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한 잡설들/오감만족... 이 영화 봤수?

[더 임파서블]절망 속에서 희망을 찾다! 헐리웃 시스템과는 다른 스페인 영화의 저력...

송씨네 2013. 1. 22. 07:55

 

140자로 말해봐  @songcine81 (http://twitter.com/songcine81)

헐리웃 자본이 아닌 스페인 자본으로 만들었다는 것에 놀라고, 스펙타클 보다는 살아남은자에 대한 절망과 그 속에 희망을 이야기했다는 점에서 감동적이었던 작품입니다. 인위적인 헐리웃 블록버스터에 지치신 분들에게는 괜찮은 영화가 될 듯. 

 

이 영화, 이렇게 보세요 

자연 재해를 다룬 영화들은 많습니다만 대부분 헐리웃 영화에서 보여지는 경우는 마치 자연과 맞짱떠서 이긴(?) 주인공들의 모습들만 가득합니다. 그런 점에서 비슷한 영화를 찾기란 힘들죠. 우리나라 영화 중에서는 <해운대>와 비슷하다고 생각하시겠지만 이 작품 역시 자연에 힘에 굴복하는 사람들의 모습보다는 마치 불사조처럼 죽지 않는 이들의 이야기처럼 보일 수도 있을 것 같네요.

 

 

사람은 자연 앞에 참으로 무기력한 존재라고들 이야기합니다.

화산폭발, 지진, 폭설, 폭우, 태풍, 허리케인, 해일 등등 수많은 자연재해는 많은 이들을 희생시켰고 지금도 그 후유증으로 고통받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어쩌면 복불복인지도 모릅니다. 운좋게 살아나는 사람들은 그야말로 행운이죠. 하지만 그들은 모두 행복할까요?

가족 중 누군가를 잃거나 모두 살아났어도 끔찍한 악몽에 시달리는 것은 여전할 것입니다.

생각보다 자연재해를 다루는 영화들이 많아졌습니다. 그런데 하나같이 자연과 싸워서 이기는 사람들의 이야기 뿐입니다.

말도 안되는 억지지요. 결코 사람은 자연을 이길 수 없고 거기에 무기력한 것이 인간인데 말이죠.

자연재해 중 하나인 쓰나미에 관한 이야기를 다루었지만 그 어느 영화보다, 뉴스의 이야기보다 인간적인 이들의 이야기가 여기 있습니다.

영화 <더 임파서블>(원제 Lo imposible/The Impossible) 입니다.

 

 

 

일본에서 무역업을 하며 살고 있는 헨리(이완 맥그리거 분)과 의사로 활동했던 마리아(나오미 왓츠 분) 부부...

이 두 사람은 세 아이를 이끌고 태국의 리조트로 여행을 왔습니다. 크리스마스 이브를 앞둔 시점에 말이지요.

루카스(톰 홀랜드 분), 토마스(사무엘 조슬린 분), 사이먼(오클리 펜더가스트 분) 등의 삼형제도 이 여정에 동참했습니다.

원했던 방은 아니었니만 방갈로 형태의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전망은 이들을 들뜨게 만들었습니다.

크리스마스를 보내고 2004년 12월 26일이 찾아왔습니다. 어느 때 처럼 물놀이를 즐기던 이들 사이로 큰 파도가 몰려오기 시작합니다.

그것은 파도 그 이상이었습니다. 쓰나미가 리조트 전체를 뒤덮고 현장은 아비규환의 상황에 이릅니다.

마리아와 루카스는 구사일생으로 살아났지만 헨리와 남은 두 형제의 생사는 알 수 없습니다.

운좋게 구조되어 병원으로 실려갔지만 거기에는 그들만큼이나 수많은 사연을 지닌 부상자와 사망자들로 가득합니다.

그리고 그들 중에는 실종된 가족을 찾는 가족들의 모습도 보이고요.

과연 이들 가족에게 희망은 있는 것일까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는 심각한 후유증 중 하나입니다. 가령 우리나라에서는 삼풍 백화점 붕괴 사건과 같이 대형사건 뿐만 아니라 지하철에서 승객이 추락사 당한 것을 기관사가 목격하는 경우 역시 심각한 외상 후 스트레스로 알려져 있습니다. 심각한 우울증과 공황장애를 일으키며 심각할 경우 자살로 이어지기도 하지요.

이 이야기를 드리는 이유가 바로 이 작품 <더 임파서블>이 실화라는 점 때문에 그렇습니다. 더구나 이 사건을 실제 경험했던 알바레즈 벨론 가족에게는 기억하고 싶은 일이라는 점에서 쉽지 않은 용기가 필요한 경우입니다. 제작진의 설득 끝에 영화화가 결정되었고 실제 촬영현장을 돌아보며 생생한 증언도 아끼지 않았다는 것은 정말 힘든 결정이었다고 봅니다.

 

이 영화의 제작국가를 이야기하지 않는다면 헐리웃 영화라고 생각하시기 쉬울 겁니다. 이완 맥그리거나 나오미 왓츠 같은 헐리웃의 쟁쟁한 배우들이 출연을 했으니 말이지요. 하지만 이 영화는 스페인에서 만들어진 영화입니다. 물론 눈치 있으신 분들은 일반적인 헐리웃 영화에 비해 CG도 적고 웬지 모를 제작비가 약간은 저렴하게 들은 듯한 느낌을 받으셨을지도 모릅니다.

또한 이 영화는 CG가 그렇게 많이 사용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제가 앞에도 이야기드렸듯이 헐리웃 영화는 거대한 물량공세와 세트가 필요한 부분이기에 이런 영화들은 CG가 많고 캐릭터에만 집중할 뿐 다른 피해를 입은 사람들에 대한 상황이나 입장은 고려하지 않는 경향도 있습니다. 그냥 들러리로 전략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죠. 그러나 <더 임파서블>은 인공적인 방식으로 영화를 만들지 않고 일일히 거대한 물을 동원해 영화를 찍고 살아남은자와 그 주위의 인물들을 이야기하면서 실감나는, 인간적인 이야기의 영화를 만들고 있다는 것입니다. 억지 눈물을 쥐여짜지 않고도 저절로 안타까움이 느껴질 정도라는 것이죠.

 

그리고 이 영화는 사실적인 묘사를 위해 나름 애를 쓴 흔적도 보이는데요. 병원에 수많은 인파를 보여준 장면이라던가 사망자를 수습하기 위해 덮게로 덮어놓은 수많은 시체... 외국 휴양지에서 휴가를 보내려다 주검이 되어 본국으로 가야 하는 시체 더미를 드라이아이스로 감싸는 모습들이 그것이죠.

시체를 직접적으로 보여주지 않더라도 시체를 이렇게 간접적으로 표현하여 사건의 중대함과 공포, 후유증을 모두 나타내고 있습니다.

 

생각보다 쓰나미가 등장하는 부분도 빠른 편이지만 사실 정말 중요한 것은 이들 가족들이 서로의 생사여부를 확인하는 과정부터가 이 영화의 시작이라고 볼 수 있는 지점입니다. 그리고 그 속에 다양한 인물들을 집어넣어 비단 영화속의 헨리 가족들만 느끼고 있는 고통이 아니라 많은 이들이 실의에 빠지고 고통을 느끼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그러나 그 속에서도 희망을 만드는 사람들이 있음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지요.

가령 마리아와 루카스가 구사일생으로 살아나 말도 통하는 태국 주민들의 호의에 감동하는 부분이라던가 환자 한 명이라도 더 살리려고 노력하는 태국 간호사(폴리 진다초떼 분), 그리고 자신도 가족을 찾는 것이 힘듬에도 불구하고 장인을 안심시키라면서 얼마 남지 않은 휴대폰 밧데리에도 불구하고 휴대폰을 건내어주던 칼(존케 뫼링 분)이라는 사내도 있었습니다.

 

아마도 이런 모습들 때문이었을까요?  그런 상황들은 반대로 루카스가 그 나눔을 다시 배풀면서 좋은 방향으로 전염이 되지요. 힘든 와중에도 마리아는 루카스에게 사람들을 도와주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많은 실종자들을 찾아나서는데 루카스가 많은 역할을 하게 되지요. 영화에서는 결국 한 가족의 만남이 이루어지고 루카스 역시 보람을 느끼는 부분이 등장합니다. 관객들 역시 이 부분에서 감동을 받았을 것이 분명하고요.

 

인상적인 부분이 있는데요. 이 영화에서 많이 등장한 단어는 무엇일까라는 것입니다. 이 영화에서 많이 들렸던 단어는 다름아닌 'scare'입니다.

영어를 못하는 사람들도 이 영화에서는 정말 이 단어를 많이 들으셨으리라 생각됩니다. 두려움, 공포라는 단어로 해석되는 이 단어는 이들의 힘들고 절박한 상황을 잘 보여주고 있는 단어죠. '무섭다', '두렵다'는 이야기에 희망을 가지라고 해도 모자란 판에 영화에서는 루카스가 두렵다고 이야기하자 어머니인 마리아 역시 자신도 두렵고 무섭다고 이야기하는 대목이 나옵니다. 이해 할 수 없는 대목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들은 그 공포속에서도 서로 의지하며 힘든 순간을 극복합니다. 서로를 감싸안으며 구조의 순간을 기다린 것이지요.

어쩌면 'scare'라는 단어는 절망이 희망으로 바뀌기 위해 등장한 단어라는 생각도 드네요.

 

 

 

 

 

영화 뒷 이야기를 보니 나오미 왓츠도 그렇고 이완 맥그리거 역시 쉽지 않은 연기였음을 이야기하더군요.

더구나 여성의 몸으로 수십 시간을 잠수를 해야하는 역할을 맡아야 한다는 것은 고문이나 다름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영화에서 보여주는 마리아의 이미지도 그렇습니다. 옆에서 보고 있어도 정말 고통을 느낄 정도의 상처와 의도하지 않게 자신의 가슴을 드러내야 하는 상황도 보이니깐요. (여기서 알아두셔야 할 것이 흔히 말하는 에로틱한 영화에서 보여지는 가슴과 이 영화에서 보여지는 가슴은 분명 다른 상황이라는 것입니다. 일부 언론에서 이 부분을 이야기하면서 12세 관람가를 받았다고 이야기하는 부분은 좀 어이가 없는 것이죠. 당연한 상황에서 나오는 당연한 등급이죠. 이런 경우는 다큐멘터리 <원스 어게인>에서도 보여집니다만...)

아울러 어머니를 대신해 의젓한 가장의 역할을 보여준 루카스 역의 톰 홀랜드는 이 영화에서 주목할 배우라고 보여집니다.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를 통해 데뷔한 배우답게 연기를 잘했던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힘든 상황임에도 이성을 잃지 않고 어머니를 보살핀 모습이 인상적으로 보여졌습니다.

 

또한 이 영화에는 의외의 인물들도 등장하는데 잠시나마 토마스와 사이먼 형제가 힘들었을 때 그들에게 말을 건내던 노인이 있었지요. 바로 그 사람은 제달린 채플린으로 무성영화를 대표하던 배우 찰리 채플린의 딸로 알려진 명배우이죠. 정말 짧게 등장하지만 연륜이 있는 배우답게 별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하였습니다.

어둠 속에 사라진 별은 죽은 별이라고 이야기하는 대목은 조금은 절망적인 대화이지만 한편으로는 뒤집어보면 죽었다기보다는 잠시 빛을 잃었다는 것으로 생각이 되어지더군요. 그것은 아직 가족들의 생사를 확인할 수는 없지만 그것이 꼭 그들의 죽음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8 만 명 이상의 사망자를 만들어낸 이 끔찍한 사건은 어쩌면 태국의 국민들에게는 기억하고 싶지 않은 일이라고 보여집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이런 어려움 속에서도 희망이 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얼마전인가 중국의 스촨성 지진 이후의 이야기를 다룬 다큐를 본적이 있습니다. 많은 이들이 사망하였고 이 곳은 아직도 수많은 시체들이 매몰 되어 있는 상황이라 중국 당국이 손을 쓸 수 없는 지역이라고 하더군요. 아예 패해지역을 유적지로 지정하여 이 날의 사건을 교훈으로 삼는 부분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리고 놀라왔던 것은 유가족들이 희망을 잃지 않고 새로운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새로운 생명이 태어나고 새로운 신도시가 지어지고 그 날의 악몽에서 벗어나려고 했다는 점이죠.

 

그러나 분명한 것이 있습니다. 인간은 절대 자연을 이길 수 없고 우리들은 더 침착해져야 하고 냉정해져야 하며 살기 위한 노력을 끊임없이 해야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날의 악몽은 벗어나되 그날의 악몽을 통해 또다른 피해가 나지 않도록 그것을 예방하는 일이라고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