션계를 좌지우지하는 패션계의 큰 손 탁 대표(박정학 분)은 모델 선호(이수혁 분)을 통해 마약 거래를 하려고 하고 있고 권 실장(손병옥 분)의 움직임도 포착되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과거 절친이던 동료 모델 승우(김영광 분)과 선호의 불미스러운 일로 두 사람의 관계는 좋지만 않습니다.

얼떨결에 런웨이에 오르는 철수... 하지만 탁 대표는 철수와 영재의 관계와 철수가 형사라는 것을 알아내면서 두 사람을 괴롭히기에 급급합니다.

이러다가 영재의 첫 패션쇼가 엉망진창이 되는 것일까요? 그리고 철수는 야생같은 모델의 세게로 데뷔할 수 있을까요?

 

 

 

패션에 관한 드라마는 많이 나왔던 것이 사실입니다. 얼마전 <패션왕>이라는 드라마도 있었으니깐요.

사실 소재로만 보면 노숙자 포스에 몸무게가 나가는 형사라는 것은 재미있는 캐릭터라고 볼 수 있습니다.

문제는 이 캐릭터를 어떻게 잡고 요리하여 재미를 극대화 시킬까라는 것이죠.

<차형사>는 감독이나 배우들이 이야기 했듯 재미를 위해 만든 영화라고 이야기합니다. 물론 그것을 충족시켜주고 있고 웃음을 유발시키는 장면도 상당히 많습니다.

하지만 단순한 코미디의 행진으로 이어질 뿐 이야기의 사실감이나 고증면에서는 부실하다는 느낌이 많습니다.

물론 패션과 관련해 실제 패션쇼에 사용되었던 의상과 디자이너들이 이 영화에 참여했다는 점은 사실감을 주기 충분합니다.

다만 경찰 치장을 작업장으로 만드는 장면 같은 경우는 오히려 경찰들이 보면 경찰의 권위가 무시당하는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정도로 억지 같다는 느낌이 들더군요. 또한 대질 심문을 위해 용의자들을 특수 유리 건너편에 서게 하는 장면에서 일부러 형사인 철수가 용의자 포스로 들어가서 서 있는 장면은 마치 범죄 피해자에게 장난을 치는 듯한 느낌도 드니깐요. 세상에 어느 형사가 용의자처럼 범죄자들과 같이 서 있는 장난(?)을 칠까요? 그건 아니라는 것이죠.

 

특히나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 마약을 코믹한 소품으로 활용한 것인데 이것은 약간 의견이 갈리지 않을까 싶은데요.

권 실장이 이른바 '물뽕'이라 불리는 마약을 철수에게 투여하는 장면 이후 철수가 오히려 손 대표 차를 부수거나 행패를 부리는 장면은 상당히 코믹한 장면이긴 하지만 마약이라는 것을 너무 가볍게 이야기하는 것이 아닐까하는 아쉬움이 들었습니다. 이후 이 '물뽕'은 손 대표를 검거하는 중요한 소재가 되지만 한편으로는 철수와 영재를 위기로 만드는 물건이기도 하죠. 이런 위험한 마약을 너무 우습게 희화했다는 것은 좀 위험한 발상이라고 보여지네요.

버스와 의상을 실은 트럭의 추격전 장면 역시 인상적입니다. 하지만 버스 와이퍼에 인형같은 악세사리를 원래 달 수 없지요. 어떤 버스 기사 분들도 그렇게 하지는 않을껍니다. 간혹 성탄절을 기념해 버스 내부를 꾸미는 경우는 있어도 와이퍼 같은 경우는 오히려 이런 악세사리가 위험할 수 있지요. 이는 철수가 헤드셋이나 다른 장비를 사용하지 않고 전화를 받는 것과 같은 위험한 행동입니다. 영화적 상상력이 들어간 장면이지만 역시 위험한 장면이라는 것이죠.

 

 

 

 

패션 업계를 다루는 이야기답게 우아한 기럭지를 자랑하는 모델들의 워킹이나 꽃미남 모델들의 모습을 보는 것은 이 영화의 큰 볼거리일 것입니다.

선호 역의 이수혁 씨나 승우 역의 김영광 씨는 실제 모델 출신으로 영화의 사실감을 높였고요, 여성스러운 모습도 보여준 민승 역의 신민철 씨도 역시 베테랑 모델입니다.

특수분장이 아닌 실제로 몸을 찌우고 빼는 것을 반복해 리얼함을 보여준 강지환 씨는 칭찬 받아 마땅하며, 외모만 바뀐게 아니라 연기스타일도 조금씩 변화를 주는 성유리 씨도 고생하셨다고 생각됩니다.

경석으로 나온 이희준 씨 캐릭터도 상당히 재미있었는데요. 소리나는 야광 인라인 스케이트를 고집하는 별난 성격의 신세대 형사로 등장했는데 그가 보여주는 코미디는 화장실 유머와 슬랩스틱 코미디를 절묘하게 버무린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 캐릭터도 좀 더 살렸으면 하는 아쉬움이 들기도 하네요. 아울러 무대감독과 유명 디자이너로 각각 등장해 깨알 웃음을 준 홍석천 씨나 라미란 씨도 인상적입니다. (개인적인 생각은 커밍아웃 했지만 당당하게 살아가고 있는 홍석천 씨와 여성스러운 모델로 등장한 신민철 씨와의 에피소드를 만들었다면 기발했을텐데 이 부분은 놓친게 아닌가 싶네요.)

 

 

 

<차형사>는 러닝타임 110 분 동안 웃음을 위해 만들어진 영화입니다.

새로울 것도 없고 그렇다고 과거의 재반복도 아닙니다. 하지만 별 것 아닌 억지 설정과 약간 고증이 무시된 상황 등은 오히려 이 영화를 마이너스로 만드는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 점에서 재미있는데 아쉽다라는 느낌을 지우기가 힘드네요.

 

PS. 영화에서 철수가 즐겨듣던 트로트 '인생은 한방'... 차 형사의 성격을 느낄 수 있는 재미있는 소품(음악)인데요. 이거 음원으로 들어보고 싶은데 오히려 이런 OST가 듣기가 더 힘드네요..

아참, 비매너 댓글 하나 삭제했습니다. 저는 이런 글은 스펨과 동급으로 취급합니다. 자신의 글이 왜 삭제되었는지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