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편에 이어서 이야기합니다...
사실 저는 일명 똑딱이 카메라를 들고 왔었습니다.
그런데 이걸 사용하기가 상당히 귀찮아지더군요.
그래서 스마트 폰과 아이패드로 사진을 찍었는데 생각보다 잘 나오게 되었습니다.
혹시나 사진이 좀 엉망인게 있다면 사진을 더럽게 못찍는 저의 불찰임을 양해해 주시길 바랍니다.
그 사이 2박이 흘러가는 시점까지 왔습니다.
진짜 이 영화제에 오게 된 목적은 따로 있죠. 바로 불면의 밤입니다.
심야상영의 다른 방식이라고 생각하시면 되는데요.
제가 아무래도 부천시민이다 보니 저희 동네(?) 자랑을 좀 해야겠군요.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심야상영의 원조는 부천영화제였습니다.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의 영화 <킹덤> 시리즈를 몰아서 상영했던 것이 바로 심야상영의 최초가 되었던 것이죠.
첫시도였던터라 아직 당시 예매도 정착되지 않던 시절이었고 덕분에 많은 분들을 입석으로 보게 하는 진풍경이 연출되기도 했죠.
이는 부산영화제에서도 시도하지 않았던 방식이었고 부천영화제를 시작으로 심야상영은 영화제에서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잡았습니다.
이후 지금은 사라진 시네마 정동을 비롯해 많은 멀티플렉스들도 이런 심야상영을 하나의 행사나 하나의 정규상영으로 인식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되었지요.
이 날 저희가 볼 영화는 재기발랄한 3개의 나라에서 만든 영화들이었습니다.
장르 트위스트라... 좀 땡기지 않으신가요?
기본적인 작품들은 이런데요.
각기 나라별로 작품의 스타일이 달라서 뭐라고 표현하기는 어려웠습니다.
<에바 반 엔드의 위대한 순결상실>의 경우 네덜란드에서 온 영화지만 상당히 작품성과 오락성이 잘 갖추어진 영화라는 것입니다.
한 소년이 교환학생으로 오게 되면서 평범했던 한 가정이 변화하는 모습을 담은 영화인데 큰 형은 여드름을 비롯한 외모에 고민하고 둘째는 이 교환학생이 제발 나가주길 바랍니다. 하지만 소시지 빨리 먹기 챔피언이라는 행복속에 부모의 강요로 슬럼프에 빠진 반항아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 작품의 중심이 될 수 있는 소녀 에바(비비안 디럭스 분)는 교환학생에게 마음을 갖지만 마음을 바로잡긴 쉽지 않지요. 부모들의 변화도 심해지는데 소지지 공장을 운영하는 남편은 교환학생이 돕고 있는 소년을 같이 돕기 위해 서류까지 위조하면서 나서기도 하며 아내는 그 교환학생이 하고 있던 명상에 묘한 매력에 빠지게 됩니다.
<버닝 붓다맨>은 일본 애니메이션의 새로운 방향을 이야기하는 작품인데 종이 인형을 가지고 이야기를 만드는 특이한 방식의 애니메이션입니다. 실사 부분이 앞과 뒤에 살짝 나올 뿐 대부분의 장면이 이런 종이 애니메이션의 방식을 취하고 있죠. 불자로 활동하는 한 부부에게게 불상을 빼앗으려는 이들이 나타나고 이들은 몸이 잘려나간 상태에서 죽음을 맞이합니다. 이 부모의 소녀인 베니코는 이에 격분하여 이들 악의 무리를 소탕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일본의 불교사상이 녹여져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는 이 작품은 불상과 인간이 합쳐져 변신한다는 조금은 황당한 내용의 영화입니다. 하지만 이것이 진지함인지 황당함인지는 영화를 보면서도 알 수 없다가 주제가가 흘러나오는 부분을 보고는 그냥 가벼운 영화였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끈끈이 액체, 피 등을 직접적으로 표현했던터라 의외로 실감나는 애니메이션입니다.
마지막으로 <어쨌든 존은 죽는다>는 전형적인 미국의 B급 영화의 스타일을 그대로 잘 가지고 있는 작품입니다. 두 사내가 간장이라는 정체불명의 액체에 감염되어 여러 상황에 휘말리는 이야기인데요. 폴 지아마티가 그나마 반가운 얼굴로 등장하나 등장하는 횟수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미드인 <엑스파일>에서 볼 수 있는 황당하지만 기괴한 사건의 느낌과 또 다른 미드인 <슈퍼내추럴>에서 볼 수 있는 귀신을 물리치는 퇴마사의 느낌이 강한 작품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외계인과 악령을 짬뽕시킨 듯한 다양한 괴물들이 등장하기도 합니다. 가볍게 볼 수 있는 작품입니다.
작품 하나하나가 끝날 때 마다 박수를 아끼지 않는 관객들의 모습은 매우 멋졌으며 중간 간식 타임은 상당히 꿀맛이었습니다.
이온 음료, 떠먹는 요거트, 커피 음료 등의 다양한 간식이 준비되었는데 정작 끼니를 때울 수 있는 간식이 없었다는 것이 조금은 아쉬운 생각이 들었습니다.
새벽 5시가 넘어서야 '불면의 밤' 행사는 종료되었습니다.
마치 나 자신을 이겼다는 뿌듯함으로 영화를 보고 나오신 분들은 많으시라 봅니다.
사실 심야상영이라는 것이 졸음과의 싸움이라는 점에서 쉬운 것은 아니거든요.
그렇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프로그래머들이 아마 심야상영 프로그램을 짜는 것에 가장 많은 신경을 쓰지 않을까 싶습니다.
살짝 잠을 청하고 나서 몇 시간도 안된 상태에서 일어나 숙소에 체크아웃을 할 준비를 합니다.
운이 좋았던 것이 전주영화제 관계자 분의 차량에 탑승하게 되었는데요.
저를 기억하시는 분이 계시더군요. 아... 제가 그렇게 유명했었나요?
도착한 곳은 전주디지털 독립영화관인데요.
전주영화제의 또 하나의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곳입니다.
평상시에는 독립영화나 다양성 영화를 상영하는 상영관으로 이용되기도 합니다.
이제부터는 저 혼자만의 자유여행입니다.
뭐... 대부분의 시간을 저 혼자 돌아다니긴 했지만요.
객사의 일부 거리 중에는 웨딩 샵이 모여있는 거리도 있고 인천의 차이나타운처럼 모여있는 곳도 있는데요, 웨딩 거리는 확실히 눈에 띄는데 차이나타운은 그렇게 보이지가 않더군요. 가로등 전봇대나 일부 간판만이 그렇게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별 개성은 없어 보입니다.
조금씩 걷다보니 풍남문이네요. 전주 한옥마을의 시작을 알리는 지점입니다.
영화 <약속>의 촬영지로 유명한 전동성당입니다. 날나리 카톨릭 신자로써 참으로 반가운 장소였지요.
마침 주일 미사가 있는 시간이었는데요.
다른 것도 좋지만 주말 미사는 아무래도 경건한 장소라고 볼 수 있는데 이런 곳에서 별의 별 포즈를 취하면서 사진을 찍는 분들을 보면서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심지어는 문 앞에서 서서 다리를 들고 묘한 표즈를 짓는 분도 계십니다. 여긴 스타화보 찍는 곳이 아니라니깐요. ^^;
만약 관광을 오시겠다면 주말도 나쁘지는 않지만 너무 오버스러운 포즈는 삼가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았습니다.
전동성당을 지나면 바로 등장하는 것이 전주 한옥마을입니다. 서울의 인사동 같은 곳이죠.
하지만 인사동과 다른 점이 있지요. 2층 이상의 건물이 없다는 것입니다.
2층짜리 건물도 일부 등장하지만 이 역시도 적은 편이며 기와지붕으로 만든 가게나 주택들이 대부분이라는 것입니다.
특히 경기전은 영화나 TV의 사극 촬영장소로도 많이 활용이 되던 곳이죠. 이곳은 관람료가 있어야 하는 곳이라서 저는 그냥 패스...
다양한 기념품과 다양한 먹거리와 행사가 가득한 곳이었습니다.
하지만 인사동이 최근 화장품 가게나 일부 레스토랑이 들어오면서 과연 인사동이 전통성을 지키고 있는가의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는데 전주 한옥마을의 경우도 약간은 그런 부분에서 자유롭지 못했습니다. 전통찻집보다는 커피 전문점이 더 많았고 파리바게트 같은 빵집이나 편의점이 들어선 것을 보면 이 곳도 과연 전통성을 지키고 있는가라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전주시가 나름 전통문화를 지키려는 노력들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입니다.
전주영화제도 이런 모습들과 잘 합쳐져서 멋진 문화의 도시로 발돋음하는 계기가 되길 바래봅니다.
2박 3일의 짧은 여정이 끝났습니다.
부산영화제가 있기 전에 조용히 부산을 갔다온 적이 있습니다. 작년에는 정동진 영화제도 갔다 오기도 했고요.
나름 영화를 상영하는 도시들은 각자의 매력이 있는 것 같습니다.
영화를 본다는 것, 그리고 그 매력에 빠진다는 것은 상당히 멋진일이고 행복한 일인 것 같습니다.
우디 앨런이나 홍상수 감독 영화처럼 낯선 땅의 이방인이 되어 돌아다니는 것도 여행의 즐거움이 아닐까 싶네요.
이상 짧은 전주 여행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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