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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 나이트 라이즈]영웅의 탄생, 영웅의 몰락, 영웅의 재도약... 3부작으로 제대로 끝낸 크리스토퍼 놀란!

송씨네 2012. 7. 20. 01:59

 

 

 

※개봉작입니다. 하지만 불쾌한 스포일러가 포함될 수도 있습니다.

 

프리퀼과 리부트로 된 작품이 그동안 많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그 작품들 중에는 정말 작품성과 오락성을 가진 영화들이 많았지만 실망감을 안겨준 작품도 많았죠.

이런 영화들은 장기적으로 만들어질 때 각본의 힘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그런점에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처음부터 우리에게 새롭게 선사한 배트맨의 또 다른 이야기는 기대가 클 수 밖에 없습니다.

다행히도 <배트맨 비긴즈>와 <다크 나이트>는 관객과 평론에 모두 좋은 점수를 받았습니다.

특히 <나크 나이트>에서의 조커는 팀 버튼이 만든 <배트맨>의 조커도 잊게 만드는 그런 최고의 악당을 보여주었지요.

히스 레저가 세상을 떠난 지금 조커도 없는 상황에서 과연 배트맨 시리즈의 마지막 이야기가 나올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의문도 많았습니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그 우려를 씻어주려고 힘을 다해 준비했습니다. 아이멕스 카메라로 촬영된 영화 <다크 나이트 라이즈>입니다.

 

 

 

청백리의 모범을 보인 하비 텐트 검사(아론 에크하트 분)가 세상을 떠난지도 8년 정도의 시간이 지났습니다.

법의 강화로 악의 무리들의 대부분이 심판을 받았고 고담시는 범죄율이 제로에 가까울 정도로 조용하기만 합니다.

그러던 와중 괴상한 복면을 쓴 사내가 핵무기에 저명한 과학자를 납치하고 그들이 탑승한 비행기도 폭파시키는 사건이 발생됩니다.

하비를 추억하는 기념 연설 현장에 정작 브루스(크리스찬 베일 분)은 보이지 않습니다. 공식석상에 나타나지 않는 대신 숨죽여 집에서 요양을 하고 있던 도중 한 좀도둑이 그에게 찾아오죠. 그의 어머니의 유품인 목걸이를 가져간 사람은 셀리나(앤 해서웨이 분)이지만 이 여인의 진짜 목표는 다른데 있는 것 같습니다.

도난 당한 것은 웨인의 지문이기도 했으니깐요. 서버가 마비된 증권 거래소 속에 모습을 드러낸 복면의 사나이 베인(톰 하디 분)은 이 곳을 쑥대밭으로 만듭니다.

전산오류는 결국 웨인을 빈털털이로 만들지만 그의 사업에 관심을 갖고 있는 여성 사업가 미란다(마리옹 꼬띠아르 분)가 웨인의 조력자 역할을 하게 되지요.

셀리나를 추적한 웨인은 이 사건이 베인과 관련있음을 알게 되고 자신이 하고 있던 에너지 자원 개발 프로젝트가 그들에 손에 넘어가지 않도록 고민을 하게 됩니다.

자칫 그가 개발한 기계들이 핵무기로 바뀔 위험이 있기 때문이지요. 그가 다시 배트맨으로 나설 순간이 되어버린 것입니다.

하지만 그의 곁을 오랫동안 지키던 알프레드(마이클 케인 분)는 웨인이 위험해질 것을 두려워한 나머지 집사 일을 그만두기로 합니다. 또 다른 조력자 폭스(모건 프리먼 분)의 도움으로 위기를 이겨내려 하고 있고 그의 팬이었던 형사 블레이크(조셉 고든 레빗 분)도 웨인의 이런 움직임에 힘을 보태줍니다. 여전히 뒤에서 그를 지켜보던 경찰서장 고든(게리 올드만 분)도 마찬가지고요.

그러나 베인의 공격도 만만치 않습니다. 고담시를 쑥대밭으로 만드는 것도 모자라 웨인을 자신이 갇혀 지냈던 동굴 감옥으로 보내버렸으니 말이죠. 탈출 확률 제로에 가까운 이 동굴 감옥으로 말입니다. 구조는 동굴... 하지만 빠져나오는 방법은 우물같이 생긴 곳을 도약해야 하는 상황...

선과 악이 정신없이 뒤바뀌고 빈부격차도 뒤집어지는 이상한 상황 속에 웨인 혹은 우리의 배트맨은 고담시를 구해야 합니다.

 

 

 

보통 슈퍼히어로들의 영화라면 언제나 정의는 이긴다는 것을 보여주며 영화는 막을 내립니다.

하지만 크리스토퍼 놀란의 배트맨 3부작은 어딘가 달랐습니다. 1편 <배트맨 비긴즈>(2005)는 배트맨의 탄생을 보여주고, 2편 <다크 나이트>(2008)에서는 배트맨이 조커를 비롯한 악당의 음모로 인해 몰락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렇다면 3부작의 마지막은 재도약이 되는 것이 우선이겠지요.

물론 세번째 이야기는 배트맨의 재도약이 주된 이야기가 맞지만 호락호락 재도약을 도와주지만은 않죠. 가볍고 위트있던 과거의 <배트맨> 시리즈를 생각한다면 놀란 감독의 '배트맨 3부작'는 진지하고 우울함이 가득한 시리즈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보니 맺음부분에 있어서도 자연스러운 맺음이 아닌 불안함 속의 해피엔딩을 보여주려 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앞에서도 이야기 드렸듯이 히스 레저가 세상을 떠나면서 더 이상 조커를 출연시키는 것은 불가능 했습니다.

다른 배우로도 대체할 수 있었겠지만 놀란 감독은 조커를 아예 우리의 기억속에 지우는 방법을 택합니다. 3편의 <다크 나이트 라이즈>에서 하비를 언급하는 장면은 있지만 조커를 언급하는 장면이 없는 것도 이런 이유이겠지요. 어쩌면 관객들에게는 불친절한 모습일 수도 있지만 놀란 감독에게는 최대한의 배려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이 영화를 기대반, 우려반으로 보신 분들의 대부분이 걱정한 이유가 바로 조커의 부재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한편 이미 전편의 <배트맨과 로빈>(1997)에서 포이즌 아이비(우마 서먼 분)로 인해 근육바보(?)가 되어버린 베인을 어떻게 원작 코믹스에 맞게 되살릴 것인가의 의문과 2편(1982)의 셀레나 혹은 캣우먼을 어떻게 바꿀 것이냐라는 의문일 것입니다. 2편의 미셀 파이퍼도 분명 매력적인 캐릭터였지만 새로움이 필요했을 것입니다.

놀란 감독은 비슷한 이미지라고 느껴지는 앤 해서웨이를 기용합니다. 하지만 그녀에게는 미셀 파이퍼처럼 의상 전체에 쫄쫄이 의상을 입히는 무식한 짓(?)도 하지 않았고, 닉네임이 캣우먼이라고 해서 고양이를 그렇게 강조하지도 않았습니다. 놀란 감독은 조커만 잊게 만든 것이 아니라 과거 4부작의 배트맨 시리즈도 잊어버리도록 관객을 만든 것이지요. 영리한 방법입니다. 

 

그러나 때로는 의외의 선택을 하기도 하지요. 과거 배트맨 시리즈의 4편에 해당되는 <배트맨과 로빈>에 등장했던 로빈을 영화에 등장시키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이미 영화에서는 조력자도 많은 이상 더 많아지면 복잡하지 않아서가 아닐까라는 생각도 들었지만요. 그러나 이에 대해서는 많은 이야기가 있었지요.

일반 경사 출신의 블래이크가 바로 주인공입니다. 사건이 터지자 형사들도 꺼려하는 사건을 탐문하려고 하고 그것에 감동을 받은 고든은 그를 형사로 진급시켜주지요.(물론 이 영화에서는 흔한 진급 장면 하나 없지만요.) 사사건건 배트맨과 웨인의 사건에 관심을 갖는다는 점에서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로빈이 아닐까라는 의문도 들었지만 놀란 감독은 그것에 대해서도 전면 부정을 했다고 하죠. 혹시나 놀란 감독이 아닌 또 다른 감독이 스핀오프 버전으로 배트맨과 블래이크(혹은 로빈이 될 수 있는)의 이야기를 만든다면 모를까 그런 이야기는 나올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것이죠.

 

 

 

 

 

영화는 의외로 마지막을 향해가면서 많은 비밀과 반전을 이야기합니다.

특히 베인에 대한 비밀을 이야기하는 장면에서는 의외의 반전을 주는데요. 영화에서 중요할 것 같았던 베인의 캐릭터가 반전이 밝혀지면서 허무하게 김빠지는 캐릭터로 변한다는 단점이 있지요. 또한 의외로 영화에서 활약이 없던 사람이 놀라운 반전을 보여주고 있으니 이 영화는 끝까지 주목하고 보셔야 할 것입니다. (참고로 힌트는 아까 말씀드린 동굴 감옥에 있습니다. 동굴 감독과 놀란의 배트맨 시리즈 1부인 <배트맨 비긴즈>에 등장한 웨인의 스승과 관련이 있습니다. 더 이야기하면 위험하므로 여기까지...) 

 

이 영화는 다양한 볼꺼리도 많지만 많은 배우를 여기서 다 볼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느껴질 정도로 많은 등장인물이 나옵니다.

놀란 감독의 전작 <인셉션>을 능가하는 등장인물들이죠. 우선 기존의 크리스천 베일, 게리 올드먼, 모건 프리먼, 마이클 케인 뿐만 아니라 이번 작품에서는 앤 해서웨이, 조셉 고든 래빗, 톰 하디, 마리옹 꼬띠아르 등의 배우들도 볼 수 있습니다. 또 의외의 인물도 등장하는데 망나니 판사로 등장하는 킬리언 머피를 보는 것도 이 영화의 또 다른 재미가 아닐까 싶습니다. (생각보다 그가 등장하는 장면은 많지 않습니다.)

 

이 영화는 분명 아이맥스의 장점을 잘 살린 영화임은 틀림 없습니다. 다른 영화에 비해 아이맥스 카메라로 찍은 장면도 많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아이맥스용으로 만든 액션 영화가 그리 많지 않았음을 보여주기도 한 것이지요. 그런데 제가 몸이 둔해서 그런 것일까요? 예전만큼의 아이맥스의 감흥이 없는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아이맥스 버전은 넓은 시야에서 다양한 각도로 배우들의 움직임을 볼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러나 굳이 보는 것이라면 아이맥스도 좋지만 사운드가 좋은 극장에서 영화를 관람하는 것도 저는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사실 영화를 보는데 가장 금상첨화라면 아이맥스+3D+4D로 보는 영화겠지요. 대신 돈이 많이 깨지는 것은 각오하셔야죠! ^^; )

 

 

 

 

 

놀란 감독의 배트맨 3부작이 끝났습니다. 분명한 것은 팀 버튼의 배트맨과 조엘 슈마허의 배트맨, 그리고 크리스토퍼 놀란의 배트맨 모두 다른 느낌이라는 것입니다.

판타지스러운 장면이 많은 팀 버튼, 기교와 SF적인 느낌이 강했던 조엘 슈마허, 현실적인 영웅의 모습을 보여준 크리스토퍼 놀란까지...

4개의 시리즈와 3개의 리부트와 프리퀼은 사골처럼 자칫 잘못 우려내면 망칠 수 있는 이야기를 나름 잘 이어나갔다고 봅니다.

<스파이더맨>, <슈퍼맨> 등의 작품들이 리부트나 프리퀼 시리즈로 계속 이어나갈 것이며 또 다른 슈퍼 히어로의 프리퀼과 리부트도 계속 되겠지요.

그리고 언젠가는 우리가 잘 몰랐던 슈퍼히어로를 만날 날도 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무튼 브루스 웨인 혹은 배트맨... 수고하셨고요. 당분간 요양 좀 하시길... 아직 슈퍼히어로들은 너무 많고 너무 건재하니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