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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뫼비우스]김기덕 감독의 무언극... '있다 없으니까'에 대한 살벌한 이야기!

송씨네 2013. 9. 8. 20:52

 

 

김기덕 감독이 <피에타>로 돌아왔을 때 여전한 그의 별나지만 자신의 고집을 이어나가는 방식이 그리 나쁘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또한 활동중단 선언전에 찍었던 영화들보다도 강렬한 주제와 소재가 많아졌다는 느낌도 지울 수 없고요.

더 독해지고, 강해진 김기덕 감독을 만날 시간입니다.

영등위로부터 여러번 굴욕을 받은 이후 세번의 편집으로 결국 개봉되는 영화...

'있다 없으니까'의 무서움과 슬픔을 이야기하는 영화... 영화 <뫼비우스>(Moebius)입니다.

 

 

 

 

 

 

어느 번화가에 세 명의 가족이 살고 있습니다.

어머니(이은우 분)는 술로 시간을 보내고 있고 어딘가 불안해 보이는 아들(서영주 분)과 외로히 식사를 하면서 누군가의 전화를 기다리는 듯한 아버지(조재현)의 모습이 보입니다.

남편에게 온 전화... 아내는 필사적으로 그 전화기를 막으려고 하지만 쉽지만은 않습니다.

남편은 그 전화를 걸어온 여자를 만나러 가게 됩니다. 우연히 아들도 그 것을 목격하게 되는데 어머니와 흡사한 외모를 지닌 그녀(이은우 분)는 자그마한 간이 식당이 연결되어 있는 작은 슈퍼를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두 사람의 불륜을 목격했지만 아들은 그 어떤 것도 할 수가 없었습니다.

화가난 아내는 남편의 성기를 자르는 것에 실패하자 대신 아들의 성기를 잘라내고 그것도 모자라 잘근잘근 씹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흔적도 없이 사라집니다.

남편(아버지)는 아들을 업고 병원에 가지만 이미 그것을 잃은 뒤입니다.

아들은 학교에 등교하지만 다른 아이들에게 놀림감이 되고 심지어 폭행도 당하게 됩니다.

몇 일 후 아들은 아버지의 불륜녀를 찾아 그 슈퍼로 오게 되는데 그 길에서 전번 그에게 폭행을 가했던 아이들이 다시 그를 괴롭힙니다.

한 패거리들 덕분에 소년(아들)은 위험에서 벗어나지만 패거리 중 한 명인 우두머리로 보이는 남자(김재홍 분)가 슈퍼집 여인을 성폭행하게 되고 다시 그 패거리들에 의해 성폭행을 당합니다. 그리고 소년에게도 그녀를 성폭행 할 것을 지시합니다. 하지만 시늉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죠.

여인의 신고에 의해 패거리와 소년 모두 경찰서에 들어왔고 아들을 찾으러 왔다가 이 곳에서도 소년과 아버지는 수모를 당하기 시작합니다.

아버지는 성기 이식수술에 대한 자료를 찾아보던 중 섹스나 자위의 쾌감을 대체할만한 그 무언가를 찾게 됩니다.

그리고 연이은 성기 이식수술이 성공했다는 소식을 접하며 부자(父子)는 기뻐하게 되지만 그것은 오히려 그들의 고통의 시작을 알리는 전주곡이 되었습니다. 

 

 

 

 

어쩌면 김기덕 감독의 특기는 주인공들을 자해, 자학하게 만드는 일이 아닌가도 생각됩니다.

자살하고 스스로 자위를 하거나 차 뒤에 자신의 온몸을 묶는 등의 모습들을 보여주게 됩니다.

김기덕 감독 스스로도 영화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2003)에 등장해 스스로 자신의 몸을 묶고 자해에 가까운 수행을 하던 것을 생각한다면 그의 영화에서 자위나 자살을 제외한 스스로의 자해, 자학에 가까운 행위들은 또 다른 의미에서는 그만큼의 고통적인 수행을 의미하는게 아닌가도 싶어집니다.

 

하지만 이 영화 <뫼비우스>에서 자학은 또다른 의미에서는 인간은 쾌락과 쾌감을 위해 살고 있는게 아닌가라는 생각도 갖게 됩니다.

특히 자신의 몸에 돌을 갖다대고 미친 듯이 비비는 행위에서 이것이 쾌감을 느끼는 것과 비슷할 수는 있지만 끝에 그 고통은 각오해야 한다는 경고문에도 불구하고 스스로를 자학하는 아들과 아버지의 모습을 보면서 뭐라고 말을 해야할까 할 정도로 참으로 여러운 부분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김기덕 감독은 이런 인간의 욕망에 대한 부분을 대사 없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고작 그들의 대사라고는 아파하는 신음소리 정도가 고작이라는 것을 생각한다면 대사 없이 인간의 감정을 표현하려고 했던 김기덕 감독의 방식은 실험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봅니다. 우리는 이미 2004년 그의 작품인 <빈 집>에서 확인하기도 했지요. 공교롭개도 이 영화에서도 사람들의 욕망을 다양한 사람들이 사는 빈 집에 드나드는 남녀의 모습을 통해 보여주었던 기억이 납니다, 이 영화에서도 대사는 거의 사용되지 않았지요.

 

지금이 어느 때인데 무성영화스러운 방식을 택했는가 생각하겠지만 한 편으로는 김기덕 감독의 계산이 숨겨져 있다는 생각도 듭니다.

우선 그의 영화들이 대부분 해외 영화제에 출품이 되었는데 아무래도 해외 영화제에서 가장 곤란한 부분은 언어를 나타내는 부분이라고 봅니다. 물론 영문자막으로 대사가 표기가 되지만 자신의 영화 프린트를 들고 일일히 자막을 입힐 바에는 대사를 최대한 줄임으로써 대사 없이도 모든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표현해야겠다는 김기덕 감독의 생각도 어느 정도 깔려 있지 않나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만약 그게 맞다면 김기덕 감독은 정말 머리가 좋은 감독이라는 것이죠.

 

 

 

 

오랜만에 김기덕 감독의 영화에서 만나는 조재현 씨의 모습도 이색적이죠. 김기덕 감독의 페르소나라고 느껴질 정도로 김기덕 감독의 초기 작품에서는 그의 모습을 많이 볼 수 있었지요. 정말 오랜만에 출연한 조재현 씨는 이번 작품에서도 강렬한 연기를 보여주며 여전한 김기덕의 폐르소나라는 느낌을 주게 만들고 있습니다.

채널 CGV에서 방송된 <TV 방자전>을 통해 매력적이고 관능미 넘치는 춘향을 연기했던 이은우 씨는 김기덕 감독의 영화에 뉴 페이스로 등장하여 큰 활약을 보여주었습니다. 더구나 광기 어린 모습의 어머니와 나약해 보이지만 사랑 앞에는 두려움없이 없는 가게 주인의 1인 2역을 보여줌으로써 서로 다른 매력을 선사하고 있습니다.

열 다섯의 나이에 19금 김기덕 감독 영화에 출연한 특이한 케이스인 서영주 군도 인상적이죠. 그는 이미 강이관 감독의 영화 <범죄소년>에 출연해 이정현 씨여와 열연을 펼치기도 했지요. 그러고보면 그가 등장한 부분에서는 생각보다 수위가 높았던 장면이 없었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김기덕 감독에게는 최소한의 배려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청불 영화 등급에 출연하는 미성년자들이 항상 그렇듯 미성년자인 서영주 군은 청소년인 관계로 청불 영화인 이 영화는 실제로 본인은 볼 수 없다는 것이 아이러니이기도 하지요,

 

이 영화는 아시다시피 두 가지 이슈로 주목받는 영화입니다.

하나는 영상물등급위원회(이하 영등위)로 부터 두 번이나 퇴짜를 받고 제한상영가 등급을 받았던 영화라는 것이 그것이며 또 하나는 김기덕 감독이 이번에도 베니스 영화제에 자신의 작품을 들고 나갔다는 것입니다.

한쪽에서는 외국영화제에 출품에 한국영화를 세계 알리는 중요한 역할을 했지만 정작 국내에서는 이 영화를 상영하지 못하도록 막아버리는 아주 황당한 상황이 벌어진 것이죠. 자식같은 자신의 영화가 가위질 당하는게 안타깝다고 하지만 결국 그는 세번째 편집을 마치고 기자와 일부에게 공개한 뒤 비공개 투표로 이 영화를 다시 재심의를 할지 말지에 대해 고민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영등위는 결국 세번째 심사에서 청불 등급을 내림으로써 겨우 관객과 만날 수 있었던 것이고요. 늘 항상 이야기드리지만 영등위라는 이 바보같은 집단을 확실히 개편하거나 없애지 않는 이상 우리가 영화를 봐야할 권리를 침해당하지 않는다고 생각되어 집니다.

 

 

 

 

 

이 영화에서는 아주 인상적인 장면이 등장합니다.

가출한 어머니가 우연히 인사동 가게에서 유리 진열된 작은 불상을 앞에 두고 절을 하는 스님을 바라보는 장면이 바로 그것이었지요. (이 장면은 마지막에 누군가에 의해 다시 등장하게 됩니다.) 우리가 성욕으로 세상을 살아가기 보다는 차라리 세상과의 인연을 끊고(자살을 얘기하는게 아닙니다.) 어디론가 수행을 하는 것이 차라리 나은지도 모르겠습니다. 유난히 김기덕 감독의 영화에서 불교를 비롯한 종교관에 대해 언급하는 것도 어쩌면 이런 이유일지도 모르죠.

인간이 섹스를 위해 태어난 동물이 아닌 만큼 어떻게 사는 것이 올바른 삶이고 행복한 삶인지를 생각해 보는 영화가 아닐까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