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한 잡설들/시네마 카페

이동진 기자가 조선일보를 떠난 이유?

송씨네 2007. 1. 6. 02:54

세상에는 신문에도 나오지 않는 뉴스가 더 많을 때도 있다.

더구나 기자 자신이 퇴사한다고 광고하고 다니는 사람또한 없다.

하지만 지금 내가 이야기할 사람은 그만큼의 가치는 있는 것 같다.

 

 

 

바로 조선일보의 문화부를 책임졌던 이동진 기자이다.

이동진 기자가 얼마전 12월 29일 자신이 운영하는 조선일보 커뮤니티(조선일보 커뮤니티 카페 '언제나 영화처럼'  http://cafe.chosun.com/djlee)에 퇴사를 선언하였다.

지금 이 내용은 아는 사람은 알지만 모르는 사람은 모른다.

검색을 해도 거의 나오지 않는 내용이다.

  

오늘 저는 여러분들께 마지막 인사를 드립니다.
조선일보사를 그만두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꽤 긴 기간 동안 고민 많이 했습니다.
지난 여름에 비해 지금 몸무게가
7킬로그램이 빠질 정도였습니다.
조선일보사는 대학 졸업을 앞두고
제가 시험을 치렀던 첫 직장이었으며,
제 유일한 일터였습니다.
그리고 13년 조금 넘는 기간 동안
나름대로 성심성의껏 일하고 또 일했습니다.
지나간 날들을 돌아보니
힘겨운 일도 많았고
능력을 벗어나는 일도 많았지만,
보람된 일도 많았습니다.
 
13년 넘게 다녔던 직장을
그만두려는 결심을 하기가
쉬운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변의 거의 모든 사람들이
말리는 결정을 내리게 되었습니다.
 
그 이유가 진짜 무엇인지는
사실 저도 잘 모릅니다.
하지만 조선일보가 소중하고 좋은 일터임에도 불구하고,.
더 이상 직장 생활을 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여러 달 동안 떨쳐낼 수 없었기에
이런 결정을 내리게 되었습니다.
제 이성보다는 마음을 믿어보고 싶었습니다.
 
한 달 넘게 아무 소식 없었던 것에 대해서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사실 퇴사 과정에서 이런저런 복잡한 일들이 생겨
뭐라고 소식을 전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동안 걱정해주시고 격려해주신 분들의
소중한 마음을 잊지 않겠습니다.
 
이런저런 일들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직 결정된 것은 없지만
아마도 혼자서 일을 하게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일은 아마도 글을 쓰는 일이 될 것 같습니다.
어쩌면 지금과 그리 다르지 않은 일을 하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제가 할 줄 아는 게 이것 밖에 별로 없으니까요.
 
한 해의 끝,
아직 보이지 않는 새로운 길을 상상하는 제 마음은
좀 비장한 것이 사실이지만,
또 한 편 설레는 것도 사실입니다.
혼자서 모든 것을 버텨내야 할테니까,
많이 외롭고 힘들지도 모릅니다.
그래도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어서 정말 다행입니다.
아직 제가 제 삶을 선택할 수 있다는 사실이 정말 다행이네요.
 
지난 6년 동안 이 공간은 제게 가장 귀한 곳이었습니다.
힘들고 지칠 때마다 이곳에서 저는 많은 위로를 얻었고,
여러분들이 쏟아주신 분에 넘치는 사랑으로
하루하루를 디디고 설 힘을 얻었습니다.
 
그동안 이곳을 찾아주셨던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특히 작년 회원제 등록으로 바뀐 이후
그 번거로운 절차를 밟고서 이곳에 가입해주신
천팔백구십육명의 회원들께 정말 고맙다는 말씀 드립니다.
제게 당신들은 정말 소중한 분들이었습니다.
앞으로 제가 어느 자리에 있든지
저는 이곳을 잊지 않을 것입니다.
비록 이곳은 아닐지라도
시간이 좀 흐르고 나면
가급적 따로 제 공간을 마련할 예정이니
나중에 생각나실 때 찾아와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13년 동안을 일한 직장을 떠나는 이유는 뭘까?

사실 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있었다.

작년 이누도 잇신의 '메종 드 히미코'의 시사회 이야기이다.

시사회를 주최한 사람은 영화사나 홍보사도 아닌 이동진 기자 본인이었다.

영화가 괜찮은 작품이 나와서 그런데 단체 관람(시사회)를 하는 것이 어떻겠냐고 조선일보 커뮤니티에 글이 올라왔고 나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신청을 하였다.

 

영화를 관람하고 뒷풀이 장소로 호프집을 잡았는데 인원이 많아서 아예 통째로 호프집을 빌렸다.

그는 자신의 돈을 들여 기념품을 회원들에게 나눠주기 시작했으며 자신이 연재한 '세계 영화 기행'때 가져온 기념품 역시(물론 이것 역시 자비를 들여 산 것이다.) 회원들에게 나눠주었다.

그런 모습에서 이동진 펜이나 붙들고 컴퓨터나 두들기는 기자의 모습이 아닌 이웃집 아저씨라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 이동진 기자를 만났고 이런 저런 궁금증이 앞섰다.

가장 궁금한 것은 왜 그가 조선일보에 그 때 까지 남아있었는가라는 의문이었다.

그는 의외의 대답을 했다.

'이 곳 보다 더 좋은 자리가 생겨난다면 자리를 옮길 수 있다. 회사를 사랑하는 애사심 때문만은 아니다'라는 의외의 대답이었다.

그러면 왜 그는 보수언론에 남아 있는가라는 의문도 들었었다.

 

 

 

최근 이동진 기자처럼 잡지사나 신문지상에서 활동하는 기자들이 새로운 자리로 옮기거나 프리선언을 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인터넷 딴지일보에서 날카로운 글을 자주 선보였던 허남웅 기자의 경우 영화 월간지 스크린으로 자리를 옮겼고, 영화 주간지 FILM 2.0에서 독특한 글들으로 사랑을 받았던 김세윤 기자는 아예 프리선언을 하였고 그것도 모자라 MBC FM의 '이주연의 영화음악'의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그리고 얼마전 이야기한 것 처럼 nkino의 운영중단으로 태상준 편집장이 예매사이트인 티켓링크의 영화 섹션의 편집장으로 자리를 이동한 경우도 있다.

 

더 좋은 직장을 위하여 이들이 이동하는 것이라는 생각도 들지만 언론사와 기자 개개인 간의 의견충돌 역시 이들이 오랫동안 몸담았던 신문사(잡지사)를 떠나는 것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안타까운 것은 우리나라 기자들의 기자로써의 윤리를 지키고 있는가에 대한 의문이었다.

신문지상(특히 스포츠 신문에서는) 특정 영화 띄우기가 일색이고 인터넷 신문의 영화부 기자라는 사람들도 홍보 목적의 광고성 기사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

 

물론 일부의 기자들이지만 홍보사나 영화사에서 주는 보도자료만 보고 기사를 쓰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고 한다. 그렇다보니 개성이 강한 기사는 찾아보기 힘들고 내용도 똑같은 기사들만 보게 된다는 것이다.

어찌보면 기사를 읽고 네티즌들이 '이 기사 발로 섰나?'라고 묻는 것도 당연일인지도 모른다.

 

이동진 기자를 비롯한 대부분의 기자들은 (물론 영화부문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양심적으로 기사를  쓰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우리나라 언론이 특종에만 목숨을 거는 세상으로 바뀌다보니 점점 기사는 선정적이거나 젊은 사람들의 구미에 맞게 기사를 작성해야 한다는 문제점이 생기게 된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내가 조선일보는 싫어해도 조선일보늘 볼 수 밖에 없었던 이유 중 하나가 이동진 기자의 똑~ 부러지는 영화 리뷰였기 때문이다. 

그가 연재하던 '씨네마 레터'가 당분간은 그리워질 것이다.

신문 지면에 자신의 칼럼에 존댓말로 독자들에게 이야기하는 기자는 드물 것이다.

이동진 기자가 과연 프리렌서로 갈지, 아니면 영화 주간지나 다른 신문사로 스카웃 될지는 의문이지만 아무쪼록 개성있는 그의 기사를 하루 빨리 볼 수 있기를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