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한 잡설들/오감만족... 이 영화 봤수?

[도둑들]범죄영화의 한계는 극복... 하지만 배우들의 동일한 분량은 글쎄...

송씨네 2012. 7. 29. 01:34

 

 

 

 

 

케이퍼 무비라는 장르가 있습니다. 영어로 유식한 척 하는 것은 저도 싫어하는지라 쉽게 풀이하자면 범죄를 계획하는 과정을 담은 영화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그런데 오늘 소개할 <도둑들>의 최동훈 감독은 이런 장르에 일가견이 있지요.

그의 데뷔작인 <범죄의 재구성>은 물론 만화가 원작인 작품 <타짜>도 일부 부분이 범죄를 모의하는 과정이 포함되어 있기도 하죠.

근데 이번에 최동훈 감독은 더 판을 크게 키우기로 작정을 했나 봅니다.

사람수도 많고 국내배우 뿐만 아니라 중국(홍콩)을 대표하는 배우들도 일부 출연합니다.

마카오와 홍콩, 그리고 부산 등을 이동하면서 다양한 화면을 담아냈고요. 영화의 내용만큼이나 또 다른 도박을 시작한 최동훈 감독의 이 영화를 오늘 한번 생각해 보죠!

 

 

 

 

국보급 문화제를 여유롭게 훔치고 아지트로 돌아온 사람들이 있습니다.

카센터로 위장한 이들의 아지트에는 사실상 대장인 뽀빠이(이정재 분)이 있고, 줄타기 솜씨에 사람을 홀리는 재주까지 지닌 예니콜(전지현 분)도 있지요.

이들 팀의 막내인 잠파노(김수현 분)은 어리숙하지만 낭만과 사랑을 꿈꾸는 친구이며, 이들 조직에서 가장 연장자인 씹던껌(김해숙 분)은 노련미로 이들 팀과 같이 활동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 조직의 낌새를 눈치첸 형사(주진모 분)로 인해 마카오로 이동을 하기로 결심합니다.

이들은 고가의 다이아가 박힌 '태양의 눈물'을 훔치기로 하는데 다름 아닌 장소는 카지노 도박장...

이들은 마카오 팀과 합류하여 더 큰 판을 벌이기로 결심합니다. 노장이지만 유창한 일본어가 일품인 첸(임달화 분)과 젊은 좀도둑 조니(증국상 분), 그리고 어딘가 모르게 어눌해 보이는 앤드류(오달수 분)과 합류를 결정합니다. 거기에 이들의 대장이 될 마카오 박(김윤석 분)과 어딘가 모르게 약간은 수상한 금고털이범 줄리(이심걸 분)도 동참합니다.

목표는 동일합니다. 고가의 다이아를 가지고 있는 의문의 여인 티파니(예수정 분)를 따돌려 장물아비 조직의 대부인 웨이홍(기국서 분)에게 파는 것이죠.

하지만 이들의 일은 이상하게 꼬여가고 서로를 의심하는 상황까지 생겨나게 됩니다.

더구나 과거 뽀빠이와 마카오 박은 한국에서 범행을 모의했다가 마카오 박의 와이어 줄이 끊기고 훔쳤던 금괴도 순식간에 사라졌으니 서로 간에 불신이 없을 수가 없지요. 더구나 이들 사이에 끼여 있던 팹시(김혜수 분)가 출소하면서 이들 조직과 합류하게 되었으니 서로간의 믿음은 살얼음을 걷는 기분입니다.

과연 이들은 '태양의 눈물'을 손에 넣게 될까요? 넣게 된다면 누구의 손에 넣게 될까요?

 

 

 

 

범죄를 모의하는 조직원들의 숫자는 무려 열 명... 그 중 한국인 등장 인물이 일곱 명...

자주 이야기 드리지만 저는 이렇게 떼로 나오는 영화들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리뷰로 일일히 이들의 배역과 배우 이름을 풀어 쓰는 것도 그렇고 외모가 비슷하면 헛갈려서 리뷰 쓰는데 어려움이 많죠.

하지만 영화는 전혀 다른 성격의 열 명의 배우를 적당히 배치시켜 저처럼 꼴통(!) 영화 블로거의 수고를 덜어주려고 하고 있습니다. (이거 감사해야 할 일인가요?)

러나 무엇보다도 등장인물이 많기 때문에 이들 인물들의 성격 뿐만 아니라 그들의 치명점인 약점과 장점들을 열거하고 그것이 적절히 조화를 시켜 사건을 풀어나가는 계기가 되도록 해야하는 어려운 숙제가 남아있는 것이죠.

 

하지만 마카오 박, 뽀빠이, 팹시 등의 인물을 한 부류로 묶고 예니콜과 잠바노를 묶었으며 의외로 노장의 씹던껌과 첸을 부부 사기단으로 묶어 혼란이 오지 않도록 만들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의심과 배반을 하는 계기를 집어넣어 서로가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을 만들게 보여주죠. 긴장감을 놓지 않겠다는 겁니다.

이미 우리는 앞에서도 이야기했던 <범죄의 재구성>을 통해 최동훈 감독의 스타일과 실력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오히려 이것이 최동훈 감독을 싫어하게 만드는 계기를 만들기도 하죠. 스타일이 비슷하고 오히려 이런 논리정연한 스타일을 싫어하는 분들도 있으니깐요.

 

판은 더 커졌고 장소도 커졌으며 배우들도 많아졌고 더 다양해졌습니다. 이것이 영화를 보는데 큰 재미를 주는 것은 사실이죠.

하지만 너무 많은 등장인물은 자칫 배우들의 시간 분배에 있어서 단점을 몰고 오기도 합니다.

가령 최근 젊은 여성분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김수현 씨의 경우 전지현 씨와의 격정적인 러브 스토리를 기대했지만 중간에 허무하게 빠지면서 역할의 존재의 이유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해보게 되지요. 그렇다고 총맞은 것도 아니고 칼에 맞은 것도 아닌 장렬하게 죽음을 선택하지 않고 사라진 것이라서 좀 심심한 감이 없지 않죠.

또한 영화에서 부부 사기단으로 등장하는 김해숙 씨와 임달화의 등장은 재미있는 장면이었지만 이것 역시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재미있는 캐릭터인데 영화에 집중을 하려면 죽거나 혹은 경찰에 붙잡히거나는 등의 장치를 해야 한다는 것이죠. 그럴 것이라면 등장인물들을 줄이고 그들의 나이를 조절하는 것이 더 좋지 않았나라는 생각도 듭니다. 복합적인 역할을 배우에게 쥐어주어서 연기하는게 낫다는 것입니다. 물론 이것은 배우들게 고난이지만 이런 역할을 잘 수행한다면 연기 잘하는 배우로 인정될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에 그렇게 나쁘다고 보지는 않습니다.

 

이 영화는 아무도 서로를 믿지 말라는 숨은 암호가 자주 들어가 있는 듯 합니다.

니콜은 엿듣다가 자신의 계획이 들킬 것을 염려해 밑에 층으로 아크로바틱을 하듯 도망가야 하고, 첸은 조직원들의 계획과 달리 카지노의 돈들을 몽땅 가져가 씹던껌과 새로운 출발을 하려고 하지요. 

하지만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관게는 뽀빠이와 마카오 박, 그리고 팹시의 관계입니다. 불의의 사고의 원인을 알게 되고 서로가 배신자로 낙인 찍히는 그 상황들이 상당히 재미있게 느껴진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전에도 이야기했듯이 우리나라 영화들은 반전에 목숨건 사람처럼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 스토리가 꼬이고 꼬이는 내용을 만들어 관객에게 혼란을 느끼게 만든다는 것인데 이 영화는 자칫 그 위험해질 수 있는 그 함정을 교묘히 빠져나간 것 같습니다.

 

 

 

 

 

이 영화를 즐겁게 만드는 것은 의외로 액션이었습니다. <범죄의 재구성>을 통해 이후 이 작품 <도둑들>이 케이퍼 무비를 만드는데 튼튼한 뿌리 역할을 했다면 또 다른 전작 <전우치>를 통해 와이어 액션을 보여준 최동훈 감독은 더 한결 안정적이고 멋진 와이어 액션을 선보이게 이릅니다.

가장 이 영화에서 멋진 장면을 뽑으라면 저는 다른 생각도 필요없이 부산의 낡은 상가에서 벌어진 총격전과 와이어를 이용한 육탄전이라고 생각됩니다.

영화의 후반은 부산을 배경으로 하는데 이를 입증하듯 영화는 부산 데파트라는 낡은 상가를 배경으로 육탄전의 서막을 알립니다. 하지만 벽을 타고 에어컨 환풍기나 천막, 창문 등을 이용한 액션이 벌어진 곳은 사실은 서울 충무로의 진양상가라는 것입니다. 두 장소를 적절히 편집한 결과는 마치 하나의 건물이라고 생각할 만큼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는데 외국 영화에서나 나올법한 상가 벽에서 벌어지는 액션 장면은 국내 액션영화에서 보기 드문 명장면이 되지 않을까 저는 생각합니다. (물론 CG의 힘도 약간 빌렸겠지만) 거의 CG를 이용했을 것이라고 느껴질 정도로 벽을 타고 육탄전을 벌이는 와이어 액션은 의외의 상당한 박진감 넘치는 액션을 보여줍니다. <전우치>의 노하우를 잘 살린 결과였지요.

 

 

증국상이나 김수현 같은 젊은 배우들을 제대로 활용 못한 것이 이 영화의 최대 약점이지만 나머지는 사람만 많을 뿐이지 각자의 역할에 충실한 모습을 보여서 그 점이 좋았습니다. 예니콜로 등장한 전지현 씨의 욕설 장면은 <엽기적인 그녀>와 <써니> 사이의 중간 지점을 찾은 듯한 느낌의 장면이 많았고 오히려 그런 모습이 더 매력적으로 다가오기도 했습니다. 영화에서 초반과 막판에 두 번이나 꽃뱀 같은 팹시와 예니콜에게 속는 미술관 관장으로 등장하는 신하균 씨의 모습도 인상적이었지요.

 

 

 

 

이 영화의 경쟁 상대인 <다크 나이트 라이즈>를 두고 말이 많습니다.

<도둑들>이 낫다는 점수를 주신 분들도 있고 이 영화에도 알바 조작이 있는 것 같다며 <다크 나이트 라이즈>에 편을 들어주신 분들도 있습니다.

두 영화 중 뭐가 낫다고 말하기는 참으로 어려운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헐리웃 박쥐 아저씨의 공세에 <도둑들>이 잘 견뎌낼 것이라는 부분에는 상당히 공감합니다. 그 정도로 우리나라에도 액션 영화의 경쟁력이 그만큼 높아졌다는 것이죠.

배우의 양으로 승부를 거는 한국영화와 거대한 자본을 들여 만든 헐리웃 영화중에 여러분은 어느 작품을 선택하시겠습니까?

선택은 여러분의 자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