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팅 혹은 폰섹스라고 불리우는 것이 있었습니다.
과거 전화방이 유행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남성용, 여성용으로 생기던 이런 전화방들은 탈선의 주된 원인이 되었지요.
하지만 전설로 통하는 영화잡지 키노에서도 실수로 전화방 광고를 실을 정도로 시대의 유행은 어쩔 수 없는 모양이었나 봅니다.
여기 얼떨결에 폰섹스로 만난 기묘한 남녀가 있습니다. 이들은 어째서 이렇게 만나게 되었을까요?
전화방도 사라진 이 시절에 말입니다. 영화 <나의 PS 파트너>입니다.
완구 업체에서 일하는 현승(지성 분)은 꿈이 있었습니다.
음악을 하면서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이지만 그는 본의 아니게 여자친구 소연(신소율 분)과 헤어졌습니다.
꿈속에서 그녀와 같이 하는 꿈을 꾸지만 그것은 몽정일 뿐입니다.
그러던 그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낯선 여인의 목소리에 거친 신음소리... 그런데 알고보니 잘못 걸린 전화네요.
속옷 쇼핑몰을 준비중인 윤정(김아중 분)이 남자친구 승준(강경준 분)에게 서프라이즈로 폰섹스 컨셉으로 전화를 건다는 것이 번호 하나 잘못 눌러 현승에게 걸어버린 것입니다.
현승은 얼마후 분노에 가득차 윤정을 비하하는 내용의 전화를 걸지만 서로의 이야기를 들으며 이제는 서로를 이해하는 관계가 되어버렸죠.
그러던 어느 날 윤정은 승준이 다른 여자를 사귀는 것을 알게 되었고 헤어졌던 소연은 다시 현승에게 다가와 다시시작 하자고 합니다.
모든 것을 참아낸 윤정은 결국 승준의 프로포즈를 받아들이지만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서로 이야기를 들어주던 현승 역시 윤정에게 마음이 움직이기 시작했고요.
폰팅으로 만난 이상한 커플... 과연 이들의 만남은 지속될 수 있을까요?
CJ는 문화계에 있어서는 좋은 역할을 하지만 한편으로는 욕을 먹는 대상이기도 하죠.
특히나 영화계에서는 같은 독립영화인들끼리도 CJ의 역할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과 부정적인 반응이 나뉘기도 하니깐요.
갑자기 이 부분을 말씀드린 이유는 바로 이 영화 CJ 문화재단의 신인 작가 스토리텔러 공모전인 '프로젝트 S'에 선정된 작품이기 때문이지요.
얼마전 소개한 다큐 <투 올드 힙합 키드>도 바로 이 공모전의 혜택을 받은 작품이죠.
신인 작가와 이야기꾼을 발굴한다는 의미에서 이 공모전은 좋은 의미입니다. 자연스럽게 CJ 엔터테인먼트의 배급망에 들어간 것도 어쩌면 이 영화 <나의 PS 파트너>에게는 행운이지 않았나 싶습니다.
폰섹스라는 소재 때문에 조금 자극적이지 않을까 싶은데요, 그렇게 생각보다 자극적이지는 않습니다. (다만 신소율 씨가 희생하시여 노출 연기를 보여주긴 했지만요. 드라마 <응답하라 1997>의 그녀가 말입니다. ^^; )
이 작품은 어떻게 보면 최근 두드러지고 있는 섹스 코미디 혹은 로맨틱 코미디의 또 다른 방식이라고 보여집니다.
이는 2010년에 만들어진 이선균, 최강희 씨 주연의 <째째한 로맨스>와 비교할 때 만만치 않은 작품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어떤 분들은 <째째한 로맨스>가 이 영화보다 낫다는 이야기도 있지만요.) 유머와 섹스에 관한 이야기를 적절하게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지요. 폰섹스라는 이야기는 둘째치더라도 이 이야기는 남녀의 사랑에 대한 관심이 필요한 이유를 잘 보여주고 있으며 굳이 베드신을 그렇게 많이 넣지 않아도 공감이 가는 이야기로 관객을 사로잡고 있습니다.
이 영화에서 폰섹스와 더불어 많이 등장하는 것이 있는데 바로 속옷입니다.
윤정의 직업이 주로 여성들의 브라를 파는 인터넷 쇼핑몰 운영자라는 점에서 상당히 인상적인데요. 그래서 그런지 이 영화에서는 상당히 파격적인 노래도 등장하지요.
사랑하던 여자의 결혼식에서 '너의 팬티 색깔을 알려줘'라고 노래를 부르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지만 이 영화에서는 그것이 가능함을 보여줍니다.
바로 'Show Me Your Panty'라는 아주 적나라한 제목의 곡인데요. 영화에서 카메오로 등장하는 신해철 씨가 직접 작사 작곡을 한 노래입니다. (상당히 가사가 직설적이여서 이것은 JYP(박진영 씨) 저리가라 할 수준입니다. 마왕이 밝히시는 분인 줄은 몰랐네요.)
전반부는 그나마 신선합니다. 폰섹스로 이야기가 시작되지만 앞에서도 이야기 드렸듯이 서로간에 수다를 떨면서 여자와 남자의 차이점을 이해하고 공감하니깐요.
노래를 부르는 장면에서는 <그여자 작사 그남자 작곡>의 느낌도 납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윤정의 결혼식에서는 식상해질만한 장면이 등장합니다. 어쩌면 결혼식 장면에서는 어떨 수 없이 등장하는 장면이라지만(뭔지는 대충 감오시죠?) 결혼식장면에서는 획기적인 이야기들이 필요하거나 아니면 그런 이야기를 빼는 것이 나을지도 모르겟습니다.
많은 분들이 이야기하시지만 아마도 두 남녀 주인공의 친구들(혹은 가족들)의 모습이 상당히 인상이 깊으시리라 봅니다.
현승의 친구들 중에 특히 석운 역의 김성오 씨의 활약이 대단한데요. 영화 <아저씨>의 피도 눈물도 없는 악당으로 열연했지만, 드라마 <시크릿 가든>에서는 순박하기 짝이 없는 비서로 열연하여 극과 극의 모습을 보여준 배우지요. 최근 바쁜 배우들 중의 한 명이라면 바로 김성오 씨가 아닐까 싶습니다.
윤정의 친구들은 어떻게 보면 비정상적인 사람들도 보이는데요, 일식집의 주인이자 주방장으로 일하는 진주 역의 정수영 씨(드라마 <환상의 커플>의 강자로 익숙한 분이죠.)도 인상적이지만 속도위반(?)으로 언니보다 일찍 어린 나이에 결혼한 동생 윤미 역의 김보미 씨도 인상적인 케릭터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앞에도 말씀드렸듯이 신해철 씨는 결혼식장에서 축가를 부르는 인기가수로 등장하지만 현승과 윤정을 이어주는 메신저 역할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의외의 카메오도 있는데 바로 김준호 씨죠. 승준과 윤정의 서프라이즈 파티를 도와주려다가 팁을 도로 뱉어야 하는 비운의 웨이터로 등장해 웃음을 주고 있습니다. 카메오이지만 극의 흐름을 부드럽게 이어주는 의외의 카메오라 생각되는 군요.
우리는 어쩌면 소심한 사람들이라고 봅니다.
이메일에는 정체불명의 쓰레기에 가까운 스펨메일들이 들어오고 그 중에는 하룻밤 혹은 정력 보장을 외치는 메일들이 보이니깐요.
호기심이지만 실천에 옮기기에는 너무나도 무서운 세상입니다.
그나저러나 실제 현승과 윤정처럼 그렇게 전화를 걸면 어떻게 될까요? 아마도 휴대폰 요금 통지서에는 요금 폭탄으로 죽어나갈지도 모를일입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들만이 나눈 대화속에서 정보이용료는 별도로 청구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어쨌거나 지금은 기억도 희미해진 060이나 700에 목숨걸어 전화버튼 누를 분은 없겠지요?
'영화에 대한 잡설들 > 오감만족... 이 영화 봤수?' 카테고리의 다른 글
[호빗:뜻밖의 여정]'반지의 제왕'의 프리퀼... 그리고 다시 시작된 역사! (0) | 2012.12.17 |
---|---|
[영화판]한국영화의 흑역사, 어디까지 알고있니? 한국영화를 알면 해결책이 보인다! (0) | 2012.12.14 |
[돈 크라이 마미]청소년 범죄의 헛점에 대한 경종! 일부 배우들의 연기력만 좋았어도... (0) | 2012.12.06 |
[26년]광주의 눈물... 어렵게 돌아온 만큼 많이 생각해야 할 이야기! (0) | 2012.12.02 |
[내가 고백을 하면]조성규 감독의 묘한 퍼즐 맞추기... 하지만 조각을 맞추면서도 즐겁다! (0) | 2012.12.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