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에 대한 잡설들/컬처 확대경, 컬처 쇼크

예비군 훈련...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송씨네 2006. 6. 16. 22:08

※지금 소개할 글은 군대를 전역하신 분들이거나 복무중이신 남성분들에게는 공감가실 내용입니다.

 

여성분들게는 죄송스럽지만 이해 못하실 내용도 있을 수 있습니다. 이 점 양해 바랍니다.

이 글을 보시고 의문사항이 있으시다면 군에 입대한(혹은 최근에 전역한) 남자 친구분이나 오빠, 혹은 남동생 분에게 꼭 물어보시기 바랍니다.

 

아울러 아직 군에 입대하지 않으신 분들 중에 이 글을 읽으신다면 다양한 의견은 좋지만 확인되지 않은 추측성 발언은 삼가해 주시기 바랍니다. 사실이 왜곡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대한민국 예비군 홈페이지(http://www.yebigun.or.kr/)

 

 

난 6월 13일 토고와 대한민국의 월드컵 경기가 끝난후 필자는 예비군 훈련을

 

위해 파주로 내려갔다.

대한민국의 승리로 그나마 기쁜마음으로 파주로 내려갔지만 그런데 예비군 훈련을 하면서 이런저런 불편한 점이 한 두가지가 아니었다.

 

우리가 생각하는 예비군 훈련은 과연 무엇일까?

처음 동원훈련을 뛰어본 필자의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작년 필자는 처음 동원훈련을 참여했다.

하지만 향방작개훈련으로 부대에서 집까지 출퇴근을 하는 비교적 수월한 훈련이었다.

그러나 올해 필자가 뛴 훈련은 2박 3일 숙영을 하여야 하는 좀 피곤한(?) 훈련이었다.

더구나 이번 훈련이 전방에서 유사시 현역군인과 같이 뛰는 것을 사전 연습하는 쌍용훈련이었던 것이다.

 

필자가 전역한 부대도 충북의 동원사단이었던지라 예비군들의 생활모습은 대충 짐작이 갔었고 이제는 처지가 바뀌어 필자가 예비군이 되어 현역들의 보살핌 속에 훈련을 받았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바로 훈련이 있던 첫날 14일 부터 문제였던 것이다.

 

이날 파주에 폭우 아닌 폭우가 쏟아졌다.

예상보다 장마가 일찍 시작되었다는 일기예보를 들은지라 설마했지만 설마가 사람을 여럿잡은 것이다. 비가 많이 쏟아지면서 야외에서 진행하려던 훈련의 대부분이 취소가 된 것이다.

더구나 강풍으로 인해 현역 군인들이 열심히 만든 B 형 텐트가 흙더미에 무너저 당일 밤에 숙영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이야기까지 나온 것이다.

 

예비군들은 여러 건물로 분산되어 이날 숙영을 대신하였다.

운이 좋으면 실내 건물에서 잠을 잘 수 있었다. 물론 모기와의 사투는 어쩔 수 없다고 치지만 그나마 그정도는 좋은 경우에 속했다. 일부 예비군들은 실외에 만들어진 체력단련장에서 숙식을 취했는데 실외에 만든 대부분의 체력단련장이 그렇듯 바람이 불면 추워지고 지붕도 약하고, 바닥이 낮은지라 물이 새는 경우도 생겼다.

 

첫날은 그렇게 보냈다.

둘째 날은 하늘도 맑았고 비교적 훈련을 받기 좋은 날씨였다.

마지막 3일째에 하려던 사격을 하루 당겨서 운영방침이 바뀌었다.

이번에는 더위가 문제였다.

먼거리를 걷기도 힘들고 불편함이 한두가지가 아니었다.

 

첫날 들어가서 숙영을 취하려던 야외 숙영장을 결국 다시 들어갔다.

현역들이 만든 것중에 부실한 부분은 예비군들이 보수하여 그럭저럭 당일 숙영을 취하는데는 문제가 없었다.

사실 첫날 사단장이나 연대장, 그리고 대대장들은 열심히 현역들과 간부들이 이번 쌍용훈련을 위해 많은 준비를 하였다고 자신있게 자랑을 했지만 앞에도 이야기 했듯 갑작스러운 폭우는 이들의 이야기를 비웃기라도 하듯 많은 일정이 취소되고 연기되고 상황도 좋지 않았다.

 

원래 숙영지에 들어가면 샤워를 할 수 있도록 야외 샤워장을 만들어 놓았고 간이 화장실과 세면장을 준비하였다고 이야기하였다. 이틀날 숙영장으로 들어온지라 사실 필자를 비롯한 많은 예비군들은 이들이 자랑한대로 샤워와 세면장에서 몸을 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하지만 세면은 할 수 없었다. 샤워는 더더욱 할 수 없었다.

 

야외 숙영장에서 사용할 물은 사실은 근처 개울에서 끌어온 물들이었다.

이 물이 비교적 깨끗한 편이라서 사용하는데는 지장이 없지만 폭우로 인해 빗물이 섞일수도 있었으니 이 물이 사용하기에 적합하다고 말하긴 좀 그렇다.

하지만 예비군들은 어쩔 수 없이 개울물에서 얼굴을 씻고 그렇게 또 하룻밤을 보냈다.

필자는 손을 씻는 것 외에는 도저히 그 물을 이용할 수 없었다.

 

 

 

다음날... 바로 집으로 복귀하는 오늘(6/16)이었다.

6시에 기상이었는데 30분 일찍 기상하여 아침을 먹기 시작한다.

연기되었던 일정 중에 직접 자신이 유사시 이용해야할 진지를 가는 날이었다.

준비태세는 포기하고 다시 걸음을 자신들이 싸워야 할 진지로 향했다.

위장크림을 바르라고 한다. 더구나 세면할 장소도 없는데 나중에 어떻게 할려고하는지 솔직히 무책임한 발언같았다. 세면을 할 장소가 제공이 된다면 불만없이 위장크림을 바르고 위장을 할텐데 필자는 솔직히 불만이었다. 다른 예비군들도 마찬가지고 거부하던 예비군도 있었지만 결국 위장크림을 자신의 얼굴에 바르고야 만다.

이틀 동안 굳은 날씨로 인해 땅은 진흙이 가득하니 산으로 향하기는 참 불편했다.

 

진지를 살펴보고 그렇게 예비군들은 복귀했다.

약한 비가 마지막까지도 계속되었다.

장구류를 반납하고 퇴소하고 힘이 들었다.

비와 바람과 햇살...

수중전, 지상전, 공중전... 다 경험한 기분이었다.

자, 필자가 이야기하고 싶은 부분은 지금부터이다.

바로 훈련에 임하는 예비군들과 훈련을 준비하는 부대의 마음가짐이다.

 

 

 

 

 

① 예비군은 현역들에게 왜 반말을 하는가?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자신은 전역을 했으니 그들은 자신보다 나이도 적을 것이고 사회생활도 우리 예비군들이 더욱 오래 했을테니 반말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필자는 예비군들이 현역 군인들에게 반말을 사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본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늦은 나이에 군에 입대한 병사들도 의외로 많다는 것이다. 사실 이들은 사회에서는 형대접을 받지만 군대는 계급사회이므로 아무리 자신이 나이가 많더라도 계급이 낮다면 반말을 듣거나 심지어 욕먹을 각오도 해야한다.

 

나이를 물어보지 않는이상 이들에게 분명 예비군들은 반말을 할 것이다.

우스겟소리로 나이먹은 것도 서럽고, 군에 늦게 간 것도 서러운데 자신보다 나이가 적은 (혹은 동갑인) 처음 보는 예비군들에게 반말을 들어야 한다는 것은 자존심이 상할 일이 아닐까 싶다.

 

또한 서로 처음 만나는 사람들끼리 반말을 이야기한다는 것은 좀 문제가 있다고 본다.

다만 작년에 일병으로 그 병사를 초면에 만나 존댓말을 쓰다가 올해 그 병장이 된 그 병사를 다시 만나 대화를 나눈다면 반말을 사용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본다. 그사이 친해질 수도 있으니깐...

하지만 초면에 반말로 현역 군인들과 이야기한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

 

그러면 사람들이 필자에게 물을 것이다. 당신은 그러면 존댓말로 그들에게 대했냐고 말이다.

물론이다. 필자는 이등병에게도 존댓말을 사용하였다. 그들도 자존심이 있고 인격이 있기 때문이다.

 

 

 

② 예비군의 질서의식은 죽었는가?

 

예비군들의 질서의식에 관한 문제는 솔직히 필자도 그렇게 당당히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많은 질서의식 가운데에서 쓰레기 투기 문제에 대해 이야기 하고 싶다.

필자가 훈련에 임한 부대는 원래 부천의 한 부대에서 운영하는 훈련이지만 이 날 훈련 장소는 그 부대가 아닌 다른 사단의 다른 특공 연대의 막사와 부지를 이용한 훈련이었다.

남의 부대에서 훈련에 임한 것이다.

그렇기에 이들이 가장 우려하는 것이 예비군들의 질서의식 부족으로 인해 빌려서 사용한 부대의 관계자로 부터 질타를 받지 않을까 하는 우려였다.

그 우려는 적중했다.

 

특히 쓰레기 투기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왔다고 한다.

담배꽁초를 함부로 버리고 침을 함부로 뱉고...

배식 받은 간식들을 다 먹고 아무 곳에나 버리는 행위들...

분명 간이 쓰레기 통을 만들어 놓았지만 별 소용이 없었던 것 같다.

물론 간이 쓰레기 통의 수가 적은 것도 문제였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과연 쓰레기를 쓰레기통에 버리는 예비역들은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줄서기라던가 제식 동작들을 기대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현역들에게 피해는 주지 말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우리들이 떠나고 남은 쓰레기는 그들이 모두 처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필자가 동원 사단에 있으면서 가장 싫었던 것이 바로 그들이 떠난 뒷처리 문제였기 때문이다.

예비역들의 성숙한 자세가 필요하다.

 

 

 

③훈련을 주최하는 부대는 돌발상황에 대비를 하는가? 

 

예비군만 지적한다면 문제가 있을 것이다.

훈련을 주최하는 부대의 자세도 중요하다.

 

가장 큰 문제는 과연 우천시를 비롯한 기상 이변에 얼마나 대비를 하느냐는 것이다.

돌발상황으로 인해 부대의 간부들과 병사들이 우왕좌왕하는 모습들을 많이 보았다.

하지만 간부들은 우왕자왕하면 안된다고 본다.

왜냐하면 그들이 병사들에게 적절한 상황에 맞게 지시를 해야하기 때문이다.

우천으로 인한 일부 훈련이 취소되면서 잠자는 문제와 먹는 문제에서 많은 시간을 허비하였다.

총기를 분출하는 모습에서도 간부들이 오히려 어쩔줄 몰라한다.

 

물론 동원 훈련의 특성상 한 대대의 병사 수는 적어도 50여명이다.

거기서 각 소대의 병사들은 10명에서 15명 정도이다.

그리고 그 소대를 인솔하는 간부는 1명 정도...

이들이 100여명의 예비군들을 맡아야 한다.

당연히 통제 불능이요 어찌할 줄 모를 수도 있다.

하지만 이것에 잘 대비를 하는 부대들이 많다.

따라서 그런 부대들은 예비군들의 불만이 적은 편이다.

 

그렇기에 큰 훈련은 이들의 정신력과 더불어 예비군들을 위해 봉사한다는 마음가짐을 가지는 것이 우선이라고 본다.

그래야 절대 흔들리지 않고 돌발 상황에도 당황하지 않을테니 말이다.

또한 우천시를 대비한 A형 계획표, B형 계획표(예를 들어서)를 만들어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④좋은 훈련이라도 흥미가 없으면 예비군은 따르지 않는다!

 

이 역시 훈련을 주최하는 부대가 귀담아 들어야 할 내용이다.

아무리 좋은 훈련이라도 이미 군 생활에서 식상해질 때 까지 식상해진 예비군들에게 지루한 훈련 내용은 거부감을 들 수 밖에 없고 귀담아 듣지 않고 심지어는 산만해진다.

특히 일부 예비군들이 아쉬워하는 것은 사격이다.

일부 부대에서 실시하고 있는 서바이벌 사격 방식을 의외로 예비군들은 많이 선호한다.

페인트 총알이나 레이저 방식을 이용한 서바이벌 사격 방식은 극히 일부에서 실시하고 있는지라 많은 예비군들이 이 훈련방식을 이용할 수 없다는 것에 아쉬워한다.

 

물론 이것은 국방부와 육군본부의 책임이기도 하다.

의견이나 설문을 통하여 그들이 선호하는 훈련방식을 들어보고 이에 적용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본다.

지금 우리가 받고 있는 설문지는 솔직히 필자가 3년전 현역시절 예비군에게 나눠준 설문지와 문항이 거의 똑같다. 형식적이라는 것이다.

형식적이지 않은, 많은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제대로 된 설문이 필요하다고 본다.

 

훈련을 주최하는 부대와 국방부를 비롯한 정부의 노력이 없다면 예비군 훈련은 그저 시간 때우기로 밖에 생각이 들 것이다.

 

 

 

 

비군 훈련은 최근 많이 달라지고 있다.

 

앞에 이야기한 서바이벌 방식이 도입되고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는 모습은 긍정적이다.

하지만 예비군들의 피부에 와닿지 않는 모습들은 안타깝기만 하다.

 

예비군들 역시 필자를 포함해 아직까지는 시간때우기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우리 예비군이 알아야 할 것은 예비군은 유사시 전쟁에서 현역들에게 도움을 주는 역할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예비군 훈련...

예비군이나 훈련을 주최하는 부대 모두 제자리 걸음이 아닌 한걸음 나아가는 방향으로 변화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