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한 잡설들/오감만족... 이 영화 봤수?

[사랑은 타이핑 중!]타다닥... 유쾌한 타이핑 소리로의 추억! 로멘틱 코미디의 새로운 시도.

송씨네 2013. 5. 17. 23:34

 


 

이 영화, 이렇게 보세요

스포츠의 기준에 대해 헛갈리시는 분들, 혹은 바둑이나 스타크래프트 같은 e스포츠를 스포츠로 절대 인정하지 않는 분들에게 추천하는 영화입니다. 왜냐하면 이 타이핑 대회도 일종의 스포츠였기 때문이죠. 아울러 대결에 관한 모든 영화들과도 일맥상통 합니다. 그 대결이 요리일 수도 있고 다른 스포츠일 수도 있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말이죠. 끝판왕을 향해 달려간다는 점과 지옥훈련을 한다는 점에서는 <록키> 시리즈같은 스포츠 영화와도 흡사합니다. 하지만 사랑스러운 버전의 <록키>라고 해야겠지요. 한순간 벼락스타가 되는 여주인공이 등장한다는 점에서는 <아티스트>(2012)와도 닮아있습니다.

 

140자로 말해봐! 

타자 빨리치기 대회가 스포츠? 스타크래프트 같은 e스포츠를 이해 못하는 이들이 있듯 지금은 상상도 못한 스포츠가 있었다는 것에서 착안한 로멘틱 코미디. 로코의 장점을 잘 가지고 있습니다. 독수리 타법의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는 영화!

 

제가 컴퓨터를 처음 만지기 시작한 것은 고등학교 2학년입니다.

제 나이가 서른이 좀 넘었으니깐 그렇게 빨리 컴퓨터를 만난 것은 아니었지요.

컴퓨터가 집에 들어온 시기도 비슷할 것입니다. 실업계 학교라서 실제 컴퓨터 타자나 이런 것을 하게 된 것은 고 1 때부터였지만 실질적으로 컴퓨터를 익히고 타자연습을 하고의 시간은 남들보다는 오래걸렸던 것도 사실입니다.

저는 상당히 느려터진 독수리 타법이었거든요. 물론 지금도 완벽히 잘친다는 것은 아닙니다.

영타는 여전히 기억을 못해서 항상 한글자씩 봐야 하는 단점이 있지요.

그리고 이 독수리 타법에서 벗어나나 싶더니만 스마트 폰의 등장으로 저는 조금 고생을 하기 시작했죠.

그걸로 끝나면 다행이겠지만 작년에 경품으로 받은 아이패드를 들고 요즘 들어 다시 독수리 타법으로 많이 헤메는 중입니다.

물론 초창기에 비하면 나아졌지만 여전히 힘든 것은 사실이죠.

혹시 발견하셨는지 모르시겠지만 (익스플로러 웹브라우저 기준으로) 제 블로그에 오시는 분은 다음 측이 제공한 '한양 수호천사'체로 글을 입력하고 있는데요.

그나마 무료로 제공되는 글꼴중에서 한글 타자기와 글꼴이 비슷하기 때문에 이 글씨체를 많이 사용하지요.

아마 제가 디지털 시대에도 이런 글자체를 좋아하는 이유도 이런 것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고등학교 시절에는 컴퓨터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아버지가 구해오셨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바로 한글 타자기를 처음 만저보게 된 것이죠.

고 놈... 참 신기하더라고요. 컴퓨터로 치는 타자와 달리 특유의 소리를 내면서 '타다닥' 움직이는게...

그리고 다음 줄로 넘어가면서 넘어가는 '팅~!' 소리도 좋더라고요.

지금은 제가 독립을 해서 그런지 이 기계가 어디에 있는지 갑자기 궁금해졌습니다.

아마 이 영화를 보고나서 더욱 그랬을지도 모르겠네요. 추억을 부르는 타자 소리...

영화 <사랑은 타이핑 중!>(원제 Populaire)입니다.

 

 

 

 

 

1958년 프랑스... 시골 마을의 작은 잡화점...

이 가게 딸인 로즈(데보라 프랑소와 분)은 진열대에 걸려있는 타자기로 늦은 밤시간에 홀로 타자연습을 하고 있습니다.

타자기의 매력에 빠진 그녀... 하지만 타자실력은 독수리 타법에 가깝습니다.

그녀는 독립을 위해 도시로 가게 되었고 보험사 사장인 루이(로망 뒤리스 분)에게 면접을 보게 됩니다.

하지만 수많은 실력좋은 여성들을 놔두고 그녀를 뽑을 이유가 없었지요. 그러나 그녀의 타자실력을 보고 그녀를 채용하기로 결심합니다.

그러나 문제는 타자속도는 빠르지만 독수리 타법이 바로 문제였던 것...

그는 그녀를 비서로 채용하는 대신 지역 타자왕 선발대회에 출전을 시키기로 마음을 먹습니다.

루이의 친구인 밥(숀 벤슨 분)과의 내기도 이 때부터 시작되었고요. 하지만 예상과는 달리 경험부족으로 인해 예선 탈락...

그녀는 이대로 시골 마을로 돌아가야 하나 싶었습니다. 하지만 루이는 자신의 집에 로즈를 데려 놓고 특훈을 시키기로 방침을 정합니다.

아울러 두 사람의 친구이자 밥의 아내인 마리(베레니스 베조 분)도 로즈를 돕습니다.

지옥훈련에 가까운 일상들이 계속 되고 그녀의 실력은 점점 늘어납니다.

지역 예선에서 1 위로 뽑힌 로즈는 프랑스 전국대회로 출전을 하게 되고 많은 우승후보들을 제치는 파란을 일으킵니다.

그것을 눈여겨 보던 타자기 회사를 운영하는 아버지 어드몽(페오도르 아킨 분)과 그의 아들 길버트(니콜라스 베도 분)는 그녀의 스폰서로 자처하며 나서려고 합니다.

로즈는 유명스타가 되고 CF 모델로로 승승장구하게 됩니다. 하지만 루이가 없다는 것에 불안감과 씁쓸함으로 인해 실력이 나아질 생각을 하지 않지요.

낯선 땅 미국으로의 세계 대회... 불안감은 더 커져가고 상대편 선수들의 견제는 더욱 심해집니다.

과연 그녀는 세계 대회에서도 기적을 만들 수 있을까요?

 

 

 

 

 

참으로 이런 사랑스러운 영화를 봤나... 전체적인 느낌을 표현하면 그렇습니다.

타자기 하나를 가지고 이런 재미있는 영화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인 인상적이었으니깐요.

실제로 1950년대에는 타자왕 선발대회가 존재했었다고 합니다. 이것을 스포츠라고 이야기하긴 그렇지만 누가 더 빠르냐의 경쟁이라는 점에서는 하나의 스포츠처럼 이 대회가 이용되지 않았을까 생각됩니다. 이런 모습이 담긴 흑백 화면을 보고 영감을 받아 만든 작품이 바로 <사랑은 타이핑 중!>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영화의 줄거리도 어떻게 보면 참으로 단순합니다. 흔히 말하는 끝판왕을 깨러 지방대회를 거치고 다시 전국대회에서 세계대회로 넘어간다는 내용이니깐요.

하지만 이런 단순한 줄거리를 로멘틱 코미디로 만들었다는 것도 상당히 인상적인 대목이라고 봅니다.

영화 <록키> 시리즈에 맘먹는 지옥훈련(?)을 하는 장면에서는 그들의 모습이 힘들어 보인다기 보다는 그냥 작은 미소를 짓게 만드는 유쾌함이 있으니깐요.

키보드에 색상을 입힌 타자기를 가지고 연습을 하거나 폐활량을 늘리기 위해 달리는 장면, 손가락의 힘을 조절하고 빠른 타이핑을 위해 피아노를 배우는 등의 상황들은 상당히 설득력이 있어 보이기도 하고요.

 

하지만 중요한 것은 남녀의 사랑이야기이겠지요.

운동이 좋아서 복싱 등의 스포츠를 즐겼던 루이의 모습은 참으로 냉정하기까지 합니다. 여자에 관심을 두지 않고 오로지 대회 우승을 위해 로즈를 이용하고 있으니깐요.

초반 로즈와 루이는 우정의 관계를 보이지만 전국대회를 앞둔 상황에서 이들의 관계는 더욱더 커지게 됩니다.

하지만 루이는 로즈를 사랑할 수 없었습니다. 전쟁에 나갔던 그에게는 의외로 큰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죠.

전쟁에 나갔던 그는 승전을 앞두고 적을 향해 기습공격을 하였지만 실수로 전우를 그냥 지나쳤고 그로 인한 죄책감으로 살던 사람이었던 것이죠.

거기에 사랑에 있어서도 자신감을 보일 수 없었던 것은 마리와의 사랑에 있어서도 제대로 된 사랑을 이루지 못했기 때문으로도 보입니다.

첫사랑을 친구 밥에게 넘겨주었으니 속상할만도 하죠. 거기에 그에게 경쟁의식과 쓸대 없어보이는 내기를 하는 것도 아마 이런 이유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또한 이런 경쟁의식 때문에 마리를 차갑게 대하던 버릇은 그래서 로즈에게도 어쩔 수 없이 이어진 것이 아닌가도 싶어요.

 

성공 이후의 모습에서도 많은 인상적인 장면이 등장하는데 로즈는 전국대회의 우승으로 당시 대회 우승의 특전이나 다름없었던 타자기 회사의 전속모델이 되는 특전을 갖게 되었고 루이가 아닌 새로운 스폰서와 매니저와 함께하게 되었습니다.

성공으로 인해 그녀 역시 약간의 방탕한 생활이 이어졌고 피지도 못하던 담배을 피우는 모습도 보여줍니다. 하지만 루이에 대한 사랑의 감정은 여전히 남아있던 시점이었지요. 루이 역시 로즈의 성공을 지켜보면 흐뭇해했지만 어딘가 모를 아쉬움 생기게 되었지요. 새 비서를 뽑았고 새로운 여자친구도 생겼지만 로즈만큼은 아니었던 것이었죠.

성공 이후의 허탈감과 씁쓸함에 대해 이야기하는 부분에 있어서는 앞에 잠시 언급한 영화 <아티스트>를 생각하게 만듭니다.

두 영화 모두 유성영화와 타자기에 대한 신드롬 열풍을 담은 영화라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으며 공교롭게도 두 영화 모두 베레니스 베조가 출연한다는 공통점도 지니고 있습니다. 방황하는 두 여인이 다시 사랑을 되찾는 방법에 있어서도 비슷한 모습을 지니고 있고요.

 

 

 

 

 

 

출연진들은 우리에게 익숙한 배우들은 없습니다. 이 영화는 참 좋은데 이게 큰 약점이죠.

루이 역의 로망 뒤리스의 경우에도 <추방된 사람들>(2004)나 <하트 브레이커>(2010)등의 작품을 통해 겨우 알려졌습니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배우라면 로즈 역의 데보라 프랑소와가 아닐까 싶은데요. 이 참하게 생긴 아가씨는 <더 차일드>(2005)를 통해 알려지긴 했습니다만 역시 우리나라에서는 많이 알려진 배우는 아니죠. 최근작이 애니메이션 작품인 <아기기린 자라파>(2012)였습니다. 소년과 기린의 우정을 담은 애니메이션이었죠.

그나마 이 영화에서 우리가 잘 아는 배우는 <아티스트>의 베레니스 베조 뿐이니 말이죠.

이렇게 괜찮은 배우들은 참 많은데 아직 프랑스 영화가 많이 선을 보여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 문제점이라고 할 수 있겠죠.

 

 

음악도 많이 들어봄직한 것들이 많이 나오는데요. 이 영화의 두번째 안타까운 점이자 문제점은 영화의 OST로 검색하기가 힘듭니다.  엘라 피츠제럴드(Ella Fitzgerald)의 명곡인 'I Love Paris'나 최근 모 자동차 업체 CF의 삽입곡이자 여러 영화에서 단골로 사용되는 드뷔시의 '달빛'(Clair De Lune) 정도가 고작이죠. 이렇게 좋은 음악이 많고도 삽입곡에 대한 정보가 없으니 참으로 안타깝고 화가 날 정도였으니깐요.

자... 이 음악은 어떤가요? 이 곡도 분명 많이 들어봤는데 제목을 모르시겠죠. 바로 이 영화의 오프닝에 등장합니다.

작곡가 클라이브 리차드슨(Clive Richardson)의 'Girl on The Calendar'입니다. 들어봤는데 정말 제목은 모르는 그런 곡들...

모르셨다고요? 하긴... 저도 몰랐는 걸요.

 

 

 

 

 

 

이 영화는 아기자기한 즐거움에 자기도 모르게 긴장감도 유발하게 만드는 영화입니다.

고작 타자기 주제에 무슨 긴장감이냐고요?

여러분 어렸을 때 컴퓨터로 한글타자 연습 많이 하시지 않았던가요? 기본적으로 깔려 있던 프로그램으로 연습하던 그 시절 말입니다.

특히 이런 것들을 응용해서 하늘 위에서 날라오는 글자를 빨리 타자로 쳐서 없애는 고난위도(?) 미션도 많았던 것을 생각한다면 말도 안되는 일은 아닌것 같아요.

하지만 별거 아닌 타자기를 이용해 승부를 가리고 세계 대회에 나간다는 발상은 좀 웃길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우리는 기억합니다. 별 것 아닌것에 긴장하고 승부를 내던 그런 시절이 있었으니깐요. 혹시 승부욕 없던 분들도 계셨던가요?

이렇듯 이 영화 <사랑은 타이핑 중!>은 과거의 추억속으로 빠져드는 영화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혹시 아직도 타자기를 가지고 계신 분 계신가요? 오랜만에 한글 타자 한 판... 어떠신가요?

 

 

PS. 이 영화에서 특이한 것 발견하셨나요? 세계 대회 장면에서 4강에 출전한 팀들 가운데 한국 팀도 있었다는 사실...

그런데 한국팀으로 나온 자녀의 어머니 의상을 보니 아무리 1950년대를 배경으로 했다지만 원피스가 거의 중국의 치파오 수준에 해당되는 옷들을 입은 것 같아서 말이죠.

이거 웃어야 되나, 말아야 되나 하더군요. 잘 찾아보시면 아주 재미있는 발견이 되실껍니다.

그래서 말인데요. 우리나라는 한글 타자기 보급이 언제 이루어졌는지 혹시 아시는 분 계신가요? 갑자기 궁금해지네요.


PS2(5/21 추가). 이 영화를 수입한 판시네마(http://twitter.com/Pancinema_Movie) 트위터로부터 답변을 받았습니다. 

제가 아마존에서 이 영화의 OST를 찾을 수 없었는지를 이제 알겠네요. 

원제인 'Populaire'만 입력할 것이 아니라 'BO Populaire'라고 입력해야 이 영화의 OST를 들을 수 있네요. 

더구나 아마존 닷컴이 아닌 아마존 FR(www.amazon.fr 프랑스판 아마존)로 찾아야 합니다. 당연히 이러면 못찾죠. 죽어도... 

이런... ㅠ 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