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한 잡설들/오감만족... 이 영화 봤수?

[더 헌트]거짓말의 탄생, 왜곡의 탄생... 덴마크 영화의 저력을 다시 보여주다!

송씨네 2013. 1. 27. 09:40

 

140자로 말해봐 @songcine81 (http://twitter.com/songcine81)

왜곡의 탄생, 거짓말의 탄생 과정을 다룬 이야기입니다. 거짓말이 만들어지고 거짓말은 믿고 싶은것만 믿는... 왜곡과 망상이 보여주는 살벌함을 보여줍니다. 미디어의 헛점과 소문의 문제점이 자연스럽게 연결되고 있습니다. 

 

이 영화, 이렇게 보세요

왜곡된 진실을 이야기하는 영화들은 생각보다 많은데요. 제가 본 영화는 아니지만 일본 영화 <그래도 내가 하지 않았어>(2007)를 떠올리시는 분들이 많을지도 모르겠네요. 성희롱의 누명을 쓴 한 남자의 이야기였는데 억울한 한 남자와 왜곡된 진실이 보여주는 문제점을 다룬 영화라고 합니다. 또한 이 영화는 덴마크 영화인데요, 덴마크 영화들이 국내에 많이 수입된 것은 주목할 일이죠. 최근 개봉된 덴마크 영화는 열거하기가 힘들 정도입니다. 이들 영화들도 한번 살펴보시길... 대표적인 것이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의 영화들이죠. 

 

 

 

인류가 만들어낸 것들 중에서 가장 나쁜 발명품(?)을 뽑으라면 아마 거짓말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런데 이 거짓말과 더불어 무서운 것이 있는데 바로 소문과 왜곡이라는 것이죠. 이 두개는 절대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죠.

우선 거짓말이 시작되면 그것이 의도하지 않게 다시 소문이 퍼지고 그 소문은 왜곡되어 뻥튀기가 되어버립니다.

한 순간에 한 사람을 인간 쓰레기로 만드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거짓말, 소문, 왜곡에 관한 불편한 이야기를 담은 영화 <더 헌트>(원제 The Hunt/Jagten)입니다.

 

 

 

어느 한적한 마을... 11월에도 차가운 물에 입수를 즐기고 사냥을 하러 돌아다닐 정도로 평화로운 마을입니다.

유치원이 보입니다. 이 곳에는 홀로 청일점이 한 명 보이는데 그의 이름은 루카스(매즈 미켈슨 분)입니다.

날카로운 눈빛과 달리 아이들을 사랑하는 유치원 교사이지요. 그를 애절하게 바라보는 이가 있으니 이 유치원에 다니는 클라라(아니카 베데르코프 분)입니다.

클라라는 정성들여 하트 모양의 비누를 루카스에게 선물합니다. 하지만 루카스는 그리 관심은 없는 것 같습니다.

루카스는 부인과 이혼을 한 상태이고 아들 마커스(라세 포겔스트룀 분)과 같이 살기로 마음을 정한 상태이거든요.

더구나 다른 나라에서 온 또다른 유치원 교사인 나디아(알렉산드라 라파포르 분)와 가까워진 상황입니다.

그런데 클라라가 이 유치원 원장인 그레테(수세 볼드 분)에게 충격적인 이야기를 하네요.

루카스 선생님의 성기를 보았다는 것이죠. 사실 클라라의 오빠가 무심결에 클라라에게 포르노가 담긴 아이패드 화면이 화근이었습니다.

하지만 아무도 이 사실을 모르는 상태에서 그레테는 루카스의 잘못으로 판단합니다.

클라라가 상상력이 풍부한 아이지만 절대로 그런 거짓말을 할리는 없다는 것이죠.

루카스와 죽마고우처럼 지내던 클라라의 아버지인 테오(토마스 보 라센 분)는 이 소식에 충격에 빠졌습니다.

그 누구를 믿어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테오마져 루카스와의 절교를 선언합니다.

사냥을 즐기던 그들의 친구마져도 루카스를 멀리합니다. 소문은 급속도로 퍼지고 단골 슈퍼마켓 출입도 금지 당했습니다.

루카스와 마커스가 아끼던 강아지 패니는 알 수 없는 죽음을 당했고요.

아무도 믿지 않는 상황에거 마커스의 대부(성당이나 교회에서 세례를 받을 때 도와주는 후견인)였던 브룬(라스 랑드 분)이 그나마 루카스와 마커스를 돕는데 앞장 섭니다.

 

 

 

 

 

 

아이들은 순수하고 깨끗하다고 이야기를 합니다. 하얀 백지 같지요.

하지만 약간의 먼지나 흠집만 나도 상처받거나 성품이 달라지는 것도 아이들이라고 봅니다.

그런점에서 루카스를 곤란에 빠뜨린 클라라를 악녀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다만 우리가 아이들의 순수함을 너무 믿고만 사는 것이 문제일지도 모르는 일이죠.

어쩌면 우리가 '붕어빵'이나 '아빠 어디가' 같은 TV 프로그램에서 보여지는 아이들은 다 순수한 아이들이라고 생각하는 것과 같은 의미일지 모릅니다.

물론 그들 중에는 대부분이 정말 순수한 친구들이겠지만 그 중에는 방송이라는 것을 알고 영특하게 그것을 이용하는 아이들도 있을 것이고 어른들의 잘못된 가르침으로 순수함을 잃은 아이들도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죠. 그런 상태에서 우리는 그냥 그것을 다 믿으려고 합니다.

<더 헌트>가 보여주는 이야기도 바로 그 보이는 것, 말하는 것을 모두 믿는 것만이 정답은 아니라는 불편한 진실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문제는 아이의 의도하지 않은 거짓말은 아닙니다. 그 이후가 문제였던 것이죠.

클라라는 자신을 좋아하지 않는(혹은 좋아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루카스에 대한 의도하지 않은 거짓말을 유치원 원장에게 하게 되지만 사실 문제는 그 이유의 상황인 것이죠. 바로 왜곡이 되어지는 과정입니다. 원장은 아동심리 전문가로 보이는 남자를 데려다가 클라라에게 상처가 될 수 있는 질문들을 하게 됩니다. 나름 조심스럽게 질문한다고 하지만 그 질문속에는 함정도 보이는 것 같고요. 루카스와의 대질심문도 없는 상황에서 루카스가 아이에게 성희롱을 했다고 단순히 결론을 짓는 것이죠.

그리고 더 큰 문제는 사건을 왜곡시키고도 원장은 그 책임을 지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원장이 루카스와의 면담을 거부하고 그 자리를 계속 피하는 부분만 봐도 그렇죠.

그러고는 부모들에게 (직접적으로 루카스라고는 이야기하지 않지만) 모든 잘못을 루카스에게 뒤집어 씌우는 만행을 저지릅니다.

소문은 손을 쓸 시간도 주지 않은 상태로 변해버리고 애꿋은 그의 아들 마커스에까지 가게 됩니다.

아버지인 루카스와 같이 살기로 한 것이 미뤄졌고, 심지어는 진실을 요구하는 부분에 테오와 그의 친구들은 폭력으로 그 답변을 대신하고 있으니깐요.  

 

 

 

 

이 영화의 감독인 토마스 빈터베르그는 라스 폰 트리에와 더불어 덴마크를 대표하는 감독이 되었는데요, 라스 폰 트리에와 마찬가지로 '도그마 선언'을 했던 감독으로 유명합니다. (물론 이 '도그마 선언'은 지금은 거의 휴지조각처럼 공중분해 되어 아무도 이 선언을 지키고 있지는 않지만요.) 두 감독 외에도 최근 우리나라에는 간간히 덴마크 영화들이 개봉이 되고 있는데요. 몇 년전 주목을 끌었던 인도영화 개봉 열풍과 거의 비슷한 수준이라고 보여집니다.

<원 데이>의 론 쉐르픽, <로얄 어페어>의 니콜라이 아르셀, <다시, 뜨겁게 사랑하라!>, <인 어 베러 월드>의 수잔 비에르 감독 등이 바로 이 덴마크 출신의 감독이자 덴마크에서 왕성하게 영화를 만들고 있는 감독들이죠.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이들이 덴마크 출신이거나 덴마크에서 영화를 만들고 있다고 하더라도 제한적인 상황의 영화들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원 데이>의 엔 헤서웨이나 <다시, 뜨겁게 사랑하라!>의 피어스 브로스넌 등의 헐리웃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배우들도 이들 영화에 출연하는 것을 보면 최근 덴마크 영화의 강세는 주목할 부분이라고 봅니다.

 

무엇보다도 이 영화를 이야기 할 때 매즈 미켈슨을 빼놓고서는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지요. 얼마전 <로얄 어페어>의 리뷰에서도 이야기 드렸지만 덴마크를 대표하는 배우이자 이제는 나라와 장르를 가리지 않고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배우라는 점에서 그의 활약상은 더욱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아울러 귀여운 악녀로 등장한 클라라 역의 아니카 베데르코프도 뺴놓을 수 없는데 연기 경력이 전혀 없는 상황에서 태연하게 복잡한 심경을 지닌 어린아이의 모습을 잘 보여주었지요. 영화의 내용은 잘 모르는 상황에서 '극중 루카스가 곤란에 빠졌을 것 같다'라는 부분만 생각하며 연기를 했다고 하니 나름 연기 신동이라고 할만하죠.

 

 

 

 

 

영화는 불친절하게도 사건이 해결되었는지의 상황은 보여주지 않습니다.

다만 루카스가 사냥터에 다시 친구들과 나가게 되었다는 것과 나름 테오와 클라라의 관계도 많이 회복된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어딘가 루카스의 얼굴에는 여전히 우울함이 가득해 보입니다. 찜찜한 화해를 했을 것이 분명한 일이지요.

그 찜찜한 화해는 영화의 마지막에서도 불편한 해피엔딩으로 결말을 맺고 있는 것을 생각한다면 그리 유괘한 영화는 아닌 것 같습니다.

 

이 영화를 보면서 느낀 것은 거짓이 진실로 포장되는 것으로도 모자라 심하게 왜곡되는 상황을 보여준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런 모습은 마치 우리의 모습과도 비슷해보입니다. 억울한 사람으로 낙인 찍히고 언론과 미디어는 그것을 조작하는데 한 몫을 합니다.

사실은 왜곡인데 거의 조작에 가까운 수준으로 변해버리는 것이지요. 아까도 이야기드렷지만 사람 하나 암매장 시키는 것은 정말 쉬운일이죠.

힙팝그룹 에픽하이의 맴버 타블로의 학력위조 의혹이라던가 최진실-안재환-최진영, 그리고 조성민 씨로 이어지는 자살사건 등도 진실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왜곡과 조작의 피해사례를 보여주는 경우입니다.

글쎄요? 얼마나 피를 보거나 피해를 당해야 이것이 멈출까요? 왜곡도 사실로 믿고 싶은 사람들은 방법이 없는 것 같네요.

 

진실은 어디에 있을까요? 미드 <엑스파일>의 말처럼 '진실은 저너머에 있다'라고 이야기하기에는 왜곡된 것도 진실이라고 떠드는 이들에게 그것에 대한 진짜 진실을 바로 잡을 필요가 있다고 보여집니다. 사실을 왜곡하는 사람들과 미디어, 언론등에도 그 각성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PS. 이 영화는 호불호도 갈리지 않는 영화입니다. 깐깐하기로 소문난 영화평론가 허지웅 씨나 <오래된 인력거> 이성규 감독, CBS 아나운서 신지혜 씨 등이 이 작품에 찬사를 보낸 것을 보면 말이죠.

아울러 이 영화를 수입한 at9이 운영하는 극장 아트나인에서는 '한국의 루카스... 누가 더 억울할까'를 주제로 한 이색 설문도 진행되고 있습니다. 찾아가서 영화도 느껴보시고 투표도 해보시길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