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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건달]신선한 소재임에도 왜 하필 조폭일까? 여전히 불쾌하고 불편한 '조폭 코미디'...

송씨네 2013. 1. 16. 05:16

 

 

140자로 말해봐 @songcine81 (http://twitter.com/songcine81)

조폭코드를 새롭게 분해하고 재조립한 것에서는 칭찬할 부분입니다. 조폭과 무당의 이중생활이란 소재가 새롭긴하죠. 하지만 조진규 감독은 왜 조폭 코드에만 집중하는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드네요. 새로운 장르와 소재를 개척하는 것도 중요할 듯 싶네요. 

 

이 영화, 이렇게 보세요

빙의를 소재로 한 영화들은 많습니다. 하지만 대부분 우리나라에서 개봉된 영화들은 코미디로 희화된 경우가 많죠. 반대로 헐리웃 영화에서는 <사랑과 영혼>처럼 로멘틱 코미디부터 간담을 서늘하게 만드는 공포물도 있는데 말이죠. 그나마 비슷한 영화를 뽑으라면 본인만 귀신이 보인다는 소재로 등장했던 차태현 씨 주연의 <헬로우 고스트>나 최근 개봉된 작품 <점쟁이들>과 유사합니다.

 

 

불쾌한 부분일지도 모르겠고 불편한 진실일지 모르겠지만 우리나라에서만 의외로 잘 먹히는 장르가 있습니다.

이른바 '조폭 코미디'라고 불리우는 희안한 장르이지요. 왜 이런 장르가 탄생되었는지는 의문이지만 다른 장르들과 달리 진화하거나 발전의 기미가 없는 장르이기도 합니다. 물론 이것을 어떻게 만드냐에 따라 발전가능성이 있겠지만 때려부수고 욕만하는 건달이나 깡패가 등장하는 영화에서 뭔가를 기대한다는 것은 좀 웃기는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런 조합이면 어떨까요? 조폭 두목과 무당으로 이중생활을 하는 남자의 이야기 말입니다. 영화 <박수건달>입니다.

 

 

 

 

부산에서 잘나가는 조직의 넘버 투 정도의 서열을 가지고 있는 광호(박신양 분)...

나름 조직에서 인정도 받고 두목이자 회장인 대근(최일화 분)의 총애도 받고 있는 상황에서 넘버 투로 인정받고 싶었던 태주(김정태 분)와의 신경전은 계속 되고 있던 상황이었지요.

그러던 어느 날 광호는 자기 뒤를 따라오는 이상한 신문 전단지에 놀라게 됩니다. 도망치다 우연이 들어오게 된 곳은 다름아닌 '조선의 국모'란 닉네임으로 역술인 활동을 하고 있는 명보살(엄지원 분)이 운영하는 점집이었습니다.

그런데 광호에게서 이상한 신의 기운을 보게 되고 그게 운명이라고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광호는 그걸 대수롭게 여겼지요.

그러나 자꾸 자신에게 죽음의 순간들이 아슬아슬하게 다가오면서 그는 자신의 숙명을 받아들이기로 합니다. 졸지에 무당이 되어버린 것이죠.

하지만 그도 나름 꿈이 있습니다. 대근을 보좌하던 주치의 미숙(정혜영 분)을 남몰래 좋아하고 있던 상황이었지요.

이중생활에 곤란을 겪던 상황에서 노란 추리닝의 수민(윤송이 분)이라는 꼬마 아이가 자꾸 광호를 귀찮게 합니다.

부산의 어민들도 지켜야 하는 상황에서 풍어제도 지내야 하는 상황인데 그의 라이벌 태주는 광호의 약점을 들춰내기에 바쁘고 광호는 이중생활이 들킬까봐 겁이 날 정도입니다.

이중생활을 해야하는 힘든 상황... 과연 광호는 조직에게 들키지 않고 이중생활에 성공할 수 있을까요?

 

 

 

 

 

 

조폭이라는 소재로 보자면 상당히 유쾌한 소재의 영화는 아닙니다. 문제는 이것을 어떤 것과 결합시켜 식상하지 않으면서도 재미있는 이야기를 만들 수 있는가라는 것입니다. <범죄와의 전쟁>처럼 괜찮은 한국형 르와르로 만든다면 좋겠지만 우리나라의 영화들은 대부분이 조폭을 주인공으로 한 코미디에 치중하고 있습니다.

그나마 <달마야 놀자> 시리즈처럼 깨달음을 얻는 조폭들의 이야기라는 소재를 대입시켜 오히려 좋은 반응을 얻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영화들은 기존의 소재에 답습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가문의 영광> 시리즈처럼 조폭 패밀리의 이야기에서 폭력의 빈도수를 줄여 가족영화로 탈바꿈하는 경우도 있지만 조폭영화는 여전히 장난스럽게 희화되는 장르에 불과하다는 느낌이 듭니다.

 

 

그런점에서 <박수건달>은 새롭다면 새로울 것이고 진부하다면 여전히 진부한 이야기가 될 수도 있는 작품입니다.

하지만 일단 재미있는 점은 무당이 된 조폭이라는 이야기입니다. 건달과 무당은 다른점도 많지만 유사점도 많기에 스토리를 잘 짜인다면 충분히 재미있는 소재가 될 수 있습니다. 우선 건달(조폭)과 무당 모두 칼을 쓴다는 것인데 조폭이 상대 조직 혹은 일반인을 협박하거나 살해하는 수단으로 칼이 이용된다면 무당은 신을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칼위에 올라 춤을 추고 신이 되는 과정을 밟게 됩니다. 그러나 조폭은 남성성이 강한 일이 많은 반면 무당은 대체로 여성적이거나 섬세한 면이 많고 신을 받아들이면서 그것이 여성일 경우는 여성처럼 살아가는 경우도 생긴다는 것이죠.

영화는 이것을 잘 이용하여 극에 이용하고 있습니다. 더구나 무게감 있는 건달과 코믹한 건달의 연기를 모두 해본 경력이 있는 박신양 씨를 기용한 것이죠.

<약속>을 통해 무게감 있는 건달을 보여준 그는 <달마야 놀자>에서는 코믹한 건달로 등장했지요. 이 영화에서는 후자 쪽이지만 두 가지 색을 지닌 역할을 모두 해야한다는 부담감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박신양 씨는 나름 그 모습을 잘 보여주었다는 평가는 받기에는 충분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영화는 후반에 들어서면 빙의라는 부분 외에도 귀신을 보는 능력을 지닌다는 점이 추가가 됩니다.

이는 영화의 노란 추리닝 꼬마인 수민과의 관계가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계기가 되고 다양한 사건이 벌어지게 됨을 암시하는 부분이 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인상적인 부분은 조진웅 씨의 등장입니다. 단순히 이상한 똘끼 있는 검사가 아니라 자신이 사랑하던 여인 금옥(천민희 분)이 세상을 떠나면서 그녀를 잊지 못하는 부분을 보여주며 의외의 장면에서 의외의 웃음을 주고 있습니다.

빙의라는 부분과 첫사랑에 대한 추억부분을 재미있게 비튼 부분인데 마치 <사랑과 영혼>의 코믹 버전을 생각하게 만드는 장면이었지요.

 

 

그러나 이렇게 재미있던 이야기도 후반으로 넘어서서는 상당히 눈물을 쥐어 짜는 감동코드로 변합니다. 물론 저는 이 부분은 나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의외의 불쾌함은 다른 곳에 있었지요. 수민의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그에게 가야 한다면서 태주의 조직들에게 얻어맞는 장면이 있는데요.

왜 조폭영화는 심하게 두들겨 맞으면서 억지로 눈물샘을 자극하려는 장면을 넣으려고 하는지 이유를 모르겠더군요. 후반에 들어서는 빙의를 이용하는 장면도 등장하는데 신선하지 않을 뿐더러 갑자기 괴력의 힘을 지닌 사람들로 변하는 장면은 마치 좀비 영화를 보는 듯한 기분이 드는데 한편으로는 신정원 감독의 <시실리 2Km>의 장면들을 떠오르게 만들더군요. 신 감독의 작품의 경우 당시에는 그렇게 많이 사용하지 않던 코믹한 상황이어서 재미있게 본 장면입니다만 이제는 이런 장면은 식상한 장면처럼 느껴지더군요.

 

 

그러나 문제는 다른데에 있습니다. 바로 이 영화의 감독인 조진규 감독입니다.

감독들은 나름대로 자신의 한우물을 파는 경향이 있고 저는 그 부분에 있어서 지지를 하는 편입니다. 하지만 조폭 영화에 한우물을 파는 조진규 감독의 방식에는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부산을 배경으로 그렇게 남자 이야기를 자주하던 곽경택 감독도 가끔은 다른 소재의 이야기를 관객에게 들려주는데 조진규 감독에게는 그런 것도 없다는 것입니다. 조폭 영화 말고는 대안이 없는 것처럼 영화를 만드는 게 아닌가라는 위험한 생각이 들 정도이더군요.

차라리 다른 후배 감독에게 영화를 맡기고 다른 장르의 이야기를 연구했더라면 좋았을 아쉬움이 들었습니다. 안병기 감독처럼 호러 전문이거나 윤제균 감독처럼 블록버스터 전문이거나 하는 전문성이라도 있다면 이해가 가지만 이건 아니라고 보거든요.

 

 

 

 

그나마 이 영화를 살린 것은 배우들의 활약이라고 봅니다. 엄지원 씨의 무당 연기는 색달랐고, 정혜영 씨는 첫 영화출연임에도 불구하고 아무래도 가족을 사랑하는 따뜻한 마음씨로 유명해서 그런지 몰라도 사랑하는 딸을 위해 노력하는 어머니의 역할을 잘 해내신 것 같았습니다.

무엇보다도 수민 역으로 등장한 윤송이 양은 이 영화의 진짜 히로인이 아닌가 싶을 정도였습니다. 최근 그렇게 눈여겨볼 아역 배우들이 없었는데 발전 가능성이 있는 아역배우라는 점에서 주목할 부분이라고 봅니다.

 

 

 

 

 

앞에도 이야기드렸지만 조폭 코미디는 새로울 것이 없는 장르입니다. 저속적인 표현이 반복되며 폭력을 정당화하고 미화시키는 것이 반복된다면 그런 조폭 코미디는 철퇴를 받아야 함이 마땅하다고 봅니다.

폭력적인 장면을 쓰지 않고도 이야기는 충분히 만들 수 있다고 봅니다. 좋은 배우를 사용했음에도 소재가 그렇지 못하다면 그 배우에 명성에 먹칠을 하는 것이겠지요. 조폭 코미디의 반복이 아닌 창의적인 사람냄새 나는 영화들이 많아져야 하는게 아닐까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