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한 잡설들/오감만족... 이 영화 봤수?

[에반게리온:Q]신화가 된 소년, 소녀들... 그들의 미래는 레드이거나 블루이거나...

송씨네 2013. 4. 23. 16:35

 

※스포일러는 없지만 에반게리온 팬분들에게는 불쾌한 줄거리 요약이 들어있을 수도 있습니다. 주의 부탁드립니다.

 

이 영화, 이렇게 보세요

'에반게리온' 시리즈는 전문가나 오타쿠라고 불리우는 마니아가 아니고서는 쉽게 이야기할 수 없는 작품입니다. 따라서 저 같은 에바 초급단계의 마니아들이라면 '에반게리온'의 TV판부터 예전 극장판 시리즈를 보시는 것이 아무래도 옮을 수 있겠지요. 각 캐릭터를 소개하거나 에바 속에 등장하는 단어들을 풀이한 사이트나 블로그가 많으니 확인하시고 작품 감상에 임하시는 것이 좋겠지요.

 

140자로 말해봐!

여전히 신화가 된, 신화가 되고 싶은 애니메이션... 새로운 등장인물과 더불어 유머가 줄어든게 아쉽지만 감성코드의 강화, 신지의 고뇌와 방황도 추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공부하고 탐험할 것도 많은 애니인 것은 분명합니다.

 

 

앞에도 말씀드렸지만 저는 '에반게리온'의 광팬은 아닙니다. 다만 관심있게 보는 작품이죠.

많은 작품의 리뷰를 쓸 때 걱정되는 것은 제가 특정 영화 시리즈의 광팬이 아니고 그 영화의 시리즈를 대부분 다 본게 아니기 때문에 모르는 용어나 상황들에 쉽게 막힌다는 것입니다. '에반게리온'은 정말 어려운 작품이죠. 그래서 쉽게 다가가기 힘든 작품인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궁금하기도 했습니다. 마니아 층을 거느리고 있는 작품이지만 '사골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과 그런 점에서도 사람들은 이 작품에 열광한다는 것이죠.

실제 얼마전의 한 국내 언론에서 '에반게리온' 해외부스를 방문해 인증을 하고 레어 아이템을 선물로 받은 에반게리온 광팬의 이야기가 소개되기도 했으니깐요.

당신에게 '에바'는 어떤 의미이신가요? '에반게리온'의 신 극장판 세번째 이야기 <에반게리온:Q>(이하 '에바 Q', 원제 ヱヴァンゲリヲン新劇場版:Q / Evangelion: 3.0 You Can (Not) Redo)입니다.

 

 

 

 

 

열 번째 사도와의 혈전을 벌인 신지(오가타 메구미 분/목소리)...

그리고 그로부터 14년이 지났습니다. 대재앙 니어 서드임팩트가 일어난 후 온 도시는 폐허가 되었고 남은 것은 거의 없습니다.

초호기와 함께 깨어난 신지는 이상한 상황을 목격합니다. 자신의 목에는 이상한 족쇄가 걸려 있고 과거 네르프의 동지였던 아스카(미야무라 유코 분/목소리), 마리(사카모토 마아야 분/목소리)... 그리고 미사토(미츠이시 코토노 분/목소리)까지 사도 뿐만 아니라 네르프 쪽과 결투를 벌이고 있기 때문이지요.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신지는 여전히 퉁명스러운 아버지 겐도(타치키 후미히코 분/목소리)와 마주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네르프 본부도 많이 파괴된 상황.

그런데 피아노를 연주하는 또 하나의 사내를 만나게 되죠. 그의 이름은 카오루(이시다 아키라 분/목소리)로 신지와 새로운 에바 13호기에 같이 탑승해야 합니다.

한편 신지는 꿈에 그리던 레이(하야시바라 메구미 분/목소리)를 다시 만나게 되지만 어딘가 모르게 신지가 알던 레이와는 다른 모습입니다.

그리고 그 불안감은 현실이 되어 나타납니다. 레이와 신지의 어머니에 대한 비밀을 알게 되고 신지는 더욱 더 괴로워하게 됩니다.

다시 나타난 새로운 사도... 그렇지만 어딘가 모르게 이상합니다.

그리고 또 다른 전쟁이 시작되고 있었습니다.

 

 

 

 

 

줄거리는 이 정도만 요약하는 것이 적당할 것 같았습니다. 더 건드리면 어려운 영화가 되어 버리기 때문이지요.

<에바 Q>의 내용을 더 간단히 요약하자면 이렇습니다. 신지는 사도 뿐만 아니라 과거 동지들과 다시 싸워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는데 바로 이들이 '뷔레'라는 단체입니다. '네르프'와 다른 이념을 가지고 있기에 싸워야 하는 상대인 것이죠. 거기에 레이는 과거 그가 알았던 그녀가 아닌 점과 더불어 그의 아버지가 소속된 네르프의 '인류보완계획'의 비밀이 밝혀지게 되는 계기가 바로 이번 시리즈의 특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일부 팬들 중에는 신지를 '바보'라고 이야기하는데 이런 부분은 이 작품의 대사에서도 적용이 되지요. ('신지 바보'라는 대사 참 많이 등장하죠.)

어떻게 보면 신지는 레이를 비롯한 인물들을 구출하려고 싸웠지만 오히려 이것이 민폐가 되는 상황이 되어버린 것이지요. 그렇다고 그를 드라마 <추노>의 언년이(이다혜 분)처럼 '민폐남'으로 해석은 아니다라는 의견도 있더군요.

의도적인 것이 아닌 자신이 이런 또 다른 희생양이 될 것이라고는 본인 자신도 상상하지 못했을테니깐요.

 

새 극장판은 기존 에바의 TV판과 구 극장판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데 바로 마리와 카오루의 등장이죠.

마리는 이미 전편인 <파>에서 대활약을 펼쳤고 카오루는 <파>의 후반에 등장하면서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인물로 등장하였습니다.

이 작품에서도 마리의 활약이 돋보였으며 정체불명의 인물인 카오루의 비밀도 서서히 벗겨지게 됩니다.

 

<에바 Q>의 특징이라면 좀 더 드라마틱해지고 에바 시리즈만이 볼 수 있는 코믹함이 싹~ 사라졌다는 것입니다.

대신 감성코드가 더욱 더 추가가 되었다는 것인데 카오루와 함께 등장한 피아노 장면이 바로 대표적인 예이죠.

(물론 이의를 제기하시겠지만) 카오루의 등장으로 인해 이번 시리즈는 우정과 동성애 코드가 왔다갔다 하는 아슬아슬한 상황이 연출되는데요.

오히려 이런 감성적인 코드의 등장은 앞으로 벌어진 사건들에 대한 관객들에게 충분한 여유와 휴식시간을 주는 배려가 아니었을까라는 의미로도 생각됩니다.

다만 에바에서 볼 수 있는 게그코드가 사라졌다는 점에서는 상당히 아쉬운 점이지만 앞으로 사도와 뷔레와 싸워야 하는 상황에서는 오히려 이 코믹한 상황은 작품을 보는데 방해되기 쉽기 때문에 어쩌면 당연한 결과가 아니었나 생각이 됩니다.   

 

 

 

 

 

 

에반게리온 시리즈는 앞에서도 말씀드렸다시피 심각하고 복잡한 해석과 용어 정리는 오히려 이 영화를 보기 힘들게 만들 수도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이 영화를 같이 관람했던 CBS 신지혜 아나운서(일본 애니의 광팬으로 알려진 분입니다. ^^; ) 역시 복잡하거나 깊이 해석하는 것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고 이야기를 하시더군요.

다만 에반게리온을 아무 정보 없이 보신다면 좀 어려울 수 있는 작품인 것은 사실입니다. TV 시리즈 전체를 다 보시거나 혹은 구 극장판을 보셔야 어느 정도 작품을 이해하는데에는 도움이 되리라고 생각됩니다. 또한 간략하게 '에반게리온' 시리즈에 등장하는 용어를 이해하는 것도 괜찮은 예가 될 수 있지요.

그런 점에서 최근 이 영화를 독점 개봉하는 메가박스가 신 극장판 세 개를 묶어서 심야상영 프로그램으로 선보인 것은 탁월한 선택이라고 저는 생각됩니다.

 

에반게리온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음악이죠.

'다이하드' 시리즈에서도 자주 애용되던 '베토벤 합창 교향곡'이 웅장하게 울려퍼지며 사도와의 전쟁을 보여주고 있으며 '에반게리온' 시리즈에 항상 엔딩을 장식하던 우타다 히키루(Utada Hikaru)는 이번에도 엔딩곡인 'Sakura Nagashi'(벚꽃 흘리기)를 부르기도 했습니다.

 

 

 

 

 

 

 

 

'에반게리온' 시리즈는 막장영화나 드라마를 보는 것 같습니다.

계속 되풀이 되는 스타일과 여러 버전의 제작으로 '사골'이라는 비아냥을 얻으면서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보게 되는 마력을 지녔으니깐요.

앞에서도 말씀드렸듯이 이 영화는 메가박스에서 단독 개봉이라는 약간은 꼼수(?)를 보여주는데요.

오히려 마치 레어 아이템을 획득한 기분 때문인지 몰라도 전야 유료시사나 앞에 말씀드린 '에반게리온' 신극장판 시리즈를 묶는 심야상영이 단 몇 분만에 매진된 상황을 보더라도 여전한 에바 팬들의 애정을 볼 수 있는 대목이죠.

'에반게리온'은 이제 마지막 시리즈를 향해 가고 있습니다. 여전히 관객을 향한 '서비스, 서비스'는 계속 되고 있고요.

과연 이 어리고 철모르던 소년, 소녀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요? 궁금하시다면 극장으로 달려가 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