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한 잡설들/오감만족... 이 영화 봤수?

[영화판]한국영화의 흑역사, 어디까지 알고있니? 한국영화를 알면 해결책이 보인다!

송씨네 2012. 12. 14. 01:49

 

 

 

 

제 자랑이라고 하긴 그렇지만 저는 생각보다 한국영화를 많이 봅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이런 편견을 갖더군요. 독립영화는 재미없다는 것과 한국영화보다는 헐리웃 영화가 더 재미있다는 이야기 말입니다.

물론 과거에는 이랬죠. 여전히 이런 생각을 갖는 분들은 많지만 과거와 달리 이런 인식은 많이 줄어든 편입니다.

그렇다면 한국영화가 이렇게 재미있고 없고의 요인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요? 단지 기분탓일까요?

어쩌면 한국영화의 시스템에서 그 문제를 찾을 수 있을지 않을까요? 얼마전 조금은 특이한 다큐를 보았습니다.

한국영화의 이른바 '흑역사'를 이야기한 작품... 다큐멘터리 <영화판>입니다.

 

 

 

 

 

이 작품의 방식은 좀 독특합니다. 나레이션이 없이 수많은 인터뷰로 대신합니다.

그렇다고 자막이 많이 등장하는 다큐도 아닙니다. 이 영화는 아예 영문자막으로 등장하는 영화라 별도의 한글자막도 많이 등장하지도 않습니다.

물론 다큐의 특성상 자료가 등장하긴 하지만 영화에서 등장하는 자료는 인터뷰 중인 배우나 영화인들이 출연한 영화의 자료화면 혹은 고작 몇 줄로 나타내는 정보들의 자막이 고작입니다.

 

다큐의 시작을 알리는 것은 바로 두 사람의 모습입니다. 한 사람은 영화 <부러진 화살>과 최근 개봉작 <남영동 1985>를 내놓은 정지영 감독이며, 또 한 명은 <올드보이>를 비롯해 많은 작품에서 인상깊은 연기를 보여준 윤진서 씨입니다. 이 두 사람의 역할은 다름아닌 인터뷰를 요청하는 '인터뷰어'입니다.

여러개의 챕터로 나뉘어진 이 다큐는 각기 다른 이야기를 통해 한국영화의 문제점과 현주소를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첫번째는 영화현장 이야기를 들려주는 '벤의 등장'인데요.

안성기 씨와 박중훈 씨는 매니저라는 이름이 생소하던 시절을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아역배우 시절부터 연기를 시작한 안성기 씨는 하루에도 두 작품을 정신없이 찍다보면 조폭에 가까운 매니저들이 와서 협상을 하고는 아예 반강제적으로 다음 촬영장소로 이동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이야기하며 박중훈 씨는 거의 납치당하듯 감금당할 뻔한 이야기도 들려줍니다. 세월은 지나 매니지먼트 사업이 활발해지면서 매니저는 전문적으로 변화하지만 이제는 반대로 배우들이 매니저를 주무르고 이것이 오히려 다른 이들에게는 거부감을 주는 모습으로 변화되기 시작하는데 바로 앞에 등장한 제목인 '벤'으로 통용되는 연예인들의 승합차들의 등장입니다. 이창동 감독은 마치 연예인들의 벤은 UFO를 보는 느낌이라는 이야기는 어쩌면 틀린 말은 아닌 것 같았습니다.

 

 

두번째 소제목인 '화투판 수다'에서는 여성감독으로 산다는 것, 여배우로 살아간다는 것에 대한 애로사항이 이야기됩니다.

인터뷰어로 등장한 윤진서 씨도 격정멜로를 찍으려면 노출해야 한다는 노골적인 이야기에 불만을 나타내기도 했으며, 마치 한 시대에 화석처럼 오랫동안 활동했던 김혜수 씨는 자신을 '여배우계의 김종필'이라 이야기하는 대목은 많은 이들이 공감하시리라 봅니다.

특히 테이블에 같이 빙둘러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방은진, 변영주, 임순례 등의 여감독들의 여자 감독으로의 이야기도 인상적입니다. 한국 최초의 여성 영화감독의 시초인 박남옥(1832~) 감독의 이야기까지 나왔으니 말이죠. 이후 여성 감독들이 부제가 길었던 것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듭니다.

 

 

세번째 챕처의 '준비중입니다'는 암울한 한국영화의 현실을 이야기합니다.

얼마전 세상을 떠난 故 곽지균 감독(1954~2010)의 자살 소식이라던가 생활고에 목숨을 잃는 스테프들의 문제점은 한국영화의 빈익빈 부익부의 현실을 직설적으로 보여줍니다. 배창호 감독이라던가 많은 중견 감독들이 좋은 시나리오를 가지고 있음에도 여러 이유로 자신들이 영화판에 복귀하지 못하는 안타까움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윤진서 씨와 더불어 이 영화의 인터뷰어인 정지영 감독의 고민도 바로 이것이 아니었나 싶어요. 정지영 감독 역시 이 다큐를 찍을 당시 <부러진 화살>을 준비중인 상황에서 복귀에 대한 두려움이 많았으리라 생각되거든요. 어쩌면 '준비중입니다'라는 소재목에서 보여주듯 영화계 일꾼들이 많음에도 여전히 그들을 이용하지 못하는 현 상황이 안타깝게 느껴지더군요.

 

 

이 외에도 '성림기행', '풍년집', '지나간 미래' 등의 소재목에서는 한국영화의 힘든 순간들과 그것을 이겨내는 과정들에 대한 이야기가 다양한 인물들의 증언을 통해 이루어졌습니다. 여기에는 스크린 쿼터 문제라던가 UIP 직배상영 파동 문제, 그리고 최근의 영진위 사태까지 파란만장 했던 한국영화의 기록이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정말 드러내고 싶지 않은 치부를 적나라하게 공개해버린 것이지요. 어떤 평론가가 이야기하듯 이 영화는 한국영화인들의 인명록이었으며 어떤 네티즌이 이야기하듯 이 영화는 한국영화사의 흑역사를 이야기하는 작품이라는 것입니다.

 

 

 

 

 

 

이 다큐에는 많은 영화인과 배우, 감독들이 등장합니다. 심지어는 CJ, 롯데, 쇼박스 등의 한국영화를 좌지우지 하는 멀티플렉스, 배급사들의 관계자들의 인터뷰도 있으며 이은, 신철 씨처럼 한국영화를 대표하는 제작사 대표들의 이름도 보입니다. 그 뿐만이 아닙니다. 마주하기 힘든 이들에 대한 인터뷰들도 보이는데요. 가령 영화배우 김지미 씨의 인터뷰의 경우는 보수와 진보로 나뉘는 영화인들의 전쟁의 시발점이 된 대표적인 분인데 그녀와 마주보고 인터뷰를 시도하는 정지영 감독의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정지영 감독의 생각으로 시작된 이 영화는 후배 허철 감독의 손을 거쳤고 간간히 정지영 감독의 참여가 많았다고 합니다.

인터뷰어인 윤진서 씨도 이 만남이 짧게 끝날 것이라고 생각되었지만 2009년을 시작으로 정지영 감독이 <부러진 화살>을 크랭크 인 하고, 윤진서 씨가 이나영, 정지훈(비) 씨 주연의 드라마 <도망자 플랜 B>의 촬영이 시작되면서 이들의 인터뷰가 끝났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상당히 공들여 오랜동안 인터뷰가 이루어졌음을 알 수 있다는 것이죠. 다만 이런 공들인 것에 비해 결론이 없다는 아쉬움이 남으시리라 생각됩니다. 하지만 섣부른 결론을 내리느리 누군가가 그 대책을 이야기하는 또 다른 다큐를 내놓는다면 그것이 좋은 방법이 아닐까라는 생각도 해봅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작품이 개봉되기 몇 달전 여전히 한국영화는 힘든 상황을 겪고 있습니다.

독립영화 시장은 여전히 힘들고 김기덕 감독과 민병훈 감독은 스크린 개봉관 수의 높은 벽에 좌절을 하고 말았으니깐요.

CJ는 여전히 한국영화를 비롯한 문화사업의 거대한 공룡이지만 한편으로는 동반자이기 때문에 그들을 무시할 수도 그렇다고 그들과 함께하기도 두려운 일입니다. (저도 시나리오 모니터라는 것을 해봤습니다만. 씬별 평가라는 것이 영화의 흥행을 좌지우지하는 이상한 현상까지 벌어지는 것도 웃기는 일이죠.)

얼마전 영진위는 한국관객 1 억명을 돌파하는 작은 행사를 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것이 한국영화가 질적향상 되었다고 말하긴 여전히 힘듭니다.

그런 점에서 다큐 <영화판>은 한국영화의 빛과 그림자가 담겨있는 작품이라고 보여집니다.

한국영화의 역사, 그리고 한국영화의 어제와 오늘이 궁금하시다면 이 작품을 보시기 바랍니다.

미래요? 미래는 여러분들이 한번 전망해보시는 것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