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공호나 방주를 만드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의외로 많습니다. 이는 지구멸망의 불안감을 이야기하는 영화들이 대부분이었지요, <에반 올마이티>(2007)에는 노아의 방주를 만드는 묘한 사연을 갖게된 정치인의 이야기가 등장하고 우리나라 영화인 <인류멸망보고서>(2011) 중 애피소드들 중 하나인 <해피 버스 데이>는 반공호에 피신하는 가족의 이야기가 등장합니다. 홈쇼핑 채널에서 캡슐형 반공호를 파는 상황까지 풍자할 정도로 사람들의 불안감과 공포를 이야기하기도 했지요.
140자로 말해봐!
미치지 않았다고 얘기하지만 미치지 않은 사람이 없다는게 더 이상한 법. 이런 현실적인 고뇌와 스트레스가 이해가 가는 작품이었습니다. 손가락질만 하지말고 그 사람의 고민을 들어보라는 충고가 포함되어 있는 작품입니다.
군대에 있을 때 진지라고 하는 것을 많이 파게 됩니다. 일종의 반공호 같은 것이죠. 깊이 구멍을 파게 된다면 땅굴처럼 이용해서 반공호로 이용하기 정말 좋긴 하겠죠.
사회가 뒤숭숭해서 그런지 몰라도 이런 반공호를 만들어야 할 순간이 오지 않을까라는 불안감이 생깁니다.
더구나 세상 모든 것에 자포자기 할 것 같은 요즘에는 더 이런 생각이 들지요.
여기 반공호를 만드는 이상한 남자가 있습니다. 그의 사연 한번 들어보실래요?
영화 <테이크 쉘터>(원제 Take Shelter)입니다.
건설현장에서 굴착일을 맡고 있는 커티스(마이클 섀년 분)는 평범한 중산층의 사내입니다.
아름다운 아내 사만다(제시카 차스테인 분)도 있으며 귀여운 딸 해나(토바 슈튜어트 분)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 가정에는 약간 걱정이 있습니다. 해나가 청력이 상실되어 수화로만 대화를 해야하는 상황이기 때문이죠.
다행인 것은 커티스가 일하는 건설회사가 복지와 관련 직원 가족들을 위한 보험이 잘 보장이 되어 있는 덕분에 수술만 받으면 청력을 어느 정도 회복할 수 있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어느 날 커티스는 계속 이상한 악몽에 시달립니다. 갈색 비가 내리는 광경을 목격하거나 기르던 개가 커티스를 공격하는 등의 꿈을 꾸게 됩니다.
식은땀에 소변, 그리고 피도 토해내는 상황입니다.
알 수 없는 원인에 시달린 커티스는 세상이 불안전하게 변할 것이라는 불안한 마음에 거금을 들여 반공호를 만들기 시작합니다.
아직 집은 담보로 잡혀 있고 아이 수술비로도 모자른 판국에 내린 결정이었지요.
반공호를 만들기 위해 회사의 자산인 기계를 빌려와 땅을 파는 것도 모자라 같은 직원인 듀워트(쉐어 위햄 분)를 끌고와 그를 이용하기까지 합니다.
하지만 회사에서는 잦은 외출에 회사 기계를 남발하게 된 사실을 알게 되고 커티스는 해고처분을 받게 됩니다. 이웃과 멀어지는 것은 물론이고요.
근데 웬일이죠? 커티스의 생각대로 하늘에 이상한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으니 말이죠.
과연 커티스는 정말 미친 것일까요? 그리고 그의 가족들은 그런 그를 이해할 수 있을까요?
어쩌면 커티스는 우리나라로 치자면 <화성인 바이러스>나 <세상에 이런 일이>에 나올법한 사람입니다.
자신의 돈을 때려박으며 반공호를 만들고 그러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저 사람 참 희안하네...'란 단어가 절로 나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무엇인가에 집착하는 사람들이 세상에는 많이 존재하니깐요.
저는 오래전 희안한 집착을 가졌었는데요, 벼룩시장 같은 생활정보지를 모으는 집착을 가졌던 것이죠.
이유는 거기에 나와 있는 기사들이 인상적이고 재미있는 기사들이 많았기 때문이죠. 따로 스크랩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던 저는 이런 것을 계속 쌓아놓기 시작했지요.
이렇듯 우리는 하나에 꽃히면 끝없이 집착하는 사람들이 있죠. 그 중에는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사람들도 간혹 있는데 아마 저도 그렇지 않았나 싶습니다.
저는 한편으로는 커티스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미치광이라고 보이기 딱 쉬운 사람입니다.
하지만 '어제 밤 꿈자리가 뒤숭숭했어'라고 말하는 이들 중에는 예지력을 가진 이들이 있을테고 정말 미치거나 신경과민에 걸린 사람들도 있겠죠.
그가 꾼 꿈은 그냥 악몽이었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것이 현실로 다가오면서 악몽은 현실이 되어버린 것이죠.
커티스가 왜 반공호에 집착하는가에 대한 원인은 생각보다 잘 나와 있습니다. 그의 어머니도 정신분열로 젊을 때 정신병원에 입원한 경력이 있고 지금도 요양원에 지내고 있기 때문이죠. 이것을 되물림 받은 것은 두 아들 중의 한 명인 바로 커티스였던 것이죠. 하지만 자신은 그런 것을 부정하고 싶어합니다.
정신과 상담을 받으려고 하지만 멀다고 가지 않고, 더 저렴한 (뻔한 대답을 들을 것 같은) 상담소에 가서 자신의 아픔을 이야기하고 있으니깐요.
<테이크 쉘터>는 중산층의 고뇌를 신경과민에 걸린 남자와 자연재해와 결합하여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영화에서는 크게 나타나지는 않았지만 미국의 경제 불황에 대한 암울한 상황을 간접적으로 보여주고 있지요.
대출난에 허덕이는 모습이 그렇죠. 딸 수술비 감당하기도 힘들고 지금 살고 있는 집은 담보로 잡혀 있다는 점에서 가난에서 벗어날 수 없는 사람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커티스의 신경질적인 모습이 더 심해지면서 그의 악몽도 더욱더 커져만 갔고 자신을 도와주던 동료 듀워트 뿐만 아니라 심지어 아내도 못믿게 됩니다.
어쩌면 반공호는 커티스의 욕구불만을 해소할 수 있는 유일한 소통구였고 이것이 오히려 이들 가족의 비극을 극대화시켰지요.
등장인물들은 많지만 크게 등장하는 배우들은 몇 되지 않습니다.
커티스 역을 맡은 마이클 섀년은 신경질적이지만 알고보면 가족을 그 누구보다 사랑했던 가장의 역할을 했는데요. 그는 슈퍼맨의 또 다른 프리퀄 버전인 <맨 오브 스틸>에서 또 다른 연기를 보여줄 예정입니다. 제시카 차스테인은 현명한 아내(주부) 역할로는 이제는 단골이 되었는데 이 작품에서도 남편을 나름 이해하려고 노력하며 커티스가 새 삶을 살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만다로 등장하였습니다.
이 영화는 히치콕의 <새>나 <매그놀리아>에 버금가는 새가 무더기로 떨어지는 장면과 새떼가 공격하는 등의 장면이 등장하였습니다.
공포를 극대화 시키면서 자연재해의 무서움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지요. 마지막에는 이런 자연재해의 공포를 한번 더 보여줌으로써 영화가 마무리되는데 어쩌면 이 상황의 다음 장면은 최근 개봉된 <더 임파서블>의 장면으로 이어지지 않았을까라는 생각도 해보게 되네요.
고백을 하자면 제 상황은 영화 속 커티스와 비슷한 편입니다.
백수이고 가난하며 크지는 않지만 약간의 빛에 허덕입니다. 심지어는 가족들과의 관계도 좋지 않지요.
요즘 영화가 '왜 이렇게 내 이야기 같지'란 느낌이 드는 이유는 내가 영화를 맞쳐가는게 아니라 영화가 나를 맞춰가는게 아닌가 싶었습니다.
우리가 가난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정말 없는 것일까요? 그리고 우리는 스트레스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없을까요?
분명 미국의 이야기인데 남의 이야기처럼 보기 힘든 영화 <테이크 쉘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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