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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닥파닥]물고기들이 들려주는 세상살이의 노하우... 아이들은 이해 불가!

송씨네 2012. 7. 30. 21:30

 

 

 

 

유달리 제가 사는 곳에는 횟집이 많습니다. 너무 많죠.

그리고 시장안에 있는 제가 사는 공간에서도 가장 첫번째로 마주치는 녀석도 횟집과 생선 가게 입니다.

얼마전인가요? 싱싱하게 들어온 물고기들이 빨간 고무 대야에 들어오는데 제 다리에 그 물이 튀더군요.

순간 떠오르는 생각은 '제길... 비린내 나겠구나!' 였습니다. 물고기 전체를 풍기는 그런 그 비린내 말입니다.

그리고 거리를 거닐다 많은 횟집을 바라보며 어항 속의 물고기 녀석들을 보면서 얘네들도 행복할까라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언젠가는 잡혀먹을 텐데 말입니다.

세상이 무기력하고 힘들 때 이 세상과 정면도전을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사람들은 그런 그들을 미쳤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여기 바다로 향해 나아가려는 겁없는 고등어 한 마리가 있습니다. 물고기 동료들은 그를 미쳤다고 합니다.

미쳤다고 느껴지는 것들이 뒤바뀌어 버린 이상한 세상에 대한 애니메이션 <파닥파닥> 입니다.

 

 

 

 

100% 자연산을 취급한다는 어느 바닷가 횟집...

조용하던 수족관에 한 녀석이 들어옵니다. 그는 수족관에 들어오자마자 미친 듯이 이 투명한 수족관 유리벽을 나가려고 합니다.

기절하고 부딪치고, 기절하고 또 부딪치고... 옆에 있는 다른 물고기들은 이 물고기의 행동을 이해할 수가 없지요.

파닥파닥... 이 고등어(김현지 분/목소리)의 별명이 되어버렸습니다.

파닥파닥을 안쓰럽게 바라보는 물고기는 놀래미(안영미 분/목소리)로 그를 이해할 수는 없지만 한 편으로는 애처롭게 파닥파닥에게 이야기를 건내고 있습니다.

세상을 모두 포기한 아줌마 포스의 도미(안영미 분/목소리)와 그냥 삶을 살아가는 농어(이호산 분/목소리)도 있습니다.

줄돔(현경수 분/목소리)은 철저한 기회주의자이며 붕장어라는 이름보다는 아나고(이호산 분/목소리)라는 이름으로 더 익숙한 이 녀석은 넘버 2를 꿈꾸고 있습니다.

이 수족관의 넘버 1은 바로 올드 넙치(시영준 분/목소리)로 처음 수족관에 찾아온 신참을 무섭게 대하는 녀석이죠.

유일한 바다 출신인 파닥파닥과 달리 대부분의 수족관 물고기들은 양식장 출신입니다. 하지만 올드 넙치는 자신을 바다 출신이라면서 이야기하며 말도 안되는 수수깨끼로 이들 물고기들을 위협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얼떨결에 수수깨끼 출제자가 된 파닥파닥은 생각을 하고 살아야 함을 이야기하며 탈출 방법을 모색하지만 여전히 그에 생각에 그 어떤 물고기들도 공감하지  않습니다. 놀래미만 빼고요.

밤이 찾아오고 손님이 찾아오는 시간대에 파닥파닥은 아래층 수족관 킹크랩에게 의논을 해보겠다며 무작정 뛰어듭니다. 그러다가 다시 관상용 물고기 수족관으로 얼떨결에 들어오게 됩니다. 처음에는 모든 것을 부정하던 올드 넙치도 희망을 생각하기도 하지만 자신의 동료가 잡혀 먹었던 과거를 생각하면 쉽게 용기가 나지 않습니다.

과연 파닥파닥과 그의 친구들은 탈출에 성공할까요? 또한 꿈에 그리던 바다는 볼 수 있는 것일까요?

 

 

 

놀라운 것은 이 작품을 보면서 어떻게 인간 세상을 물고기에 비유해서 저렇게 그려냈을까라는 점이었습니다.

이 작품의 처음을 보면 일단 서열에 대한 부분이 나옵니다. 사실상 보스인 올드 넙치는 숨어있고 넘버 2인 아나고는 다른 물고기들을 지시하고 조정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일렬로 물고기들이 줄을 서는 모습들은 마치 인간사회에서의 줄서기... 즉 서열에 관한 이야기처럼 생각이 되어졌습니다. 그리고 학연과 지연(地緣/연고)에 대한 모습도 보이네요. 물고기들에게는 바다 출신이냐, 양식장 출신이냐라는 문제로 다툼이 벌어지는데요. 학연과 지연으로 벌어지는 사회문제는 인간세상도 마찬가지이죠. 어느 대학을 나오고, 어느 고향 출신이며, 어느 회사를 나왔는가라는 문제가 바로 그것이죠.

 

또한 새로운 사람이 오면서 벌어지는 텃새 역시 물고기 세상에서 그려지는데 바로 고등어 파닥파닥이 그 주인공이 되어버린 것이죠.

그리고 약육강식과 배고품에 관한 부분인데요. 이들은 말도 안되는 수수깨끼를 통해 맞추지 못한 사람은 자신의 꼬리를 내어주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합니다. 또한 배고품에 굶주린 물고기들이 팔리지 않은 다른 물고기를 횟집 주인이 수족관에 던져주면서 등장하는 장면에서는 눈알을 먼저 먹는 올드 넙치의 장면이 나오는데 그 다음 남은 부분을 이들 물고기가 먹는 장면이 있습니다. 강한 사람이 살아남는다는 적자생존의 원칙과 약육강식의 모습이 이 작품에 그려진 것이지요.

 

그렇다면 우리의 주인공 '파닥파닥'은 어떠했을까요? 끝까지 죽은 물고기를 먹지 않던 파닥파닥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생존의 본능은 꼬마 아이가 철없이 관상용 물고기 어항에 파닥파닥을 집어넣는 장면에서 보여지는데 물고기를 먹지 않을 것 같은 파닥파닥이 결국 관상용 물고기들을 먹어치우는 장면에서는 정의와 배고품에서 갈등하는 현대인의 모습을 보여주는 장면이라는 것이죠. 이것은 돈이 될 수도 있고 물건이나 음식으로 대체해서 비유를 해도 어울리는 부분입니다. 단지 그 주인공이 사람이 아닌 물고기라는 것만 다른 것이죠.

 

<파닥파닥>은 '물고기 버전의 <쇼생크 탈출>'이라는 별칭답게 횟집 수족관 물고기들이 바라본 인간들의 모습을 특이하게 그렸다는 점에서 인상적인 작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인간이 겪는 고통을 물고기에게 대입시킨 것은 매우 탁월한 선택이었다는 것이죠.

서열과 텃새, 적자생존의 원칙 등이 존재하는 것은 정글 뿐만이 아니며 인간세상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물고기들의 세상에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런 것들은 자유에 대한 갈망으로 표출되는 것인데 바로 파닥파닥이 몇 번의 탈출을 통해 우리에게 이야기하고픈 것이 아마도 이것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이 작품은 의외의 선택을 하는데요. 최근 국내 창작 애니메이션이나 수입 애니메이션에서 행해지고 있는 스타들을 이용한 성우 더빙을 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진짜 전문 성우를 사용했다는 것입니다. 이대희 감독은 이에 대해 '스타 성우를 기용해야 하는 건 줄 몰랐다'는 대답을 했다고 하죠. 하지만 이는 오히려 계산된 부분이라고 생각됩니다. 과거에는 이런 스타 마케팅이 분명 먹혔습니다. (물론 지금도 먹히는 경우가 있지만요.) 하지만 성우가 아닌 일반 연예인의 기용은 인지도만 높일지는 몰라도 작품을 망치는 주요 요인이 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런 스타 마케팅이 잘못된 것이냐고 물으신다면 한편으로는 그것 역시 아니라는 것입니다. <마당을 나온 암탉>이나 <소중한 날의 꿈>, <돼지의 왕> 등 의외로 아이돌 가수나 개그맨이 아닌 진짜 배우를 캐스팅 하였고 그 결과는 매우 좋았습니다. 기왕 차라리 더빙을 시키려면 전문성우를 하던가 그것이 어렵다면 연기가 되는 일반 배우를 기용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지 않나 생각됩니다. 그런 점에서 <파닥파닥>는 나름 성우들의 자존심을 지켜주었다고 봅니다.

 

성우 분들에 대해 우선 살펴보자면 이름들은 익숙치 않지만 목소리만 들으면 알만한 분들이 많지요.

우선 고등어 파닥파닥 역을 맡은 김현지 씨의 경우 <개구리 중사 케로로>와 <캐릭캐릭 체인지> 시리즈로 알려진 성우 분이며 파닥파닥과 가장 큰 대립 관계를 보여주는 올드 넙치의 경우 시영준 씨가 맡았습니다. 김현지 씨와 더불어 <개구리 중사 케로로>에서 활약했던 분이죠. 묵직한 목소리가 매력적인 이 분은 <일밤-대단한 도전>의 프로그램 성우로 제 기억에 많이 남던 분입니다. 악역 전문으로 알려져 있지만 코믹한 캐릭터도 어울리는 분이죠.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우리나라나 외국의 경우 주인공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한 성우가 여러 목소리를 내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 작품에서도 여러 캐릭터를 맡는 성우분들의 목소리도 들을 수 있으니 주위깊게 잘 들어보시길 바랍니다.

 

<파닥파닥>의 또 다른 비장의 무기라면 바로 뮤지컬적인 장면들이 아닐까 싶습니다.

물고기들의 노래가 유난히 많은 이 작품은 요나라는 뮤지션이 이 작품의 OST에 참여했으며 출연진 성우들 모두 노래를 불렀습니다.

이 작품의 서문을 여는 '악몽'이라는 곡은 인간에 의해 희생되는 물고기들에 대한 직설적인 가사가 돋보입니다. '생각해봐'라는 곡 역시 이와 같은 맥락을 하고 있으며 클라이막스 부분에 해당하는 '용서해요'는 화합과 희망을 이야기하며 이야기의 끝을 향해 가고 있습니다. 가사와 영상을 모두 같이 봐야 이해가 빠른 곡들이죠.

 

 

 

 

 

 

 

이 작품은 철학적인, 풍자적인 이야기가 가득한 작품입니다. 음악이나 영상부분에서도 철학적이고 난해한 이야기가 많은 편입니다.

인간에 의해 희생되는 물고기들에 대한 장송곡처럼 우울한 분위기의 이 작품은 그래서 그런지 어둡습니다.

따라서 미취학 아동들이 이해하기에는 상당히 어려운 내용이 많다는 것이죠.

물론 최근 애니메이션이 아이들의 전유물인 것은 사실이지만 과거와 달리 어른들을 위한 애니메이션이 많아졌다는 것도 주목할 점입니다. 이 작품은 후자에 속하지요.

따라서 기본적인 이 작품의 줄거리를 알아두시고 극장에서 이 작품을 봐주셨으면 합니다.

또한 일부 철없는 아이들과 철없는 어른들은 이 작품의 관람을 금하셨으면 좋겠네요. (강제적이지는 않지만 권장사항 입니다.) 

<파닥파닥>는 낭만을 생각하기에는 상당히 거리가 먼 작품이기 때문입니다. 이 작품은 <니모를 찾아서> 같은 작품이 아니거든요.

 

<파닥파닥>은 물고기의 삶에 대한 이야기지만 물고기의 모습으로 바라본 인간의 모습이자 인간의 모습을 수족관 속 물고기들의 모습으로 보여준 이 사회의 축소판이라고 생각됩니다. 어둡고 철학적이지만 이 작품을 봐야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입니다.

참 이상한 일이죠? 이 작품에 대한 리뷰를 쓰고 있을 때 어느 걸그릅에 관한 뉴스가 보이기 시작하더군요. 텃새, 약육강식, 왕따, 서열 만들기...

근데 웬지 모를 그들의 이야기가 이 작품과 유달리 연결되는 이유가 뭘까요? 그들은 서로를 물고 물어 뜯는 자신들의 모습을 제대로 알고 있을까요?

거울을 보세요... 수족관 물고기들은 자신들의 모습을 잘 보지는 못하겠지만 적어도 당신들은 시기와 질투로 얼룩진 얼굴이 보이기 시작할테니깐요.

 

그건 그렇고... 이 애니메이션 보시고 회가 그래도 땡기시는 분들이 있으신가요?

뭐... 그래도 땡기는 건 어쩔수가 없지요. 하지만 당신을 노려보며 '살려줘...'라고 외칠 것 같은 물고기의 대가리를 보면 입맛이 확 달아날지도 모르는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