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에 대한 잡설들/컬처 확대경, 컬처 쇼크

거침없이 하이킥-김병욱 PD와 PPL...

송씨네 2007. 2. 5. 23:27

 

 

이 글을 쓰고 있는 디렉토리는 'TV를 향해 거침없이 하이킥'이란 폴더에서 쓰고 있는 글이다.

그렇다.

나는 김병욱 PD의 작품을 좋아하며 시간이 나면 '거침없이 하이킥'을 시청한다.

그의 작품을 'LA 아리랑'때 부터 봤고 '순풍 산부인과'를 비롯해서 '웬만해선 그들을 말릴 수 없다', '똑바로 살아라', '귀엽거나 미치거나'와 같은 이른바 '김병욱 표' 작품들을 줄곧 봤었다.

그런데 오늘 나는 이 작품을 이야기하려고 한다.

이 프로그램에 대한 리뷰는 하나같이 호의적이다.

물론 정말 이 작품은 재미있다는 것에 대해 반론을 제기할 사람은 없다.

참신하고 신선하며 의외의 허를 찌른다.

하지만 이 작품에 대한 비평이 없는 것 같다.

팬으로써의 비평이라고 이해해 주고 읽어봤으면 좋겠다.

 

 

얼마전 한국 시트콤의 몰락에 관한 글을 올렸었다.(http://blog.daum.net/songcine81/8275136)

짧은 우리나라 시트콤 역사를 뒤돌아보는 시간이었는데 마지막에 김병욱 PD의 신작이었던 '거침없이 하이킥'에 대한 성공여부에 따라 우리나라 시트콤의 운명이 좌지우지 될 것이라는 조심스러운 전망을 해보았다.

 

결론부터 말하면 초반 '거침없이 하이킥'은 '올드 미스 다이어리'나 다른 시트콤의 1회처럼 광고가 거의 붙지 않았다. 하지만 이런 시트콤들은 서서히 힘을 내기 시작하면서 자신들의 진면목을 보여준다.

'거침없이 하이킥' 역시 마찬가지로 회를 거듭할 수 록 큰 인기를 거두고 있고 폐인들도 보이기 시작한다.

 

얼마전 글에서도 이야기 했듯이 김병욱 PD 작품들에는 공통점이 있다.

화장실에서 용변보기, 도박(화투는 물론이요, 짤짤이 포함) 등이 그런 예인데 여기 하나 더 추가시키려고 한다. 바로 PPL의 등장이다.

PPL은 드라마나 시트콤, 영화에서 소품 역할도 하지만 간접적인 상품의 선전효과 역할도 하고 있다.

따라서 많은 드라마나 영화, 시트콤에서는 업체들이 자신의 제품을 써달라고 아우성이다.

또한 드라마나 시트콤 같은 경우는 제작비 지원도 해주니 거절할 이유가 없다.

 

김병욱 PD들의 작품 속에는 유달리 비슷한 PPL들이 등장한다.

우선 주인공이나 주인공 가족들이 입에 자주 무는 것이 치킨이라는 것인데 '웬만해선 그들을 막을수 없다'(이하 '웬만해선...')에서 극중 노홍렬(이홍렬)이 운영하는 가게가 닭요리집이며 '거침없이 하이킥'에서 심심치 않게 가족들이 뜯어먹는 것도 통닭이다.(물론 이후 '웬만해선...'에서는 닭에서 도넛으로 업종이 변경된다.)

물론 앞의 두 시트콤 모두 공교롭게 드라마의 제작지원(스폰서)중 하나이다.

 

 

또한 '거침없이 하이킥'이나 '귀엽거나 미치거나'(이하 '귀엽거나...')에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장면이 있는데 바로 학원이다.

'귀엽거나...'에서 박신혜가 다니는 학원, '거침없이 하이킥'에서 민호(김혜성), 윤호(정일우)가 다니는 학원 역시 모두 두 시트콤에서 제작지원을 맡았던 곳이다. 학원 로고를 그대로 노출하면 방송위(방송위원회)로 부터 경고를 받기 때문에 로고를 살짝 변형하게 된다.

김병욱 PD를 스타로 만든 '순풍 산부인과'의 경우에도 주인공이나 이웃들이 사용하던  컴퓨터, 에어컨, 가구 등이 PPL로 쓰여졌다고 알려져 있다.

 

이외에도 '귀엽거나...'에서 김성원이 운영하는 제과점이라던가 '웬만해서는...'에서는 권오중이 들고 나왔던 양갱(앞에 회사로고가 선명하게 찍힌) 등이 심심치 않게 PPL로 올라왔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에 '거침없이 하이킥'이라던가 과거 '웬만해서는...'의 경우는 특정 제품 간접홍보로 방송위로 경고를 받았다.

 

우연치 않은 PPL들과 방송위로부터의 경고조치를 반복적으로 받았음에도 그의 시트콤에는 많은 PPL이 등장한다는 것은 큰 문제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이 김병욱 PD라던가 방송사의 문제만은 아니라고 본다.

 

 

너무나 깐깐하게 검열아닌 검열을 하는 방송위의 자세에도 문제가 있다고 본다.

앞에도 이야기하였지만 시트콤이나 드라마에서 PPL이 없다는 것은 차라리 제작비를 포기한다는 소리나 다름없다. 드라마나 시트콤을 제작하기 위해서는 많은 돈이 필요한데 방송국이나 외주제작사가 가진 돈으로 감당하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방송위는 너무나도 무조건적으로 '광고는 안돼!'로 못을 박고 있다.

처음에는 경고이지만 3회이상 적발되면 과징금을 물게 되는 경우도 있다.

어찌보면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상황이 올 수도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방송위나 다른 단체에서 이들에게 운영비를 산출해볼 생각도 하지 않았는가 묻고 싶다.

돈은 없는데 방송위의 눈치를 봐야하는 실정이니 아슬아슬한 간접광고 문제는 지금역시 되풀이 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PPL을 완전 합법화 하자는 것은 아니다.

김정은이 나온 드라마 '루루 공주'가 '비데 공주'라는 별칭으로 불린 것은 아예 대놓고 광고하는 일부 PPL들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일본을 비롯한 선진국은 PPL에 관대하다.

상품을 노출하는 메인 스폰서들은 자신들의 물건을 홍보할 수 있어서 좋고 방송국이나 외주제작사들은 제작비를 벌 수 있어서 좋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제작비 조달도 힘든데 광고도 하지말라고 한다.

이것은 모순이다.

 

 

잘 알고 있겠지만 몇 년전 청춘 시트콤 '논스톱'의 경우 자체 로고가 그려진 스티커를 PPL 상표에 가리는 방식을 사용하였다.

반응은 좋았지만 정작 상품 홍보는 되지 못했다. 그나마 과거처럼 청테이프로 상표를 가리는 방식보다는 진보되었지만 여전히 상품을 홍보하는 방식에는 어려움이 뒤따른다.

 

 

 

 

김병욱 PD의 작품을 보는 팬으로써 똑같은 실수는 그만 반복했으면 좋겠다.

또한 우리나라 방송위도 선진국에 맞게 방송법을 일부 수정하여 몇 분짜리 드라마나 시트콤은 '몇 회, 몇 분정도 노출 가능'식으로 규칙을 만들었으면 한다.

또한 고가의 물건이 등장하는 PPL의 경우에는 방송위 판단으로 금지를 시키거나 허용을 시키는 방안으로 결정을 했으면 좋겠다.

(물론 이게 자칫 드라마나 시트콤의 대본을 검열하는 상황이 될 수도 있지만 이 점에 대해서는 더 생각해 볼 문제이다.)

 

시트콤 이야기는 안하고 왜 PPL 이야기만 하는가 오히려 되묻겠지만 드라마와 시트콤의 인기를 아는 척도는 그 프로그램에 얼마나 많은 광고와 PPL이 붙느냐는 것이다.

인기도 중요하지만 작품의 흐름을 방해하는 PPL은 도움을 주지 못한다.

 

PPL 문제는 앞으로도 조심히 생각해 볼 문제라고 생각된다.