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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론] 김기덕 감독의 결정력은 부족했다.

송씨네 2006. 8. 8. 19:53

 

 

 

 

진여(眞如) 님이 쓰신 '김기덕 감독의 용기 '에 대한 글을 보았다.

 

진여 님의 원문 글 보기

 

 

하지만 나는 이 글에 대해 다른 생각을 갖고 있어서 이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김기덕 감독이 영화 '시간'의 개봉을 두고 많은 고민을 해왔음은 인정한다.

더구나 예술영화는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한다는 점에서 김기덕 감독의 고민은 나 역시도 인정하는 바이다.

내가 김기덕 감독의 입장이었어도 비슷한 생각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앞에서 이야기했던 대로 나는 김기덕 감독이 어제 스폰지 하우스 종로(구 씨네코아)에서의 기자회견에 관한 글과 기사를 접하고 나서 김 감독의 생각에 이의를 제기하고 싶었다.

 

 

 

 

①김기덕 감독은 왜 토론을 하지 않는가?

 

사실 영화가 망하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관객들의 외면이 아무래도 큰 이유라고 생각된다.

나는 얼마전 김기덕 감독의 영화 '사마리아'를 뒤늦게 보았다.

그런데 영화를 보고나니 '이렇게 좋은 영화를, 메시지가 있는 영화가 왜 실패했는가?'라는 의문이 들었었다.

 

그렇다면 왜 김기덕 감독은 자신의 영화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않는 것일까?

언론과의 인터뷰가 전부는 될 수 없다고 생각된다.

 

김기덕 감독과 비슷한 노선인 감독을 이야기하자면 장선우 감독을 들 수가 있겠다.

장선우 감독 영화중에서 큰 제작비를 들인 영화가 있었다.

바로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2002) 이다.

이 영화도 그렇게 많은 극장에서 상영되지 않았고 나는 어렵게 이 영화를 봤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이 영화는 흥행에 완전 참패하였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그 이후였다.

장선우 감독이 토론회를 자청한 것이다.

그러니깐 '이 영화가 왜 망했는가?'라는 의견을 서로 이야기하자는 것이었다.

나 역시 이 토론회에 운이 좋아 참석하게 되었고 장선우 영화를 지지하는 이들과 반대하는 이들간의 뜨거운 토론이 이어졌다.

장선우 감독도 자신의 영화의 의도를 이야기하는 기회가 되었고 서로에게 많은 도움이 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이렇게 실패 요인을 분석한다면, 그리고 왜 이 영화를 만들었는지 그 의도를 이야기한다면 서로간의 의견 충돌이나 오해는 쉽게 풀릴 것이다.

김기덕 감독이  '활'과 '사마리아'를 내놓고 흥행에 실패한 뒤 정작 토론회나 간담회를 열어 자신의 영화에 대한 연출 의도를 관객들에게 설명했는가 오히려 되묻고 싶다.

 

 

 

 

 

②흥행에 실패했다고 영화를 걸지 않는 것은 마니아들을 잃는 행위다.

 

예술영화들이 끊임없이 쏟아졌다.

그리고 그 중에는 꼭 성공하는 영화만 있는 것이 아니다.

여균동 감독이 최근 만든 '비단구두'는 어렵게 극장을 잡아 개봉하였으나 흥행에 실패하였다.

여균동 감독 외에도 많은 이들이 예술영화를 만들고 개봉하지만 흥행의 쓴잔을 맛보기도 한다.

 

송일곤 감독의 작품들도 흥행에 실패한 경우가 많다.

'거미숲'이나 '마법사들' 같은 경우 대표적인 경우이다.

하지만 '마법사들' 같은 경우는 코엑스홀에서 재상영되기도 하였다.

영화가 망하면 그게 끝이라고 생각하지만 관객들이 언젠가는 그 영화의 감동을 느끼게 되고 결국은 다시 그 영화를 찾게 된다.

 

 

 

 

 

이창동 감독의 '박하사탕', 송혜성 감독의 '파이란'이 흥행에 실패한 영화임에도 많은 마니아를 거느리고 있고 재상영 운동을 벌인 것을 생각한다면 고작 몇 편이 흥행에 실패했다고 한국에는 절대 자신의 영화를 걸지 않겠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하나만 알지 둘은 모르는 일이라는 것이다.

 

 

 

 

 

③김 감독의 문제만이 아닌 모두의 문제이다.

 

물론 김기덕 감독만 책망할 일은 아니다.

'괴물' 같은 작품의 흥행 성공에는 관객들의 관심도 있었지만 배급의 힘도 무시할 수 없다.

헐리웃 영화나 한국 영화 중에서 대박의 기미가 보이는 영화에만 집중적으로 배급을 하는 방법은 문제가 있다.

 

수입/배급사로 알려진 백두대간이 수입한 영화들의 대부분은 상업성과는 거리가 떨어지는 영화들이었다. 하지만 올해 개봉된 '브로크 백 마운틴'을 볼 것 같으면 사정이 다르다.

백두대간이 수입한 이 영화는 거대 배급망인 CJ 엔터테인먼트의 힘으로 개봉이 되었다.

결과는 의외의 좋은 성적을 거두었다.

 

예술영화도 배급망만 잘 갖춘다면 크게 망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물론 김기덕 감독의 영화를 쇼박스나 CJ 엔터테인먼트 같은 곳에서 받아줄지는 의문일수도 있다.

그러나 김 감독이 노력하지 않는다면, 그리고 배급사들의 생각이 돈벌이로만 치우치게 된다면 절대 예술영화의 확대 개봉은 꿈도 못꿀 일이며 이런 기적같은 일은 벌어지지 않을 것이다.

 

 

 

 

 

'활'의 홍보 방식도 이의를 제기하고 싶은 것이 단관 개봉(씨너스 체인)에 홈페이지도 없고, 대략 보도자료 수준의 기사만 올라간다면 관객들에게 호기심을 자극할 수도 있지만 오히려 역효과가 나기도 한다.

 

앞에서도 이야기 했듯이 김기덕 감독은 문을 걸어잠구고 아무에게도 대화를 하지 않는 감독이라고 생각된다.

생각을 바꾸고 홍보를 꾸준히, 다양하게 했다면 '활'이 과연 흥행에 대참패하였을지도 궁금해진다.

 

 

 

 

 

 

나 역시 스크린 쿼터에 관해서는 아직까지 필요하다고 보는 사람 중 하나이다.

하지만 얼마전에 느낀 것이 일부 영화인들의 자기 밥그릇 챙기기로 인해 정작 카메라 뒤에서 열심히 일하는 스텝들에게는 정작 혜택이 돌아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스크린 쿼터 사수가 과연 정말 필요한 것인가라는 의문이 들었다.

 

또한 스크린 쿼터를 지킨다고 하더라도 김기덕 감독 같은 작품의 영화들을 끝까지 상영하고 지켜줄 영화인이나 극장들이 과연 얼마나 되느냐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중립 아닌 중립을 지키고 있다.

 

김기덕 감독의 결단은 틀린 것은 아니다.

하지만 결단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짧은 생각을 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수입/배급사인 스폰지의 결정 역시 환영하는 바이다.

반대로 김기덕 감독 같은 작가주의 영화, 예술영화에 뒷짐지고 방관한 영화인들과 배급사, 극장들에게는 반성이 요구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