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한 잡설들/오감만족... 이 영화 봤수?

[케빈에 대하여]악마 같은 내 아들... 태어날 때부터 우리는 선한 존재? 악한 존재?

송씨네 2012. 7. 20. 13:29

 

 

 

 

저는 결혼도 안했고 결정적으로 남자인데요. 여성분들에게 묻고 싶은 것이 엄마가 되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보신 적이 있는가 입니다.

남자들이 아빠가 되는 고민만큼이나 결혼을 하고 엄마가 되는 여성들의 고민은 남자들 보다도 크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연애, 섹스, 결혼, 출산으로 이어지는 여성들의 삶은 남자들보다 더 복잡하고 힘들어 보이기도 하는데요.

만약 정성들여 키운 내 자식이 악마의 근성을 보인다면 그 엄마(어머니)의 심정은 어떨까요?

슬픈 우리들의 자화상... 영화 <케빈에 대하여>입니다.

 

 

 

세상이 온통 빨간색인 곳에 한 여성이 누워 있습니다. 마치 핏빛 물결이 넘실대는 이 곳은 살인현장이 아니라 스페인의 토마토 축제입니다.

이야기는 현재로 변합니다. 그녀의 집 앞은 온통 빨간색으로 물들여 있습니다. 심지어는 그녀의 낡은 자동차에도 누군가 뭔가를 뿌려놓은 듯 빨강으로 가득차 있습니다.

여행가 에바(틸다 스윈튼 분)은 여행지에서 프랭클린(존 C. 라일리 분)을 만나 뜨거운 사랑을 나누고 결혼을 하였습니다.

그리고 그들에게서 태어난 금지옥엽 같은 아들 케빈을 얻었습니다. 하지만 케빈은 태어날 때부터 울음을 그치지 않았습니다. 어쩌면 에바는 자신이 엄마가 되는 것이 두려웠고 초보 엄마로써 이 아이를 어떻게 해야할지 몰랐습니다. 공사장의 소음으로 아이의 울음소리를 막는 것이 그녀에게는 최선의 방법이죠.

대소변을 가리지 못해 여섯살이 지났음에도 기저귀를 차고 다니고 말을 함에 있어서도 대화를 거부하는 이상한 아이였지요.

에바의 방에 온통 빨강 물감으로 도배를 하거나 음식을 집어 던지는... 아이라기 보다는 악마같은 아이... 그 애는 악마인지도 모릅니다.

어느 덧 고등학생이 된 케빈(에즈라 밀러 분)은 가족들과 친하게 지내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리고 그들에게는 그 사이 둘째이자 딸인 셀리아(애슐리 게라시모비치 분)도 태어났고 다행히도 오빠만큼 악동은 아니었습니다.

다시 이야기는 현재가 되고 에바는 여행사에서 일하는 말단 직원이 되었습니다. 잘나가던 여행가였던 그녀에게 무엇이 그녀를 벼랑 끝으로 놓게 만들었을까요?

그녀는 케빈을 만나러 갑니다. 하지만 집이 아닌 어둡고 사방이 막힌 밀폐된 공간으로 갑니다.

케빈은 여전히 말이 없습니다. 왜 그랬는지 물어봐도 그는 대답하지 않습니다. 무엇이 이들을 비극으로 만들어 놓았을까요?

엄마 에바의 마음은 더 가슴이 아파오기만 합니다.

 

 

 

영화를 보고나서 대부분의 반응은 참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이야기라는 것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케빈을 죽이고 싶을 정도로 얄미운 아이라는 의견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어쩌면 그렇게 생각하는게 정상일 것입니다.

뉴스를 봐도 세상에는 정말 그 의도를 알 수 없는 살인범들이 등장하고 우리는 그들에게 싸이코패스라면서 비판하기도 하죠.

극악무도한 이들의 모습을 보며 비난하고 비판하는 우리들의 모습은 정상입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우리도 그 폭력에 물들여져 있는지도 모르죠.

영화에 등장하는 케빈의 모습도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의문이 들었습니다. 무엇이 케빈을 악하게 만들었는가라는 의문이죠.

 

저는 이 영화를 보고 나서 성선설과 성악설이 떠올랐습니다.

중국의 철학자 맹자는 사람은 본래 태어날 때부터 선한 존재였으나 환경과 그릇된 욕망으로 인해 변질된다고 주장하였고 이것을 성선설이라 이야기하기도 하였습니다. 반대로 역시 중국의 철학자인 순자는 태어날 때부터 악한 존재이지만 꾸준한 교육을 통해 선한 인간으로 바뀔 수 있다는 성악설이 주장되기도 했습니다.

영화 속의 케빈은 성선설에 해당된다고 생각하실지 모르지만 그렇다고 성악설이라고 하기에도 애매한 인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케빈이 악마의 근성을 보인 결정적 계기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어쩌면 에바가 케빈을 임신시킬 때부터가 그 시점이 아니었을까라는 생각을 해보지만 그렇게 생각하기에는 조금 억지스러운 면도 있겠지요. 그러니깐 연애와 섹스는 하더라도 결혼과 출산은 하지 않으려는 요즘 세태의 모습을 반영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는 것이죠. 에바의 두려움은 케빈을 소심한 아이가 아닌 오히려 악을 품고 사는 아이가 되어버린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많은 리뷰를 하시는 분들이 이 영화의 초점을 에바가 케빈을 키우는 과정을 생각하고 있지만 양육하는 문제는 둘째치더라도 저는 케빈의 인성에 대한 궁금증이 더 커지기만 했습니다. 영화를 본 후에도 그 부분은 지금 이 리뷰를 쓰는 상황에서도 전혀 이해가 가지 않았고요.

어쩌면 많은 어머니들이 아이를 양육하는 과정에서 쉽지 않다는 것을 생각하면 이 부분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이해가 되는 부분이죠.

하지만 제가 생각하는 부분은 케빈의 인성과 더불어 아빠인 프랭클린의 태도일 것입니다. 케빈의 삐뚤게 변하는 모습을 남편인 프랭클린에게 알렸지만 그는 에바의 이런 걱정을 무시하고 오히려 에바를 신경과민이라고 비난하기에 이르죠.

어쩌면 악마가 되어버린 케빈에게 결정적인 계기가 된 것은 읽어주지 말아야 할 동화책과 선물하지 말아야 할 선물을 더해주면서 비극으로 오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 동화책과 그 선물의 정체는 영화를 보시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삐뚤어진 케빈은 결국 돌이킬 수 없는 사건을 보여주기에 이르고 영화의 초반의 빨강 페인트와 물감으로 가득찬 집과 자동차가 등장한게 아닌가 생각됩니다. 아무리 지우려 해도 도무지 지워지지 않는 이 것은 에바의 지워지지 않는 상처와 상당히 큰 연관성을 지니고 있는 것 같습니다.

 

더 안타까운 것은 케빈으로 인해 에바가 의도하지 않게 마녀 혹은 이방인으로 전략해버린 것입니다.

이웃의 손가락질과 무관심은 물론이요, 그녀가 일하는 여행사에서도 무시당하는 상황까지 이르게 되니깐요.

그녀의 편은 아무도 없는 것처럼 보이기까지 합니다. 크리스마스 파티를 보내는 에바는 케빈의 사건으로 인해 무기력해지고 사람들과 더 멀어집니다.

매우 소심한 모습으로 변화되는데 이것을 모르는 일부 여행사 직원은 그녀의 무표정과 무기력함을 이해할 수가 없지요. 심지어는 측은대던 여행사 남자 직원이 성(性)적 매력이 없다고 비아냥 거리는 상황까지 등장하지요. 저같으면 더러워서라도 그 회사 직원 때려 눕히고 사표를 쓰고 나갔을지도 모르지만 에바는 절대 그렇게 할 수 없다는 것이죠. 어쩌면 진짜 악마는 케빈이 아니라 얼굴이라는 가면을 쓰고 돌아다니는 우리 인간들이 아닐까라는 생각도 듭니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원래 이 작품 <케빈에 대하여>는 소설이 원작인 작품입니다. 라이오넬 슈라이버의 원작 소설인 이 작품은 원작이 편지 형식으로 이루어진 작품이기 때문에 이것을 시나리오로 푸는데 생각보다 애를 많이 먹지 않았나 생각이 들었습니다. 상당히 두꺼운 분량을 자랑하는 원작 소설이기도 하고 어머니 에바의 심리 묘사가 상당히 큰 관건이 될테니깐요. 그런점에서 이런 부분에 탁월한 재능을 보인 틸다 스윈튼을 기용한 것은 탁월한 선택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아울러 이 영화에서는 갓난 아이를 포함하면 네 명의 케빈이 등장하는데 청년의 케빈으로 등장하는 에즈라 밀러의 소름끼치는 연기도 인상적이었지만 유아기에 해당하는 어린 아이로 등장한 두 명의 아역 케빈의 모습도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아역 배우들을 관리하고 이들을 연기시키는 것이 쉽지 않은 부분인데 감독이나 어린 친구들이나 나름대로 그 악날함을 관객에게 잘 전달한게 아닌가 싶습니다.

 

인상적인 것은 영화에 등장한 음악들이었습니다. 올드팝의 대향연이라고 느껴질 정도로 많은 음악들이 등장합니다.

영화 <빅피쉬>에도 삽입되어 인상적이었던 버디 홀리의 'Everyday'나 크리스마스 하면 떠오르는 2인조 듀오 웸의 'Last Christmas'도 흘러나옵니다. 의외로도 다양한 팝들이 흘러나오는데 무엇보다도 인상적인 것은 케빈의 악마 근성을 보여주는 결정적 계기가 된 'Mother's Last Word To Her Son'라는 곡입니다. 가사는 아름다울지 모르지만 영화에서는 오히려 이것을 반전시키는 역할을 만듭니다.

 

 

이외에도 이 영화에는 은근히 찬송가를 많이 삽입시키는데 에바의 집에 전도를 하러 교회 사람들이 등장하는 장면에서 에바가 거부를 하는 것도 어쩌면 종교관에 대한 회피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이 부분에서는 상당히 애매한 부분이기도 하지요. 악마의 아들을 둔 엄마가 종교를 가진다고 하더라도 신에게 바로 용서받는 것은 아니니깐요.

영화 <밀양>을 비롯한 작품에서 용서를 해주는 당사자가 아닌 용서를 구하는 입장의 피의자의 부모로써 느끼는 기분은 분명 다르겠지요.

 

 

 

<케빈에 대하여>는 참으로 난해한, 난감한 영화입니다.

어쩌면 엄마(어머니)의 모성애에 대해 그 소중함을 알아야 할 영화임에 동시에 연애과 결혼, 섹스에 대한 우리의 가치관을 다시한번 생각해 보는 영화라고 생각됩니다.

울러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악한 존재인가, 선한 존재인가라는 의문을 다시한번 갖게 되는 영화임에는 틀림없는 것 같습니다.

분명한 것은 우리는 천사의 얼굴을 하고 있지만 숨길 수 없는 악마의 본능을 가진 인간들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여러분은 천사인가요? 아니면 악마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